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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2일 금요일

김남준 목사님의 강의를 듣고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 토마스 아퀴나스" / 황금가면 - 김동률

 

벌써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제가 합신을 다니던 시절, 김남준 목사님은 학교를 방문하셔서 학생들을 많이 위로해주셨습니다. 본인의 책을 선물로 주시고 가난한 신학생들 위해서 학생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메뉴로 먹여주셨습니다. 그때의 저는 목사님의 깊은 신학적 사상을 다 이해할 수 없는 철부지에 불과했지만, 그분이 가진 교회와 신학교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남준 목사님의 책을 읽어볼 기회는 꽤 있었지만, 강의를 직접 들을 기회는 거의없었습니다. 마침 가까운 트리니티 신학교에 한번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열렸습니다. 제 기억 속에 목사님보다 많이 마르셔서 놀랐지만 눈에서 나오는 열정만은 그대로라고 느꼈습니다. 원래 제가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과감히 맨 앞자리에 앉아서 목사님의 눈을 보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하수는 고수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영역에서든 하수는 고수의 사고와 생각과 언어와 방향을 결코 제대로 이해하거나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로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를 강의하셨지만 전혀 부담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저 배우는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남준 목사님의 언어가 참 좋았습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별것 아닌 내용을 늘여서 말합니다. 아무 의미를 담지 못하고 문장과 문장을 낭비합니다. 그것은 듣는 이에게 고통을 줍니다. 단어와 단어가 연결을 잃어버리고, 문장과 문장이 그 방향을 잃어버릴 때에, 저는 마치 우주에 버려진 미아와 같은 막막함과 아픔을 느낍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강의는 정말 꽉 차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 한 문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어내야 했을까? 그래서 그 언어가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깊은 신학적 사고의 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해할 때에 핵심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교회사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의 저작들이 완벽히 성경적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의 논리와 수사의 방법들은 교회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것을 배척하지 않고 적절히 받아들이면서 수정하고 융화시킨 교회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눈여겨 볼 사람들, 그 천재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하나님 앞에서 열정적이고 매력적인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서 강조하셨습니다.  

강의 자체가 환상적이었습니다. 교회사와 일반 역사를 넘나드는 탁월함, 방대한 신학을 일관된 하나의 관점으로 뚫어내는 깊이는 목사님께서는 이미 신학의 정점에 서 있고, 또 그것을 완숙과 예술의 경지로 빚어내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도 너무 좋지만, 강의는 몇배는 더 좋다고 느꼈습니다.

탁월한 강의도 좋았지만, 저는 한 인간에 대한 존경이 정말 컸습니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30년 동안 공부했다라는 그 말씀이 감격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생을 공부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이루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마음에 꿈은 있지만, 그것을 위하여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것을 반드시 이루어 자신의 삶 가운데 빛나는 실제로 만드는 사람은 말 그대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 길을 고난 가운데 애써 걸어, 자신의 그 지혜의 정점을 후배들을 위하여 나누어주고 길을 인도해주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 남자로서, 한 목회자로서, 한 신학자로서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분에 대하여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왔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가 전 교회를 휩쓸고 그 파도가 닥쳐올 때에, 그것을 극복한 교회의 모습을 정리하시면서 마무리는 질문으로 끝났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과연 어떻게 이것을 해쳐나갈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열린 질문이라 좋았습니다. 김남준 목사님은 지금까지 자신의 삶의 평생에 힘있게 달려오셨고,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걸어간 그 길을 새롭게 시대 속에서 걸어가라고 격려하셨습니다. 

아마 어제의 강의는 평생 잊지 못할 듯 합니다. 일단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과 어거스틴의 저작과, 그리고 이후에는 아퀴나스의 저작까지 조금씩 읽어나갈 예정입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요즘 더 생각합니다. "나의 삶은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새로운 발걸음을 또 용기를 내어 디뎌봅니다.

2022년 10월 28일 금요일

로고스 어디까지 써봤니? - 기대되는 새로운 교회사 스터디 바이블?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

 

신학 대학원 시절을 돌아보면, 숙제 하느라 정신 없이 지나갔습니다. :) 저처럼 일반 학부를 졸업한 전도사에게느느 학업의 양 자체가 너무 버거웠습니다. 거기다가 저는 역사가 약한데, 수 많은 과목들에 더해서 교회사까지 배우려고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교수님들께는 참 죄송하지만, 가장 힘든 시간이 교회사였습니다.  

저의 전공과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도 종종 교회사 책을 들춰봅니다. 교회사는 역사이면서 또한 교리사이기 때문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곧 신학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교회사가 어려운 이유는, 그 맥락 때문인 듯 합니다. 어떤 인물 어떤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적인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공부의 양은 너무나 방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예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저의 삶의 철학은, "작은 부분이라도 계속 시도하는 것" 입니다. 포기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확고한 바른 방향입니다. 

로고스 홈페이지를 살피는데, 흥미로운 스터디 바이블이 출간 예정이더군요. 제가 약한 교회사 부분이기 때문에 눈이 갔고, 또 타이틀이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 Notes:
Voices from the Past, Wisdom for the Present

https://www.logos.com/product/228652/esv-church-history-study-bible-notes-voices-from-the-past-wisdom-for-the-present
https://www.crossway.org/bibles/esv-church-history-study-bible-hc/

우리는 왜 다양한 책을 봐야 할까요? 다양한 책들 혹은 다양한 저자들을 만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지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나"라는 너무나 부족한 존재를 뛰어 넘어서, 탁월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혜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공부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교회사에 빛나는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성경에 대한 이해를 듣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 의 설명에 보니, 무려 2만개가 넘는 스터디 노트가 들어가있다고 설명하네요. 초대 교회 교부들부터 루이스와 스펄전 목사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초대교회부터 현대까지 교회사 전체를 망라하는 수준이네요. 

물론, 이와 비슷한 스터디 바이블이 이미 로고스에 존재합니다. 주로 초대 교회의 인물들의 성경 해석을 모아서 스터디 바이블로 만든 책입니다. 

* CSB Ancient Faith Study Bible
https://www.logos.com/product/188830/csb-ancient-faith-study-bible-notes

저는 CSB Ancient Faith Study Bible 도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저의 느낌은, 도움이 되지만 약간 산만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 교회사의 인물들의 말들은, 그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교부가 어떤 말을 했다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말의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책에서 어떤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했는가를 알지 못한다면, 사실 그 사람의 짧은 표현들만 가져오고 읽는 것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필요하다면, 자료가 더 풍부한 교부 주석을 추가로 보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이 약간 염려가 됩니다. CSB Ancient Faith Study Bible 의 경우에는, 초대 교부들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정리했는데도 산만한 느낌이 있다면, 초대 교부부터 현대의 신학자들까지 포함한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 은 내용을 종합하기가 더욱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편집자의 역량일 것입니다. 가장 탁월한 수준의 편집 능력이 요구되는 스터디 바이블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편집한 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 Dr. Stephen J. Nichols
https://reformationbiblecollege.org/faculty/stephen-j-nichols

Stephen J. Nichols 는 Reformation Bible College 의 총장입니다. 그리고 변증학을 전공한 분이군요. 이분의 저작들은 주로 루터와 조나단 에드워즈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평신도의 소명에 관한 책도 포함되어 있네요. 웨스트민스터에서 공부를 마쳤고, Reformation Bible College 총장이기 때문에 개혁주의 성향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마도,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 의 성향 자체가 이쪽으로 좀 더 강조점이 있겠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 Gerald Bray 
https://www.beesondivinity.com/directory/Bray-Gerald

Gerald Bray 는 영국의 신학자입니다. 2006년부터 교회사에서 가르쳤다고 설명하네요. 교회사에 대한 저작이 풍부한 분입니다. 교회사 안에서의 성경 해석에 대한 책과 Reformation Commentary의 세권의 저자입니다. Reformation Commentary 자체가 종교 개혁 시대에 중요한 저자들의 성경 해석을 담은 주석이기 때문에,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 의 편집자로서 매우 적합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 Dr. Keith A. Mathison
https://reformationbiblecollege.org/faculty/keith-a-mathison

Keith A. Mathison 는 Reformation Bible College의 조직신학 교수입니다. 살펴보니, R.C. 스프롤과 함께 협력해서 the Reformation Study Bible 의 편집자로 섬긴 경력이 있군요. 그래서 이분의 성향도, 개혁주의 성향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스터디 바이블의 편집을 해본 경력이 있는 분이 참여하기 때문에,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 이 적어도 종교개혁 스터디 바이블 정도의 수준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왠지 기대감이 크게 올라갑니다. :)

그런데 결정적으로,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의 샘플이 없습니다. 이건 좀 충격입니다. :) 한국의 출판사들과는 다르게, 미국의 출판사들은 책의 샘플에 후한 편입니다. 스터디 바이블들도 왠만한 책들은 최소한 성경 한권 정도를 샘플로 보여주고, 사람들이 그 책을 평가하고 미리 살펴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그런데 ESV Church History Study Bible은, 단 한장의 샘플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교회사 전반에 탁월한 분들의 성경 이해를 하나로 모아보겠다" 라는 목표도 좋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혁주의 성향의 편집자들이 들어가 있어서 이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 수준의 내용과 편집을 기대할 수 있어서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샘플이 없는 것은 약간 불안하네요. :)

또 하나의 스터디 바이블을 기대해 봅니다. 당연히 저는 pre-publication을 신청했습니다. 교회사적인 식견이 너무 부족한 저이지만, 조금이라도 이 책을 통해서 교회사의 깊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교회사에 남은 탁월한 분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고, 
커피 한잔 기부를 통해 정진부 목사를 응원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buymeacoffee.com/jungjinbu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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