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담임목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담임목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5년 8월 17일 일요일

나의 자리에서, 나의 역할로 섬긴다는 것에 대하여


지금까지 목회로 섬기면서 제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저의 자리에서, 저의 역할로 섬기는 것' 이었습니다. 교회를 섬기다보면, 내가 드러나고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목회자의 눈에는 당연히 그런 자리가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자리에 있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마음에는 언제나, 저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저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교회가 제 개인의 소유라면, 제가 가고 싶은 곳에, 제가 가장 드러나고 멋져 보이는 자리로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주님의 것이기 때문에, 주님이 드러나셔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전 교회에서 섬길 때에, 몇분이 저를 부추겼습니다. 이제 저의 위치 정도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를 좋게 봐 주시고 이야기해 주신 것입니다. 듣는 분은 조금 불편하셨겠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교회는 저의 교회가 아니라고, 그리고 저는 담임 목사가 아니라고, 제 역할은 담임 목사님의 목회를 잘 이루고 또 교회가 유익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실 상당히 미련하게 지냈습니다. 제 스스로에게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몇번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목사로 섬긴 과거의 시간이 후회가 없습니다. 제 인생에 자랑스러운 것이 별로 없지만, 이렇게 지켜온 저의 태도만은 참 좋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긴 시간의 훈련이, 지금의 담임 목회에도 큰 유익이 됩니다. 이렇게 연결될 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담임 목사는, 모든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꼭 있어야 하는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교회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는가 아닌가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저의 역할에, 제가 할 일에, 그리고 교회를 유익하게 하는데 전심전력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향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그렇게 훈련했던 것처럼, 제 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길이고, 또 주님의 교회를 아름답게 세워가는 길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주님의 뜻을 마음에 두고 순종할 때에, 한번도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그분께서 친히 열어가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다

목회를 하면, 누군가의 인간 관계가 총체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연결이 됩니다. 사실 제가 원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저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퍼즐이 맞춰지듯이 모든게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삶의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때로는 아쉬운 부분들도 드러납니다. 저의 마음에는 때로는 존경이, 하지만 때로는 깊은 아픔이 있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목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버겁습니다. 저의 삶이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다른 분들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실을 알게 되고, 또 그것이 명확해 지더라도, 누군가의 연약한 점을 굳이 더 파고들어가진 않습니다. 

가끔씩은 성도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분명히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실 때도 있습니다. 본인의 잘못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본인은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넉살 좋게 웃으면서 경청합니다. 저도 가끔은, 제가 잘못하고서도 누군가가 그래도 내 편이 되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 그러시군요'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입니다. 지나간 시간 늘 그래왔고 지나고 보니, 그렇게 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목회를 하면 할 수록, 날카롭게 공격하는 사람보다는, 부드럽게 받아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집니다. 

그래서 적어도 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우리를 받아주시고 인내하시고 붙들어주시는 하늘 아버지처럼, 그렇게 교회를 섬기고 싶습니다.

2025년 8월 5일 화요일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7)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교회는 하나님께서 성령 하나님을 통해서 하나되게 하신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이 아니라 가족입니다. 그러나 그 하나됨을 실제로 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잠깐 예배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은 항상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볼티모어교회가 더 귀하다고 느껴집니다. 우리 교회는 장점이 많지만 특히 그 중에 가장 큰 장점은, 성도님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 중요한 일들이 있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면 모든 성도님들이 자신의 일처럼 나섭니다.

두달 전에 봄을 맞이하여서 교회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온 성도님들이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 꽃 모종을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삽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흙을 파고 나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꽃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그 몇달 동안에도 성도님들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았습니다. 잡초도 뽑고 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아름다워진 교회를 보니 제 마음도 벅찹니다. 단지 꽃을 바라 보았을 뿐인데, 함께 수고하고 헌신하는 성도님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 더 마음이 푸근합니다. 볼티모어의 귀한 성도님들은, 활짝 핀 꽃보다 더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저의 바램은, 꽃보다 귀한 성도님들이 행복한 것입니다. 교회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또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그런 교회이고 앞으로 더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름다운 교회로 세워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The church is a community that God has united through the Holy Spirit. That is why we are not strangers but family. However, it is not easy to truly enjoy this unity. There is always a sense of longing when we gather briefly for worship and then go our separate ways. 

That is why I find Baltimore Church even more precious. Our church has many strengths, but the greatest among them is that the hearts of our members are united. Whenever something important arises and we need to work together, every member steps up as if it were their own responsibility. 

Two months ago, as spring arrived, all our members rolled up their sleeves to beautify the church. From young children to our elders, everyone joined in planting flower seedlings and watering them. I picked up a shovel for the first time in a while. I worked hard digging and carrying soil, and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I planted flowers. 

Now the flowers are in full bloom. Throughout the past few months, our members have shown much care and love. They pulled weeds and watered the plants. Now, seeing how beautiful the church has become, my heart is overwhelmed. Just by looking at the flowers, I am reminded of our members who served with such dedication, and it fills my heart with warmth. The precious members of Baltimore Church are more beautiful than the blooming flowers. 

My hope is that these precious members, more valuable than flowers, would be truly happy. I hope our church will continue to be joyful and warm. It already is, and I believe it will become even more so. I praise God who is building this beautiful church.

* 볼티모어 교회 칼럼,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blog-post.html

2025년 8월 2일 토요일

더 깊은 기도를 향해서

 

지금 돌이켜 보면, 어머니의 귀한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늘 저에게 말씀을 읽고 기도하라고 하셨지만, 어린 저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성경을 읽기를 시작했으니, 한편으로는 참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아쉽기도 합니다. 그나마 그때 정신을 차린 것이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개인 기도 노트를 만든지 몇년이 되었습니다. 거창하지 않고 아주 간단한 노트입니다. 셀폰 메모장에 성도님들의 기도 제목을 적어 놓고 개인 기도할 때마다 기도하는 것입니다. 많은 기도 부탁 속에서 잊는 것이 죄송해서, 또 좀 더 진지하게 기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이틀정도 마음이 쉽지 않았는데, 더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기도하다가, 갑자기 말씀을 적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간절해져서 그런 듯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굴곡진 인생을 걸으시면서, 늘 성경을 펴고 읽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우시면서 기도하는 모습도 참 많이 보았고, 그것이 저의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녹아 있습니다. 

어머니의 진실함과 절박함에 아직 제가 따라갈 수 없지만,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듯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도 그리고 목회도, 인간의 능력이 역할을 하는 것은 아주 아주 적은 부분인 듯 합니다. 예전에는 너무 막막해서 한숨이 나오던 순간이 거의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조금은 믿음이 더 생겨서, 기도 제목으로 적고 기도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기도 노트는 점점 길어집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성경 구절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기 전에 읽고 이 말씀을 붙들고 기도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라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삶 역시 돌이켜보면 녹녹치 않았지만, 하나님의 뜻은 저를 더 연단시키시는 것이 뜻인 듯 합니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은 그분의 뜻대로 이루시며 영광 받으시는 분이기에 저는 순종할 따름입니다. 

히 11:6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벧전 5:7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요일 2:17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수 1:8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잠 9:10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 잠 16:3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히 12:3 너희가 피곤하여 낙심하지 않기 위하여 죄인들이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

이 말씀들을 단숨에 읽고 나니, 그제서야 마음에 평안이 찾아옵니다. 어디로 나가야 할지를 조금은 더 선명하게 발견하게 됩니다. 말씀이 문자로 머무르지 않고, 저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전 존재에 스며들기 원합니다. 그럴 때에 저의 인생에 두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이 진정한 천국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소망하며 끊임없이 전진하기 원합니다.

2025년 7월 17일 목요일

목회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 - 큐티 클래스를 진행하며 느끼는 점


큐티 클래스를 시작한 지 두주 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모임을 섬기면서 느끼는 것은 참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모임에서 행복을 경험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세상에는 재미있고 즐거운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하는 모임이 압도적으로 좋지 못하다면, 사실상 성도님들이 들어와서 배우고 싶은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모임을 오픈해 보니, 볼티모어 교회의 저력이 드러납니다. 오랫동안 신실하게 신앙 생활을 하신 분들은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큐티를 처음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으로 하시기 때문에 제가 기대한 그 이상으로 잘하고 계십니다. 

각기 다른 분들이 모여 네 그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모든 모임이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수준이 높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말씀에 대한 열정과 뜨거운 마음, 그리고 서로를 경청하고 듣고 나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성도에게 주신 너무나 큰 축복입니다. 

물론 성도님들도 참 좋아하시지만,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이 모임들이 축복입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큐티 자료를 통해서 성도님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참 즐겁고, 성도님들의 나눔을 통해서 제 자신이 많이 배웁니다. 짧은 심방에서 안부를 묻는 정도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성도님들의 마음과 삶을 들으면서, 목회적인 방향을 가늠하고 새로운 동력을 얻습니다. 

목회자로 섬기는 저의 역할이 크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적기도 합니다. 어쩌면, 함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그 자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저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신기합니다.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은혜가 됩니다. 모임을 열었더니 성령님께서 인도하시고, 주님께서 섭리해 가십니다. 그저 저는 겸손하게 주님의 종으로 섬기는 것 뿐입니다. 

큐티 클래스를 열기 위해서 참 많이 고민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목회는 언제나 눈보라 속을 해쳐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네비게이토 암송 구절을 확장해 큐티 본문으로 잡은 것도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고, 스터디 바이블을 결합해서 북클럽과 전통적인 큐티를 결합한 것도 참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말씀을 묵상하고 나누는 것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것이 가치있으니 열심히 하라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그 가치를 알고 내 인생을 던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너무나 귀한 일입니다. 새로운 삶, 그리고 성숙한 신앙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바라기는, 제가 섬기는 모든 성도님들이 말씀에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도 더 말씀으로 깊이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짧은 인생을 살아갈 뿐이지만,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매 순간 영원의 기쁨을 누리기 때문입니다. 섬기는 모든 시간 속에서, 오직 하나님께서 풍성하게 역사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2025년 7월 6일 일요일

목회와 설교, 그리고 목회

 


매주 설교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입니다. 몇번을 좋은 설교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매주 동일한 회중을 상대로 설교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한두번입니다. 하물며, 동일한 회중을 상대로 계속 설교를 해야 하는데 그분들이 은혜를 받는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적입니다.

주일 설교를 생각하면 마음이 막막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과정이 그렇습니다. 본문을 정해 놓고서도 마치 망망 대해를 앞에 두고 그 바다를 지나가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세상에, 이번주는 어떻게 준비해야하지? 말씀은 너무나 넓고 광대하며, 저는 너무나 작은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씩은 더 이상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기대는 큰 부담이 되고, 제 자신을 향한 저의 기대조차 부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부담은, 매주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상황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밖에 없는 것은 목사는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최선을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영적인 일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어떤 조직의 리더로서도 저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랫동안 목회하면서 느끼는 것은, 목회는 카오스라는 것입니다. 혼돈 그 자체입니다. 교회는 수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속에서 존재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역학적인 관계 속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목회자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특히 담임 목사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설교의 시간 만큼은 오롯이 목회자의 시간입니다. 모두가 경청하는 바로 그 시간, 그 순간을 위해서 목회자는 최선을 다합니다. 설교는 어렵지만, 교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시간이고, 제 자신을 그곳에 던져야 합니다. 

겨우 삼십분 남짓한 시간인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그것을 위해서 모든 제반 조건을 조절하면서 자신을 관리해야 합니다. 평소의 성경 통독과 묵상, 꾸준한 독서와 말씀에 대한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성도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가끔씩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목회를 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구나. 한동안 설교가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되어서 참 괴로웠고, 지금도 그런 느낌이 조금은 듭니다. 학적이고 딱딱하고 어려운 설교, 그리고 쉽고 금방 이해되는 묵상과 같은 설교 사이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설교를 준비하다가 크게 한숨을 쉬고 여러번 되네입니다. 너무 어렵게 하지말고 쉬운 설교로 준비하자. 들리지 않는 설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계속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팀 그로버가 이야기한 것처럼, 저에게는 애초에 천장도 없고 바닥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구하며 도전하고 앞으로 전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동네 길을 잠깐 걸었습니다. 담임 목회를 시작한지 8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동네를 걸을 여유가 드디어 생겼습니다. 메릴랜드는 산지가 많아 동네길도 오르막이 꽤 높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고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걸었더니 정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여름의 하늘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여기까지 이끄셨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자리까지 밀어 붙이셨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 부담 혹은 무거움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특히 목회자는 주로 듣는 입장입니다. 아마 평생 그럴 것입니다. 

요즘에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보다는, 저의 일을 잘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합니다. 저의 사명을 감당하기에도 인생이 참 짧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주 가느다란 선 위를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좌우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이 앞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의 사명이 더 선명해 지는 것 같습니다. 

목회자에게는 목회가 전부입니다. 목회는 '카오스 속에서 걸어가는 작은 한 걸음'입니다. 정의를 내리고 나니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현재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저히 내 힘으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때서야 내 영혼의 깊은 곳에서 진실한 기도가 나옵니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 마음에 빛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저 기도하고, 그저 행동하고, 그렇게 목회의 길을 걸어갑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너무나 암담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지난 이 시간에 고백하는 것은, 그 때를 하나님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씩은,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나라는 눈물이 핑도는 원망의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뜻대로 그렇게 하셨고, 저를 조금은 주님을 닮은 사람으로 빚으셨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회를 잘 감당하기 원하고, 설교를 잘 감당하기 원합니다. 성도님들은, 좋은 설교를 듣기 위해 예배를 드립니다. 단 한 번도 방심할 수가 없고,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입니다.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제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목표를 그렇게 잡고 싶습니다. 

세상에 수 많은 직업이 있고, 직업적인 동등성이라는 측면에서 목회자는 다른 직업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가까이에서 대하고 그 말씀을 통해서 주님의 뜻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은, 목회자만이 가진 가장 큰 특권이자 영광입니다. 그 일은 해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며, 삶의 전부를 다 태워도 아깝지 않은 어떤 것입니다.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그저 포기만 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주저 앉아버리기에는 이미 맡겨진 것들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저 작은 한걸음, 하루를 성실하게, 그래서 그 연장선 안에서 이어지는 그 사명의 길이 하나님 보시기에 썩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길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저의 마음입니다. 

2025년 4월 3일 목요일

볼티모어에서의 6개월을 감사드리며 / I Will Trust in the Lord - Kirk Whalum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기적이지만, 하나님께서 더 특별히 인도하시는 때가 있습니다. 저와 저의 가족에게는 지난 반년이 그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볼티모어로 인도하셨고,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전화 통화 중에 어떤 분이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목사님, 이제 좀 적응이 되 가시죠?" 사실 저는 이 대화를 나눌 때에도 이곳에서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그분이 민망하실까봐 대답은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예,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자신을 보니 여전히 적응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교회로 오고, 해가 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제서야 약간 적응이 되었습니다. 설교를 한 주에 다섯편 정도를 해야 하고 또 가능한대로 심방을 해야하는 것도 이제서야 약간 적응이 되었습니다. 제 자신만 살피지 않고 가족들을 살피고 돌보는 것도 이제서야 약간 적응이 되었습니다. 제가 볼티모어 교회 담임 목사라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책임이 정말 크다는 것도 이제서야 아주 약간 적응이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아직 충분히 적응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내는 웃으면서 이야기하더군요, "담임 목회 한 6년 한 사람 같아" 칭찬해 주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사실 속으로는 여전히 낯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것을 지나치게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감당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하루가 주어지고, 새로운 각오로 감당하고, 실패해도 넘어지는 것이 저의 인생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중첩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내를 처음 만난 스무살 중반의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의 생활과 사역과 고단했던 시간들과 행복했던 모든 것들이 마치 얇은 종이들이 겹치는 것처럼 하나로 겹쳐 보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보이고, 이렇게 쌓여가는 저의 인생 자체가 낯설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인생 자체가 아직도 적응 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두주 정도 전에 심하게 아팠습니다. 아마 미국에 와서 두번째로 심하게 아픈 듯 합니다. 최대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지나친 스케쥴과 과로로 인해서 거의 이틀동안 누워만 있었습니다. 지나간 반년의 피로와 부담스러웠던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번 심하게 아픈 이후에는, 건강에 대해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아직도 회복중이고 최고의 몸과 영적인 상태로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서른 초반에는, 정말 위대한 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작은 인생에 자랑할 것도 없고, 그리고 자랑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랑은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저에게 주신 가장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오히려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맡겨진 일에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게 이제 나를 드러내는 필요 없는 말을 적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을 격려하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 방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볼티모어 교회 담임 목사 위임패와 위임 예배 기념 컵을 놓아 두었습니다. 항상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해야 하는 역할과, 제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흔들리고 헷갈리고 가끔은 엉뚱한 길을 걸어가지만, 그래도 제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걸어가기 원합니다. 

볼티모어에서의 반년은 정말 바빴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느냐"라는 짧은 질문에 다 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폭풍처럼 닥쳐오는 일들을 감당하고 또 그 안에서 성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연히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저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지혜롭게 저를 도와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저에게 힘과 격려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가족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하신 것이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임을 계속 깨닫게 됩니다. 마치 몇년을 압축한 것 같은 반년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에게는 시작입니다. 하나님께서 매일 저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그 용기입니다. 그리고 그저 믿음으로, 맡겨진 일을 감당하는데 최선을 다하기 원하고, 그 안에서 주인이신 하나님의 작은 기쁨이 되기 원합니다.

2025년 2월 3일 월요일

볼티모어 교회 칼럼,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모음

 

젊은 시절을 돌아보니, 어떤 일이 무르익는데는 최소 10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공부도, 목회도, 그리고 저의 내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동안의 고민과 열매를 글로 남겨 놓은 이 공간이 있었기에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었고 조금 더 좋아진 저를 만들고 또 하나님의 은혜를 마음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귀한 볼티모어 교회를 섬기며, 성도님들과 함께 나누는 목회 칼럼을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로 지었습니다. 목회 서신이라는 딱딱한 제목보다는, 성도님들께 부드럽게 다가가는 제목을 원했습니다. 목회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며, 저는 저의 목회를 통해서 은혜가 흘러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이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목회는 긴 여정입니다. 하루와 또 하루, 그리고 한주와 또 한주의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들이 연결되어 큰 물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또 기대가 됩니다. 제가 남기는 작은 글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저의 마음에 붙드는 작은 이정표들이 되기를 원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작은 쉼과 위로 그리고 격려가 되기를 원합니다.

* 볼티모어 교회 청빙 투표를 통과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저의 결심 / 하나님의 열심 - 배다해

https://jungjinbu.blogspot.com/2024/08/blog-post_27.html

* '볼티모어 교회 설립 50주년 감사 예배'를 하나님 앞에 올려드리며
https://jungjinbu.blogspot.com/2024/12/50.html

* 이민 목회의 행복은, KM과 EM의 연합을 이뤄가는 것이다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 - 구역의 부흥이 시작되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1/1.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2) - 끊임없는 재창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1/2.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3) - 함께 성장하고 함께 섬기는, 목회자 공동체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1/3.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4) - 선교 위원회에, 북클럽의 바람이 불다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5) - 14구역의 구역 모임, 우주와 우주가 만나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5-14.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6) - 만나24 인터뷰를 통해 볼티모어교회를 소개하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6-24.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7) - Mustard Seed의 어린이 소그룹이 시작되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7-mustard-seed.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8) - 제직 수련회를 통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8.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9) - 리더가 행복한 교회를 꿈꾸며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9.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0)
- 본격적인 북클럽 양육을 시작합니다 (은혜의 샘터 & 리딩 피플 북클럽)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10.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1)
- 나눔의 기쁨이 넘치는 12구역의 모임에 함께 하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3/11-12.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2) - 반드시 들어야 할 설교 한편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3/12.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3) - 부흥을 넘어 선교적 교회로 나아가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3/13.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4)
- 우리 모두가 선교사다 (51주년 선교 부흥회를 마치고)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5) - 최고의 영적 투자 '은샘 북클럽'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5/15.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6)
- 말씀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공동체가 되기 원합니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7/16.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7)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8/17.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8) - 다음 세대를 키우는 아름다운 교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8/18.html

*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19) - 힐링 프라이데이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8/19.html

2025년 1월 23일 목요일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3) - 함께 성장하고 함께 섬기는, 목회자 공동체



* 목회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함'이다

누군가 목회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저에게 물어본다면, 저는 '진실함'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목회는 가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섬기고 돌본다는 것은 억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그리고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여서 섬기는 것이 목회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은 목회자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자는 공동체의 리더이며 동시에 가장 앞장서서 섬겨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리더 그룹이 행복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고 서로를 아껴주지 않는다면, 그 공동체의 미래는 매우 어두울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마음을 많이 쓴 것이 목회자 팀입니다. 볼티모어 교회에는 저 외에 두분의 목사님과 한분의 간사님이 목회를 함께 섬기고 있습니다. 저의 분신처럼 KM에서 섬기시는 박동민 목사님, EM에서 장년부터 유스까지 담당하시는 나현수 목사님,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섬기시는 김미아 간사님까지 최고의 팀원들이고 참으로 귀한 분들입니다. 물론 세분 다 능력이 출중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진실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이분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 북클럽을 통해서 하나됨과 복음의 본질을 추구하다

목회를 하면서 지금까지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목회는 팀 사역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해야하는 일 이상을 하고, 자신의 삶 전체를 교회를 위하여 사용하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맡겨진 일이 훨씬 많기 때문에 쉽게 탈진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 그룹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섬기고 돌보고 격려하는 것은 교회를 세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부임하자 마자 목회자 그룹 안에서 북클럽을 시작했습니다. 데이비드 플랫 목사님의 복음이 울다를 함께 읽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북클럽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살피고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매주 모임 속에서 교회의 행정적인 것들과 실제적인 것들을 살피고 회의를 합니다. 그러나 목회자 그룹 안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내면의 성장과 복음으로 우리 자신이 먼저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복음을 깊이 알아가는 진지한 나눔과 서로를 향한 도전과 격려 속에서, 저는 너무나 밝은 교회의 미래를 봅니다. 

* 성숙하고 아름다운 목회를 향하여

오늘도 모임이 참 행복했던 것은, 목회의 본질에 대해서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성도님들을 살피는 것, 위해서 기도하는 것, 방문하는 것, 그리고 마음을 열고 성도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목회의 본질에 대해서 서로가 공감하고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같은 공동체를 섬기는 세 분과 이런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인생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목회자들을 위해서 많이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단순히 목회자에게 잘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목회자 팀이 더 힘을 내어서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에 올라갈 목회자 각자의 소개는 준비중입니다. 조금 더 기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더 성숙해지고 더 아름답게 섬기는 저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The Importance of Sincerity in Ministry 

If someone were to ask me what the core of ministry is, I would answer, "sincerity." Ministry cannot be done with pretense. Serving and caring for others cannot be forced. True ministry flows from a sincere heart, with a willingness to sacrifice oneself in order to serve others. 

In this sense, I believe that the most important group in the church is the pastoral team. Pastors are the leaders of the community and, at the same time, the ones who must take the lead in serving. If the leadership team is unhappy, stagnant, or lacks mutual care, the future of that community will be bleak. 

That’s why, from the beginning, I’ve invested my heart heavily into the pastoral team. At Baltimore Church, there are two pastors and one ministry staff member serving alongside me. Pastor Dongmin Park, who serves in the KM ministry as my right hand; Pastor Hyunsoo Na, who oversees the EM, from adults to youth; and Ministry Leader Mia Kim, who serves the children. They are the best team members and truly precious individuals. Of course, they are all highly capable, but what I love most about them is their sincerity. 

Pursuing Unity and the Essence of the Gospel Through the Book Club 

One thing I have painfully realized in ministry is that ministry is team-centered work. Most pastors do more than they are required to do, pouring their entire lives into the church. Because the responsibilities given to them often far exceed their abilities, they are prone to burnout. That’s why it is crucial for the pastoral team to understand, support, serve, care for, and encourage one another. This is the most important aspect of building the church. 

With this in mind, I started a book club within the pastoral team shortly after arriving. We are currently reading Radical by Pastor David Platt. I personally conducted the orientation for the book club, prepared the necessary materials, and have been reading and discussing the book with the team. Of course, we also take time in our weekly meetings to address administrative and practical matters of the church. However, what I emphasize most within the pastoral team is inner growth and personal renewal through the Gospel. 

In the midst of deep Gospel-centered discussions, challenges, and mutual encouragement, I can clearly see the bright future of our church. As we strive to know the Gospel more deeply and allow it to renew us, I have great hope for what lies ahead. 

Toward a Mature and Beautiful Ministry 

Today's meeting was especially joyful because we shared about the essence of ministry. We spent precious time agreeing and reflecting on what ministry truly is: caring for struggling members, praying for them, visiting them, and opening our hearts to listen to their stories. Sharing these moments with three others who serve the same community fills me with immense joy. 

I kindly ask for your prayers for the pastoral team. This is not simply a request for you to treat the pastors well, but rather, a plea for your support so that the pastoral team can be strengthened to serve the church even more effectively. 

We are currently preparing individual introductions for the pastors to be posted on the church website. I ask for your patience as we complete this. We will continue to strive toward maturity and a ministry that serves the church with beauty and sincerity.

* 볼티모어 교회 칼럼,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blog-post.html

2025년 1월 2일 목요일

기도 들으시는 하나님, 그리고 인도하시는 하나님 / 길 - 함부영

 

목회자의 큰 특권은, 성도의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기획하고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추수감사주일, 성탄주일, 그리고 송구영신예배까지 그 모든 것들을 가장 중심에서 섬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의 종들에게 허락하시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내면까지 살피기에는 그 시간이 참 부족합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예배 전에 본당 앞에 앉아서 깊이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그저 평안한 마음으로 은혜를 사모하는 그런 기쁨은 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앞서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분주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압박감이 매 예배 시간에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작년 한해를 돌아보면 참 쉽지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My Last Day라는 이름으로 남은 날짜를 하루하루 계산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절, 하나님께서 반드시 길을 열어주시기를 기대하면서, 또 막연히 소망하면서, 기도하면서 그렇게 한해를 보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로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베푸신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기적입니다. 숫자가 결국 0으로 바뀌었고, 소망하던 그 기간 안에 하나님께서는 오직 그분의 능력으로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끄셨습니다 


기도하고 고민하다가 다시 숫자를 넣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의 시간이 저에게 주어졌음을 믿고 그만큼의 숫자를 넣었습니다. 숫자를 보니 마음이 결연해 집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길로 이끄셨지만, 여전히 앞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삼개월동안 제가 꿈꾸는 모든 것들을 이루셨고, 또 한편으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을만큼 은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이제 담임 목회의 겨우 반발자국을 디뎠을 뿐입니다. 

삼개월 동안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저의 삶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며, 어느 정도의 고된 일인지를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어른이기에, 누군가에게 칭얼대는 것 역시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마 아내가 가장 근접하게 알 수 있을 뿐, 제가 경험하고 전진하고 해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오직 하나님께서 아십니다.

그런 면에서 감사한 것은, 지난 10년의 시간들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외로웠고, 안주할 수 없었고, 불안했고, 도전할 수 밖에 없었고, 더 절박하게 전진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을 위해서 존재했음을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저를 이해할 수 없다 하여도, 하나님이 아시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더 절박하게 의지하면서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걸어갈 것입니다. 

목회적으로 판단할 때에, 볼티모어 교회의 앞으로 2년은 교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많이 떨리기도 하고, 또 많이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그러하셨던 것처럼 저를 밀어붙이실 것이고 또 저의 한계를 뛰어 넘어 그 자리에 서게 하실 것입니다. 

729의 숫자가 다시 0이 될 그날을 잠시 마음에 그려 봅니다. 교회가 훨씬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 신앙이 넘치는 모습, 온 성도들의 마음에 믿음이 넘치고 영적으로 숫적으로 부흥하는 그 시간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날 이렇게 잠시 돌아온 날들을 묵상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기적처럼 저와 우리 교회를 이끄셨다고 그렇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믿음으로, 기도 들으시는 하나님, 그리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오늘도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볼티모어 교회 설립 50주년 감사 예배'를 하나님 앞에 올려드리며

 


담임 목회를 시작한지 이제 두 달이 조금 지나갔습니다. 지금 기분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합니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해서 예배 드린 그날 이후에 갑자기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것과,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많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부목사로 오랫동안 섬기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잘 감당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담임 목사로서 교회의 모든 중요한 일들의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무게이고 부담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회를 시작하며 가장 큰 문제는, 50주년 감사 예배가 겨우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사십 중반에 불과한 제가, 그리고 이제 겨우 부임하고 위임을 받은 제가 이렇게 중요한 예배를 기획하고 성도님들과 함께 하나님 앞에 올려드린다는 것은 제 인생에 가장 큰 도전이라고 느꼈습니다. 

두달 동안 교회를 살피면서, 부지런히 설교하고 심방하고 성도님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특별히 마음을 많이 쓴 것은 함께 섬기는 목회자들과의 관계입니다.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한가지 얻은 교훈은, 모든 것은 '관계'라는 것입니다. 목회의 모든 것은 관계로 풀어나갑니다. 좋은 관계 속에서, 많은 대화 속에서, 은혜가 흘러가고 목회가 완성되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했습니다. 

목회자들 그리고 장로님들과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예배 순서를 정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성도님들께 은혜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50주년을 맞이한 성도님들의 감사와 소망의 기도 제목을 담아 본당에 기도의 벽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순탄하게 완성도 있게 이루어졌습니다. 

KM과 EM이 연합으로 드린 예배였습니다. 예배가 길었지만 참 은혜로웠습니다. 예배의 현장의 기쁨과 감격은 영상으로 다 담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던 성도님들도 함께 하셔서 기쁨이 더 컸습니다. 원로이신 이영섭 목사님께서 교회에 꼭 필요한 격려사를 주셨습니다. 목회자로서 가장 본이 되는 설교와 기도를 보여주시는 귀한 분이십니다. 목사님을 뵈면서 늘 가르침을 받고 또 은혜를 누림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EM을 담당하시는 나목사님과의 호흡이 참 좋았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지만 좋은 성품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고 대화가 잘 통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좋은 분과 만나게 하신 것을 감사할 따름입니다. KM을 담당하시는 박목사님은 찬양인도부터 행정까지 다 맡아 하면서도 모든 것을 탁월하게 해냅니다. 저의 분신처럼 섬겨주는 모든 것이 또한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간사님은 참 따뜻하고 열정적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섬기시는 모든 것이 저에게는 감격입니다. 어린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사역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본격적인 담임 목회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도 아주 잠시, 한숨을 돌리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주일에 모든 예배가 끝나고 성도님들을 뵈니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성도님들의 얼굴이 밝아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홀로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공로로 돌릴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셨고, 모든 성도님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어루만지셨습니다. 

볼티모어 교회는 긴 역사 속에 여러 아픔이 있는 교회입니다. 그러나 신실한 성도님들께서 교회를 지켜온 너무나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성도님들 한분 한분이 참으로 귀합니다. 물론 설교의 내용에 있어서는 언제나 확고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성도님들을 향한 저의 마음은 한 없이 따뜻합니다. 그저 어린 제가 믿음의 선배님들과 동역하고 그분들을 섬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큰 영광이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기쁨입니다. 

함께 나눈 설교의 말씀처럼, 내년부터는 교회의 본질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그럴 듯한 말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쏟아야 하고, 기도하며 그것을 하나하나 실현시켜야 합니다. 예전에는 기도도 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제 능력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분명해 보이니 꼭 기도해야 한다라는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이것 역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저 주님만 의지하고, 또 한걸음 미래를 향해 내딛어 봅니다. 주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고 소망합니다.

* 볼티모어 교회 칼럼,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blog-post.html

2024년 10월 31일 목요일

주만이 저의 길을 인도하십니다 / 주만이 - 김명식

 



볼티모어로 거처를 옮긴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미국에서 타주로의 이사는 몇 번이 있었지만 아마 이번이 가장 분주한 듯 합니다. 이주 전 부터 이미 사역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저에게 주어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큰 행복으로, 또 한편으로는 긴장과 염려 가운데 모든 것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주 잠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을이 너무 아름답고, 많은 것이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감사한 것은 위임식을 잘 마쳤다는 것입니다. 담임 목사로 세워지고 한 교회의 최종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큰 영광입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셨고 세워주셨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감사한 것은, 마음껏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런 순간이 오기를 바랬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을 고민하고, 또 교회를 위하여 가장 좋은 것을 실천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물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바빠졌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품은 모든 선한 것들을 조금씩 그리고 차분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매 순간 저의 마음을 벅차게 만듭니다. 

볼티모어는 산이 많기 때문에, 길 자체가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는데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런 듯 합니다. 내리막이 있고 때론 오르막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순간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그 험난한 굴곡조차 완벽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담임 목회를 시작하니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그간 걸어온 길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바로 이 순간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 입니다. 청년 시절부터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천했던 그 모든 것들이, 그리고 목회자로서 쌓아 왔던 지혜, 아픔, 눈물, 겸손, 담대함이 이제서야 그 온전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계획 속에 제가 있음을 항상 믿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지나올 때에는 그렇게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분의 계획은 완벽했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듯 합니다. 볼티모어의 아름다운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시카고 보다는 훨씬 덜 추워서 감사합니다. 그저 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지금까지 그러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저를 인도하시기에, 계속 앞으로 전진하겠습니다.

2024년 8월 27일 화요일

볼티모어 교회 청빙 투표를 통과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저의 결심 / 하나님의 열심 - 배다해

 


한동안 너무 바빴습니다. 마음에 쓰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또 가슴 벅찬 생각들이 많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하나님께서 부르신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처음에 담임 목회 청빙을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에, 마음에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제 자신을 준비하고 또 단련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큰 어려움을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셨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결코 쉬웠다고 말할 수 없고 또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저의 한걸음 한걸음을 인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볼티모어교회의 담임 목사 청빙 투표에 제가 통과 되었습니다. 

* 볼티모어교회
https://kpcbmd.org/

인터뷰 이후에 최종 설교의 기회가 왔을 때 마음이 참 기뻤습니다. 물론 처음 방문하는 교회 처음 뵙는 성도님들이기에 많이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어떤 결과이든지 간에 후회없이 설교하고 싶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온 가족이 교회를 방문했고 모든 일정을 소화하면서 큰 행복이 있었습니다. 

시무장로님과 부인 권사님들을 뵙고 식사하면서 참 좋았습니다. 장로님들의 진실함이 좋았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좋았습니다. 어린 저의 음성에 경청해주셔서 좋았고 교회를 잘 세우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합해졌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예배를 섬기는데 좋았습니다. 전통적인 교회 건물이 좋았고, 층고가 높아서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로 울림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찬양대의 찬양과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좋았습니다. 성도님들의 열정의 눈빛이 좋았고 손을 잡는 악수가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설교할 수 있는 그 자리가 좋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허락하신 꿈의 무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설교 이후에 부른 찬양이 좋았습니다. 

목회자들이 함께 모인 시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섬길 분들이 훌륭한 분들이라서 정말 좋았고 또 사모님들도 귀한분들이라 좋았습니다. 청빙위원들을 뵙고 생각을 나눈 간담회의 시간이 좋았습니다. 몇개월의 시간을 수 많은 후보들을 놓고 토론하고 기도한 그분들의 열심과 교회를 향한 사랑이 좋았습니다. 그분들의 눈에 담긴 저를 통한 미래를 향한 기대감도 좋았습니다. 

전체 성도님들과 함께 모여 나눈 대화의 시간이 좋았습니다. 단순히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진솔한 대화를 서로 나누고 교회의 앞날을 함께 생각하고 염려하며 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가족과 같은 성도님들의 마음이 따뜻해서 좋았고 저의 가족을 향한 환대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다시 돌아와 시카고로 돌아와 주일 설교를 하고 나니 청빙 위원장 장로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최종 통과가 되어서 이제 담임으로 섬기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그동안의 수고, 염려, 아픔 등을 하나님께서 다 갚아주셨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제 마음에 느낀 것은 책임감의 무게였습니다. 사실 청빙이 거의 확실해 질 수록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한 교회의 최종적인 책임자가 된다는 그 무게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담임 목회를 시작한다는 그 기쁨보다, 제가 감당해야 할 교회의 소중함과, 하나님의 중한 책무를 맡는 자로써 경험하는 무게가 훨씬 크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기도가 절로 흘러 나왔습니다. 목회는 제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늘 알고 있었지만, 더 그것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몇가지를 기도하며 마음을 올려 드렸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바쁘지만, 앞으로 사역하는 동안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변하지 않고 그분의 길을 신실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짧은 결심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이제 볼티모어 교회 담임으로 시작하는 저의 결심입니다. 첫째로, 하나님 앞에서 볼티모어 교회 앞에서, 진실한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순간 사람의 눈에 들게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의 진심을 담아서 목회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청빙 위원중 한분이 저에게 격려해주셨습니다. '목사님, 목사님의 자기 소개서를 보는 순간 목사님이 정말 진실한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분의 눈이야 말로 진실했기 때문에 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큰 격려가 저에게 더 큰 목회적인 책임감으로 돌아왔습니다. 거짓이 없는 사람으로, 하나님과 사람을 속이지 않는 사람으로 교회를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둘째로, 하나님 앞에서 볼티모어 교회 앞에서, 설교에 힘을 쏟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목회의 상황은 너무나 복잡하고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은 언제나 저의 한계를 넘어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그 말씀 앞에 제 자신이 먼저 서고, 그리고 성도님을 위하여 정성껏 준비하여 함께 말씀을 나누고 또 선포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설교를 통해서 영적으로 성숙을 맛볼 수 있도록 교회를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셋째로, 하나님 앞에서 볼티모어 교회 앞에서, 기도에 힘을 쏟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성도님들의 간절한 기도제목을 잊지 않게 적어놓고, 교회의 대소사를 하나님 앞에 내어 놓고 그렇게 기도하겠습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목회를 하겠지만, 목회의 처음과 과정과 결과는 오직 하나님께서 하심을 믿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지혜와 능력을 저와 교회에 부어주시기를 간구하며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넷째로, 하나님 앞에서 볼티모어 교회 앞에서, 성도를 부지런히 만나고 섬기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비록 제 몸은 하나이지만, 항상 성도님들 곁에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도님들의 아픔을 저의 아픔으로 여기고, 성도님들의 기쁨을 저의 기쁨으로 여기며, 곁에서 함께 걸어가는 목회자가 되어, 그렇게 교회를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다섯째로, 하나님 앞에서 볼티모어 교회 앞에서, 성도를 주님의 성숙한 자녀로 만들어가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설교를 했다고 혹은 심방을 했다고 만족하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허락하신 지혜를 함께 배우고 나누고 내면에 심어서 성도님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과 변화가 일어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을 위하여 최선의 양육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이끌면서 교회를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 앞에서 볼티모어 교회 앞에서, 언제나 다시 일어서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저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넘어지고 낙심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위하여 그리고 교회를 위하여 기꺼이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영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그리고 제 자신이 다시 일어설 뿐 아니라 넘어진 성도를 다시 일으키는 사람이 되도록 교회를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이 모든 결과를 저의 작은 두 손에 받아들었습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감사드리고, 오직 그분께 영광을 올립니다. 과거의 저의 눈물을 다 덮을 만큼, 따뜻한 환대와 사랑 속에서 청빙의 과정이 끝났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 때문에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여 앞으로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과, 교회의 소중함, 그리고 진리의 말씀의 영원함을 기억하면서 그것을 붙들고 볼티모어 교회를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 헤브론 교회를 사임하며
- No Regret, 후회가 없기에 기쁨이 넘치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4/10/no-regret.html

* 볼티모어 교회 칼럼, 목회의 은혜를 나누며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5/02/blog-post.html

추천 글

로고스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성경 공부하기 with 스터디 바이블 노트 Study Bible Notes (2023년 9월 업데이트)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 119:103) 누구나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는 말은 듣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꿀보다 달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

리딩 크리스천 독서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