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 수요일

목사님은 책을 어떻게 고르시나요? with 최근에 구입한 책들 / Blue Voyage - Tom Grant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훌륭한 목사님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배울 수 있고 또 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한 목사님께서 질문하셨습니다. '목사님은 책을 어떻게 고르시나요? 

이렇게 저렇게 대답은 했지만, 조금 더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질문은 저의 생각을 자극하고 거기에 맞는 대답을 내면에서 만들어가며 제가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글을 통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길 가운데 제 스스로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책을 고르는 것은 배움이다

합신에 처음에 들어갔을 때에, 저는 신학 쪽 서적에 지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영역에 잘 아는 분과 서점에 꼭 같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사라는 것을 다 샀습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참 좋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영역이라면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이미 여러가지로 시도한 이후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더 좋습니다. 거의 몇년 동안은 철저하게 배운다는 측면에서 저를 아끼는 분들의 책의 추천을 받아 구입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20대 후반입니다.


* 책을 고르는 것은 도전이다 

이후에 책을 보면서 약간 안목이 생겼습니다. 읽다보니 제 마음에 드는 저자들이 생겼습니다. 저는 신학책을 좋아하지만 교과서적인 따분한 책은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책이란, 가끔씩 찾아보는 백과사전이 아니라, 저의 영혼을 풍성하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제가 좋아하는 저자들의 책을 집중적으로 보았습니다. 박영선, 마이클 호튼, 로이드 존스, 프란시스 쉐퍼, C.S.루이스, 알리스터 맥그라스, 팀 켈러 등입니다. 그렇게 폭 넓은 저자들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분들의 저작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저의 생각의 바탕을 채워주고 또 세워준 소중한 분들입니다. 

신학적으로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혔지만, 아쉽게도 일반 서적으로는 상당히 헤매었던 시기입니다. 제 주변에 일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없었기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것저것 사서 읽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경영에 대한 책들을 좋아했고, 특별히 피터 드러커야 말로 저에게 있어서 진정한 멘토입니다. 이것이 저의 30대 입니다.

블로그를 오래 하면 좋은 것 중에 하나는, 과거의 저와 현재의 제가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짜릿한 순간입니다. 무려 12년 전에 적은 글을 읽으니, 조금은 유치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그 때 보았던 책들 중에 어떤 것들은 현재의 관점에서는 실패입니다. 그러나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충분히 진지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과거의 부족한 모습이지만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책을 가까이한다면, 행복 / A Song for You - 이승환
https://jungjinbu.blogspot.com/2012/08/a-song-for-you_5.html


* 책을 고르는 것은 여정이다

책을 고르는 것은 여정입니다. 긴 여행의 과정입니다. 12년 전의 제가 부끄럽지만 부끄럽지 않은 것은, 그 진지함이 이어져서 현재의 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많이 시도해보고 또 많이 실패해 보고 또 그 과정에서 발전하였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특히 책을 보는 안목과 감각 그리고 글 쓰기의 영역에서 그렇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쓴 책 추천에 대한 글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쉽게도 과연 그 이글이 처음 의도했던 효용이 있었는가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지만, 그러나 제 마음을 잘 담은 글입니다. 아래 글에서 소개한 책들은 저의 내면 안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 지금, 그리고 아마도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을 책들
https://jungjinbu.blogspot.com/2023/08/blog-post_30.html


* 최근에 구입한 책들

이런 여정 속에서 이제 저는 목회자로 신학적인 바탕 위에 일반 서적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는 중요한 이유는, 세상은 신학의 눈으로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신학은 세상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신학의 틀 하나만으로는 세상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반은총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완전한 하나의 어떤 체계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최근에 한달 혹은 두달 정도 안에 구입한 책 몇 권을 왜 구입했는지 잠깐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이 소개의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신다면, 아마 조금은 저의 내면을 이해하실 수 있고 또 책을 찾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 니체, 프레스트북스

제 아내는, 저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훌륭한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최근에 아내가 관심이 있다고 해서 구입했습니다. 니체의 글의 모음집입니다. 사실 저는 니체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아내가 추천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 역시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저의 행복입니다. 이제 읽어보려 하니 마음이 두근거리네요.

* 영광의 무게 / C.S. 루이스, 홍성사


생각해 보면, 루이스는 젊은 시절부터 저의 영혼의 멘토입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저를 인도하고, 또 그의 논리가 제 지성 속에 들어오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했습니다. 순전한 기독교를 기쁨으로 정독하고, 이제 그의 책 영광의 무게로 넘어갑니다. 더할 나위 없이 영혼의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책입니다. 이미 읽었지만, 이제는 그 내용을 제 영혼 깊숙이 새겨 넣기 위해 다시 읽을 차례입니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이어령, 열림원


저는 사실 이어령 교수님의 책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한권 정도를 살짝 읽어본 정도입니다. 제가 그때 느낀 감각은, 이분은 좋은 의미로 '나와는 다른 세상 속에서 사시는 구나' 였습니다. 이분의 지성의 움직임을 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제는 크리스천이 되어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셨던 그 마지막 인터뷰가 이 책이라고 소개 받았을 때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목사님이,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소개했을 때에는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읽으면서 여전히 따라갈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 강인함의 힘 / 스티브 매그니스, 상상스퀘어


이 책의 내용 자체는 그렇게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목회자로서 성도님들에게 해 줄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령 내가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을 알고 구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잘 정리된 내용으로 읽어보고 나의 것으로 온전히 소화할 때에야 그 효과가 온전해 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 아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 타이탄의 도구들 / 티모시 페리스, 토네이도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고, 탁월한 사람들의 수 많은 조언들이 압축되어 있는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물론 그 조언들의 양이 버겁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제가 하나라도 실천하는가 입니다. 이미 거의 다 읽었습니다. 그러나 두고두고 읽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아마 평생동안 옆에 끼고 있을 책이 아닐까 싶네요. 

* 의지력의 재발견 /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에코리브르


자기 계발을 논함에 있어서 '감'으로 글을 쓰던 시절은 사실상 끝이 났다고 봐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이제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쓰여지고, 그런 책에는 반드시 배울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공통적인 문제는 결국 의지력의 문제입니다. 목회자가 그저 '성경 열심히 읽고 기도 열심히 하세요' 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삶의 변화의 단초가 될 것을 기대하며 고른 책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의 책을 고르는 기준 중에 하나는 철저한 실용성입니다. 번역이 복잡하지만 원서가 글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아주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 속에 이미 빠져들었습니다.

* 감정 조절 / 권혜경, 을유문화사


보통 책을 살 때에는 일단 주제를 봅니다, 그리고 저자를 봅니다, 그리고 샘플을 읽어 봅니다. 그러면 거의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사실 이 책은 저자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프로필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작가들의 전문성을 하찮게 생각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이 중요한 주제에,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야 말로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미리 보기의 내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도님들과 대화해보면 대부분 감정 문제입니다. 앞으로 제 목회에 엄청난 유익을 주리라는 확신으로 바로 구입했습니다. 

* 한국 교회 트렌드 2024 / 류지성, 백광훈 외, 규장


이 책의 저자 중에 한분을 만나게 되어서, 그분의 글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구입한 책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글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자와의 만남은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정말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류의 책은 아니지만,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층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 무엇이 수업에 몰입하게 하는가 / 데이브 버제스, 토트 출판

섬기는 순장님들에게 아주 쉬운 북클럽 형태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그분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책을 찾다가 발견한 소중한 책입니다. 가장 탁월한 교사들의 전략과 내면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목회자 역시 동시에 교사이기 때문에 제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북클럽과 결합해서 교회의 소그룹을 책임지는 분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아주 기대되는 책입니다. 

* 부모학교 / 게리 토마스, 도서출판 CUP


교회 안에서 부모 교육을 위해서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이미 베스트셀러이기도 하지만, 읽고 북클럽 안에서 나누면서 참 내용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하게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그러나 충분히 성경적이고, 목회적이고 실제적이라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동적인 문장들을 넉넉하고 자유롭게 구사하는 저자가 참 부러웠습니다.

완벽한 책은 아니지만, 정말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분과 함께 나누면서 부모로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또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탁월한 책입니다. 

* '부모학교' 크리스천 북클럽 인도자용 자료모음

* 불변의 법칙 / 모건 하우절, 서삼독


사실 저라는 존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변화' 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갈 때에 변화가 초점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붙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혁신적인 발상이 좋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라는 식으로 논리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인간이 쓰는 책이라서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에게 좋은 통찰들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 대화의 신 / 래리 킹, 강서일


청년 시절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입하고 큰 유익이 되었던 그 책을, 이제 다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5만명을 인터뷰 했다는 그의 책은, 어떤 면에서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완벽한 구성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저를 일깨우고, 대화라는 기술을 통해서 목회를 영위하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될만한 책입니다. 물론 저와 함께 하는 분들과 나누기에도 너무 좋은 책입니다. 


* 나는 '오늘도' 읽는다 

돌이켜보니 저의 삶의 핵심은 '읽는 것' 자체였습니다. 저 역시 관심도 변했고, 좋아하는 저자들도 변했고, 책을 읽는 스타일과 마음 가짐도 변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읽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니 읽으면서 자랐고, 앞으로도 기꺼이 그럴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에게 혹시 제가 작은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읽을까 고민하기 전에 일단 읽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책을 부담 없이 읽으라는 것입니다. 물론 주제와 저자를 살펴보고 샘플 정도는 찾아봐야 합니다. 그러나 독서는, 나라는 한계를 넘어서서 나의 폭을 넓히는 행위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읽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쉬엄쉬엄 혹은 부지런히 읽다 보면, 그 읽음으로 인해 나의 자아가 성숙해 집니다. 그리고 성숙해진 나의 자아는 또 다른 길로 나를 인도할 것입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책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독서의 길을 걸어가다보면, 나의 작은 자아와 삶의 폭을 훨씬 뛰어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평생동안 그렇게 그 속에서 마음 껏 뛰어다니며 벅찬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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