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큰 특권은, 성도의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기획하고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추수감사주일, 성탄주일, 그리고 송구영신예배까지 그 모든 것들을 가장 중심에서 섬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의 종들에게 허락하시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내면까지 살피기에는 그 시간이 참 부족합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예배 전에 본당 앞에 앉아서 깊이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그저 평안한 마음으로 은혜를 사모하는 그런 기쁨은 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앞서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분주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압박감이 매 예배 시간에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작년 한해를 돌아보면 참 쉽지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My Last Day라는 이름으로 남은 날짜를 하루하루 계산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절, 하나님께서 반드시 길을 열어주시기를 기대하면서, 또 막연히 소망하면서, 기도하면서 그렇게 한해를 보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로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베푸신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기적입니다. 숫자가 결국 0으로 바뀌었고, 소망하던 그 기간 안에 하나님께서는 오직 그분의 능력으로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끄셨습니다
기도하고 고민하다가 다시 숫자를 넣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의 시간이 저에게 주어졌음을 믿고 그만큼의 숫자를 넣었습니다. 숫자를 보니 마음이 결연해 집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길로 이끄셨지만, 여전히 앞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삼개월동안 제가 꿈꾸는 모든 것들을 이루셨고, 또 한편으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을만큼 은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이제 담임 목회의 겨우 반발자국을 디뎠을 뿐입니다.
삼개월 동안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저의 삶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며, 어느 정도의 고된 일인지를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어른이기에, 누군가에게 칭얼대는 것 역시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마 아내가 가장 근접하게 알 수 있을 뿐, 제가 경험하고 전진하고 해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오직 하나님께서 아십니다.
그런 면에서 감사한 것은, 지난 10년의 시간들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외로웠고, 안주할 수 없었고, 불안했고, 도전할 수 밖에 없었고, 더 절박하게 전진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을 위해서 존재했음을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저를 이해할 수 없다 하여도, 하나님이 아시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더 절박하게 의지하면서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걸어갈 것입니다.
목회적으로 판단할 때에, 볼티모어 교회의 앞으로 2년은 교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많이 떨리기도 하고, 또 많이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그러하셨던 것처럼 저를 밀어붙이실 것이고 또 저의 한계를 뛰어 넘어 그 자리에 서게 하실 것입니다.
729의 숫자가 다시 0이 될 그날을 잠시 마음에 그려 봅니다. 교회가 훨씬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 신앙이 넘치는 모습, 온 성도들의 마음에 믿음이 넘치고 영적으로 숫적으로 부흥하는 그 시간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날 이렇게 잠시 돌아온 날들을 묵상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기적처럼 저와 우리 교회를 이끄셨다고 그렇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믿음으로, 기도 들으시는 하나님, 그리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오늘도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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