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볼티모어 교회 설립 50주년 감사 예배'를 하나님 앞에 올려드리며

 


담임 목회를 시작한지 이제 두 달이 조금 지나갔습니다. 지금 기분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합니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해서 예배 드린 그날 이후에 갑자기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것과,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많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부목사로 오랫동안 섬기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잘 감당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담임 목사로서 교회의 모든 중요한 일들의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무게이고 부담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회를 시작하며 가장 큰 문제는, 50주년 감사 예배가 겨우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사십 중반에 불과한 제가, 그리고 이제 겨우 부임하고 위임을 받은 제가 이렇게 중요한 예배를 기획하고 성도님들과 함께 하나님 앞에 올려드린다는 것은 제 인생에 가장 큰 도전이라고 느꼈습니다. 

두달 동안 교회를 살피면서, 부지런히 설교하고 심방하고 성도님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특별히 마음을 많이 쓴 것은 함께 섬기는 목회자들과의 관계입니다.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한가지 얻은 교훈은, 모든 것은 '관계'라는 것입니다. 목회의 모든 것은 관계로 풀어나갑니다. 좋은 관계 속에서, 많은 대화 속에서, 은혜가 흘러가고 목회가 완성되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했습니다. 

목회자들 그리고 장로님들과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예배 순서를 정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성도님들께 은혜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50주년을 맞이한 성도님들의 감사와 소망의 기도 제목을 담아 본당에 기도의 벽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순탄하게 완성도 있게 이루어졌습니다. 

KM과 EM이 연합으로 드린 예배였습니다. 예배가 길었지만 참 은혜로웠습니다. 예배의 현장의 기쁨과 감격은 영상으로 다 담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던 성도님들도 함께 하셔서 기쁨이 더 컸습니다. 원로이신 이영섭 목사님께서 교회에 꼭 필요한 격려사를 주셨습니다. 목회자로서 가장 본이 되는 설교와 기도를 보여주시는 귀한 분이십니다. 목사님을 뵈면서 늘 가르침을 받고 또 은혜를 누림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EM을 담당하시는 나목사님과의 호흡이 참 좋았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지만 좋은 성품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고 대화가 잘 통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좋은 분과 만나게 하신 것을 감사할 따름입니다. KM을 담당하시는 박목사님은 찬양인도부터 행정까지 다 맡아 하면서도 모든 것을 탁월하게 해냅니다. 저의 분신처럼 섬겨주는 모든 것이 또한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간사님은 참 따뜻하고 열정적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섬기시는 모든 것이 저에게는 감격입니다. 어린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사역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본격적인 담임 목회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도 아주 잠시, 한숨을 돌리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주일에 모든 예배가 끝나고 성도님들을 뵈니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성도님들의 얼굴이 밝아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홀로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공로로 돌릴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셨고, 모든 성도님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어루만지셨습니다. 

볼티모어 교회는 긴 역사 속에 여러 아픔이 있는 교회입니다. 그러나 신실한 성도님들께서 교회를 지켜온 너무나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성도님들 한분 한분이 참으로 귀합니다. 물론 설교의 내용에 있어서는 언제나 확고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성도님들을 향한 저의 마음은 한 없이 따뜻합니다. 그저 어린 제가 믿음의 선배님들과 동역하고 그분들을 섬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큰 영광이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기쁨입니다. 

함께 나눈 설교의 말씀처럼, 내년부터는 교회의 본질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그럴 듯한 말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쏟아야 하고, 기도하며 그것을 하나하나 실현시켜야 합니다. 예전에는 기도도 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제 능력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분명해 보이니 꼭 기도해야 한다라는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이것 역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저 주님만 의지하고, 또 한걸음 미래를 향해 내딛어 봅니다. 주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고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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