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9일 금요일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 봤니? 50 - 오케스트라의 감동을 느껴보자! Diamond Symphony Orchestra VS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

 

아주 예전 이야기입니다. :) 아내와 연애할 때입니다. 아내가 연주회 표를 구해왔습니다. 무려 정명훈씨가 연주하는 연주회입니다. 제대로 된 연주회를 처음 가보는 것이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를 몰랐습니다. 아내가 세미 정장 정도는 입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잘 입던 파란색 잠바를 입었습니다. 
이런, 막상 세종문화회관에 들어가니, 모두가 정장 차림이었습니다. 오직 저만, 파란색 케쥬얼 잠바를 입고 있었습니다. 애써 주변의 시선을 무시하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런, 아내가 얼마나 저를 위해 신경을 썼는지 거의 맨 앞자리 맨 중앙이더군요. 

지휘자가 걸어들어오는 모습이 너무 가까이에서 보였습니다. 그리고 단상에 올가가기 전에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마치 그눈은, 당신은 클래식 연주회에 왜 이런 옷을 입었습니까? 라는 눈이었습니다. 늦었지만 정명훈씨에게 사과드립니다. :)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더군요. 

하지만 연주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저는 모든 것을 잊었습니다. 귀와 몸으로 전해오는 오케스트라의 무게감과 그 감동이 저를 완전히 휘감았습니다. :) 아마도 그때가 오케스트라를 제대로 현장에서 처음 들었던 날로 기억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90년대에만 하더라도, 보통의 가요에서는 스트링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 신디사이저를 사용했습니다. 그것으로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적인 거의 모든 곡은 오케스트라의 실제 악기들을 사용합니다. 

물론 실제의 악기를 녹음해서 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재정적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서 가상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용하는 무료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가상 악기에 대해서 간단히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 홈레코딩을 위한 저렴한 오케스트라 악기들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 THE ALPINE PROJECT, PALETTE – PRIMARY COLORS)

하지만 역시나 사람이 자꾸 욕심이 생긴다고, 뭔가 조금 더 리얼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집니다. 실력은 부족해도 적어도 머리 속에서 구현하는 어떤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가상 악기를 구입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마침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해서,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예산은 50불 정도로 잡았는데 https://audioplugin.deals 에서 딱 그 그 수준에서 할인가로 구입하였습니다.

아쉬운 것은, 아무리 뒤져봐도 인터넷에 별로 정보가 없었습니다. :) 사실 유명한 회사도 아니고, 별로 관심 받지 못하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사고 싶었던 8dio의 스트링 시리즈는 너무 좋아보였지만 예산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그나마 구글링을 해보니, 가볍게 사용하고 범용적으로 사용하기 좋다는 평이 있더군요. 

사실 아직 메뉴얼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스트링과 트럼본 그리고 플룻 정도만 사용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저의 포커스는, 과연 실질적인 무료 오케스트라의 최강자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 를 어느 정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였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만 넘어서는 수준이라도 충분히 좋기 때문입니다. :) 정품 콘탁에서 일단 스트링 전체를 불러낸 화면을 한번 보면 좋겠습니다. 


일단 위에 화면은 굉장히 그럴싸해 보입니다. :) 멋지죠. 물론 좀 촌스럽기는 합니다. :) 흥미로운 것은 왼쪽 상단에 보면 "TVEC4"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Kirk Hunter Studios라는 회사에서는, 자신들의 가상 악기를 TVEC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상 악기의 플랫폼을 계속 업데이트 하면서 최신 스타일이 TVEC4인 듯 합니다. 

Diamond Symphony Orchestra는 모두 다운로드 받을 경우에 45기가나 됩니다. :)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안에 폴더들을 열어보면 TVEC1 부터 TVEC4까지 모든 악기들이 왕창 들어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최신 플랫폼의 악기들만이 아니라, 과거에 본인들이 만든 올드 악기들도 다 넣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뭔가 왕창 모아서 싸게 팔아넘기는 약간 떨이의 느낌이 납니다. :)

중요한 것은 소리겠죠. 스트링 파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true legato 입니다. 현과 현이 연결될 때에 그 사이에 음이 빈 공간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입니다. Diamond Symphony Orchestra는 TVEC4의 경우에는 "SmartLegato"라는 개념으로 이것을 지원합니다. 솔직히 리얼 레코딩으로 이 간격을 메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뭔가 스크립트를 잘 짜서 메꾼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건반으로 눌러보면, 생각보다는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Articulations는 굉장히 다양하게 지원합니다. 일단 저는 Adagio를 눌르고 스트링을 사용해 봤는데 굉장히 부드럽게 연결되는 주법을 잘 표현합니다. 그리고 메뉴 상에서 Whole Division으로 1st 바이올린이 모두 함께 연주하는가? 아니면 Half, Quarter로 연주하는가를 선택할 수 있는데, 모두 해보았는데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단순히 소리가 빠지는 느낌이 아니라, 딱 바이올린 주자들이 실제로 점점 적어지는 느낌이 납니다. 

제가 Diamond Symphony Orchestra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현에서 비브라토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브라토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부분을 보기 위해서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의 화면을 한번 보시죠. 


동일하게 1st 바이올린입니다. 일단 무료 버전이라 모두 함께 연주하는 형태밖에 선택이 안됩니다. 그런데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이 버전에서는 현의 비브라토를 조절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왼쪽 하단에 다이나믹과 익스프레션이 따로 휠이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단순히 볼륨의 작고 큰 정도 밖에 조절이 안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리얼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건반을 누르면서 모듈레이션 휠을 통해서 다이나믹과 볼륨을 함께 조절하는 것 정도가 한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이올린 주자의 연주를 잘 보고 들어보면, 보통 현악기들은 마지막 끝음 쪽으로 갈 수록 비브라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아 이것이 진짜 현 소리구나 라는 것을 결정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를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사실 용량이 너무 작아도 엄청나게 고퀄리티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브라토를 넣거가 뺄 수 없기 때문에, 리얼감을 살리는데 있어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Diamond Symphony Orchestra가 두각을 드러냅니다. 아래 설정 화면을 한번 보시죠. 


동일한 악기의 셋팅창입니다. 맨 위에 보면, 벨로시티 볼륨과 모듈 우리 볼륨 컨트롤을 연동하는 셋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제가 이해하기로는). 그리고 건반을 누르면서 모듈레이션을 올리면, "비브라토의 강도"가 더 강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모듈레이션이 올라가면, 현의 비브라토도 훨씬 강해집니다. 

흥미로운 것은, 비브라토는 강해지지만, 현 자체의 볼륨은 그렇게 커지지 않습니다. 이건 추후에 DAW에서 벨로시티를 조정하면 현 소리 자체만 커지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좀 더 복합적인 컨트롤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현재 제가 발견한 정도만 적어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체 스트링의 리얼감을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제가 스트링을 편곡해서 녹음할 때에,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마치 내가 현의 주자가 된 것 처럼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비브라토를 넣을 수 있는 것은, 적어도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와 비교할 때에 비교할 수 없는 리얼감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

물론 약간 어색할 수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의 경우에는 모듈 휠과 다이나믹이 연동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데는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Diamond Symphony Orchestra처럼 추후에 각 악기들을 따로 다이나믹을 조절해서 흐름을 만들고, 일단 비브라토를 잘 살리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훨씬 좋게 들립니다. 

그리고 Diamond Symphony Orchestra의 결정적인 차이는, 솔로 악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 다른 것은 깊게 보지 않았지만 솔로 바이올린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Whole 바이올린에서 소리가 다 빠진 그런 맥 없는 소리가 아니라, 솔로만을 위해서 따로 레코딩 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소리입니다. 

특별히 이큐잉 하지 않은 기본 소리는 약간 인위적인 느낌이 있지만, 그냥 비브라토와 벨로시티를 조절하면 정말 그럴듯한 솔로 악기 연주가 나옵니다. 솔직히 굉장히 크게 감동 받았습니다. :)

아직은 현악기들만 기본적인 부드러운 주법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잘 모르겠습니다. 틈나는대로 공부해야겠습니다. 다만, 제가 놀란 것은, 용량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차이가 나지만, 사운드 퀄리티 자체는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가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플룻 소리와 트럼본 소리등은 솔직히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가 약간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곡 안에서 믹싱할 때에,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의 사운드는 앞으로 치고 나오는 리얼감이 굉장합니다. 스핏파이어가 왜 오케스트라 가상 악기의 선두 주자인지, 그리고 그 기술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게 되네요. :)

Diamond Symphony Orchestra를 구입한 기념으로,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해서 곡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솔로 바이올린, 1st 바이올린, 2nd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룻, whole 트럼본, whole 프랜치혼 이렇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드럼을 최대한 절제해서 넣고, 저의 코러스 세 트랙을 추가로 입혔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웹 상에는 Diamond Symphony Orchestra의 데모 음악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건 수 많은 시간을 들여서 본인 회사에서 만든 데모 음악입니다. :) 제가 만든 것은 이제 겨우 악기를 구입해서 많은 시간은 들이지 못했지만 벨로시티와 비브라토를 염두에 두고 정성으로 만든 그런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사운드를 뽑아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좋은 악기들은 너무 많습니다. 최신 악기에 비하면, 사운드도 그리고 인터페이스도 상당히 촌스러운 부분이 큽니다. 하지만 저의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저렴한 것으로 하지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구입했다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네요. :) 혹시라도 저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Diamond Symphony Orchestra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고려해 보실만한 좋은 악기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전체 글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2/10/blog-post_31.html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글

로고스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성경 공부하기 with 스터디 바이블 노트 Study Bible Notes (2023년 9월 업데이트)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 119:103) 누구나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는 말은 듣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꿀보다 달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

리딩 크리스천 독서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