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은, 왜 기독교에 지성이
필요한가 그리고 왜 독서가 중요한가에 대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 끙끙대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가, 그 글을 쓰기에는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좀더
준비한 이후에, 좀더 거시적이고 탁월한 시각으로 그 문제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부정적인 것들을 나열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지성과 독서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함으로, 다른 분들을 독려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공간은, 언제든지 무엇을 적든지 저의
자랑으로 보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시대가 더 이상 유학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에게 유학은 여전히 특권입니다. 어떤
어떤 책을 읽었다고 적는다면, 그저 책 많이 읽었다고 자랑한다고 보일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부작용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무서워하며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포기한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발전과 성숙이라는 것은 바라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느 단계까지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아주 중요하지만, 그러나 결국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는 본인의 확신, 영혼의 깊은 곳에서
부터 전해오는 가장 확실한 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성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기독교
역사 안에 견고하게 뿌리박아야 하지만, 결국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확신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달려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교육학을 지원한 이유는 어떤 의미에서 단 한가지입니다. 모두가 '훌륭한 신앙인이 되라' 라고
말할 때에, 저는 '어떻게 해야 훌륭한 신앙인이 되는가'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관찰과 사색의 결론은, 결국 그 안에 독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물론 더 깊게 들어가면 '질문하는 인간, 사색하는 인간 그리고 성령님의 조명'이 그 핵심에 있으나, 그것을 이루는 어떠한 틀을 찾는다면 그것은
독서입니다.
저는 어떤 분들이 어떤 책을 보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그 책이 그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청년부 시절 존경하는
배영진 목사님이 추천하는 책을 읽었던 것도, 신학교 시절 사랑하는 주재형 목사님이 추천하는 책을 읽었던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비록
어떤 의미에서 바보 같지만 그것을 그대로 읽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그것이 첩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생을 단순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상조차
못할 수 많은 환경의 변수와 우주보다 더 복잡한 인간이라는 존재 안에서 일어나는 지적인 변화에 대하여 어찌 감히 인간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모두의 지적인 수준이 동일하지 않은데 어떻게 한종류의 책만 강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너무나 큰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목회자의 한편의 설교, 한편의 글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결국 그것에 대해 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책이라는 거름입니다. 요즘에 더 그런 것을 느낍니다. 그 한 문장 한 문장은 말 그대로 영혼을 모두 녹여내어 연단하여 만들어진 가장 빛나는 금과 같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신이 읽는 책에 대하여 잘 소개하고 인도해가는 경우는 보기가 드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무조건 추천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도 읽어보지
않은 터무니 없이 어려운 책을 권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의 노하우로 여기고 읽은 목록들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종종 제가 어떤 책을 보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만약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그렇게 제가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결국 이런 공간 속에 글을 적는 이유도 삶과 지혜를 나누기 위해서니까요.
저는 솔직히 서평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책을 실제로 읽기 전에 편견을 가지게 할 때가 종종 있고, 마치 그 책에 대하여 다 아는 것 처럼
적어놓은 글이 오히려 제 자신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때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가급적 그 책에 대하여
원래 그 내용으로 접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필요하면 작가와 책의 배경 지식 정도를 찾아봅니다.
그리고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은, 왜 그 사람이 그 책을 보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너무나 두꺼운 책은 다 보지 않고 그저 구입해서 보관하거나 특별한 부분을 발췌해서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책이 저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을 보았는지에 대해서 짧게 두 문장 정도로 적는 것이 차라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7년 이상을 난이도를 떠나 주로 신학책을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의 결과물로 어느 정도 미래 교육 목회에 대한 나름의 방향과 청사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팀캘러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결국 그 신학의 틀 안에서 여러 세상의 학문들과 지혜들을 녹여 융화시켜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다양한 책을 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이지성씨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와 같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문 고전에 대한 강조는 아주 반길만한 풍토이지만, 그러나 결국 그러한 인문 고전과 탁월한 지혜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기독교적인 세계관 안에서 해석되고 조명되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준의 독서와 나눔이 저의 삶 가운데, 그리고 한국
교회의 성도님들의 삶 가운데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유학 생활이라는 것은 아주 단조롭습니다. 사실상
아주 많은 돈을 들여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할일은 책 읽는 것 외에 별로 없는 삶을, 성도님들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과 단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언제나 꾸준한 사람들입니다. 비록 그 읽는
정도에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가 함께 위대한 책들을 읽어나가야 한다는 그 목표는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1. 성경 / 하나님
어쩌면 기본적이고 꾸준한 성경 통독도 없이 신학을 논한다는
것, 혹은 설교를 논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쉽고도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꾸준한 통독과 고민만이 실제로 연관된 독서를 할 때에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저
역시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장이라도 좋습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2. 피고석의 하나님 / C.S. 루이스, 홍성사
루이스의
글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보석같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야 말로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고
세상의 참된 모습이 드러납니다. 아내가 구입했고 같이 보았습니다. 교육과
가정에 대한 그의 통찰이 너무 유익했습니다.
3.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펭귄 클래식 시리즈
고전중에 하나라 읽기 시작했고 절반 정도 읽었습니다. 일종의 백과사전과
같은 구성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 가진 가장 깊은 사고를 함께 따라간다는 것은, 이보다 더 큰 배움과 즐거움은 없는 듯 합니다. 특별히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을 얻었습니다. (차후에 글을 적어볼 예정입니다.)
4. 3살 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 스티브 비덜프, 북섬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학술적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아내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습니다. 열매의 탄생을 기다리는 제가 받은 감동과 영향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생명의 신비, 양육의 방법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5. 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 / 레슬리 스티븐슨, 갈라파고스
세계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종교들이 어떻게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바라보는가에 대한 관점을 적은 책입니다. 이 분야에 교과서적인 책이라는 평을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자유주의 기독교의 입장에 가깝게 조금 실망스럽게 기독교를 설명합니다. 현재 1/4 정도를 읽었는데, 유교가
결국 행위 구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점이 저에게 소중했습니다.
6. 이지철학 / 멍원젠, 책과함께
저에게
쉽게 철학에 대해서 설명해줄 누군가가 곁에 있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특별하게 이야기형식으로 철학자들의
논리를 설명해줍니다. 이해도가 30퍼센트가 안되는 것 같아
아쉽고, 저는 이 분야에 식견이 없어서 이 책에 대해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다른 철학책 보다는 조금 쉽게 읽히는 것이 위안이 됩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의미와 그 논리를 좀더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현재 절반 정도 읽었습니다.
7. 안철수의 서재 / 이채윤, 푸른영토
예전부터
좋게 생각했던 안철수씨가 어떤 책에서 어떤 유익을 받았는지 정리한 책입니다. 그렇게 깊은 내용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가 읽었던 책을 부분이나마 같이 읽고 지식을 확장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적어도 이 책 안에서 안철수씨는 그렇게 대단한 책을 읽은 것이 아닌듯 한데,
그 속에서 통찰과 지혜를 얻는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결국 읽는 사람이 문제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8. 무역 천재가 된 홍대리 / 이기찬, 다산북스
역시
이 분야에 문외한인 저는 처음으로 제목이 좋아서 읽었습니다. 글이 탁월한 것은 아니지만, 무역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얕게나마 아주 흥미있게 배웠습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마음에 떠오른 한마디. '그래! 우린 세계로
나가야되!'
9.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문예출판사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나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너무도 아프고 저린 마음, 이 책을 읽으면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 인문학자 스티브잡스를
말하다 / 이남훈, 팬덤북스
생각해보면 잡스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생전에 했던
여러가지 말에 대해서 각주 형식으로 저자가 설명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큰 통찰은 없지만, 잡스를 이해하고 애플을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때론
정말 무례하고 잔인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천재라는 사실은 변함없어 보입니다.
11. 돈의 원리 / 막스 귄터, 북스넛
주로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입니다. 워낙 이런 책을 본 적이 없어 내용이 궁금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재미가 있었습니다. 투자가 도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과감히 투기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글쎄요, 아직 제가 이 책을 소화할 능력은 없는 듯 합니다. 좀더 시간과 자료가 필요합니다.
12. 책을 읽어야 하는 10가지 이유 / 안상헌, 북포스
탁월한 책은 아니었지만, 독서를 강조하는 저자는 굉장히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이 되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3. 지식의 서재 / 한정원, 행성:B잎새
소위 사회의 지식인들이라 불리는 분들의 책 읽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그날 밤, 저의 책에 대한 나태한 마음에 엄청난 불이 붙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날, 전자책을 어떻게 대여해야하는가를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여기 언급된 대부분의 책들은 전자책으로 대출 받아 보았습니다.)
14. Magnifying GOD in Christ / Thomas R.
Schreiner, Baker Academic
안타깝게도 제가 신약 신학에 대해서 많이
약합니다. 주재형 목사님이 추천해서 비교적 얇은 요약본을 샀습니다.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읽기가 수월하고, 기본적인 신약 신학의 주제들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공부하면서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15. The GOD Who is There / D.A.Carson,
Bakerbooks
이곳에 있는 베이커 서점의 할인 코너를 뒤지다가, 보수적이고 믿을 수 있는 카슨의 책이라 보게 되었습니다. 팀캘러가 무조건 사라는 추천의 조언이 인상적입니다. 예전에 이애실 사모님 책으로 강의하면서, 일반적인 성도님들이 너무 어렵지 않게 성경에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강의 안에서는 스토리와 어느 정도의 본문 해석이 필요했습니다.
이 책은 성경 전체를 스토리와 본문과 어렵지 않게 신학을 개괄하여 종합해 놓은 아주 특별한 형태의 책입니다. 언젠가 강의를 할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속독해서 읽어보니 내용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16. Introduction to Philosophy - a
Christian Perspective / Norman L. Geisler and Paul D. Feinberg, Baker Academic
기독교적 관점에서 일반 철학을 설명하고 정리해놓은 입문서입니다. 서문에서 도입 정도까지를 읽었는데 다행히도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고 친절합니다. 특이하게도 철학의 역사순이 아니라 주제순으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ex)지식이란
무엇인가? 실체란 무엇인가? 궁극이란 무엇인가? 등등) 특별히 실체 부분에서 진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 중 존 듀이를
다루는 부분이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완전한 지리에서 듀이에 대한 비판과 연결점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17. Preaching the Gospel in a
Post-Modern World / Edmund P. Clowney, Timothy J. Keller
이것은 책은 아니고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목회학 박사 과정에 속한 수업이었습니다. 약 60페이지가 조금 넘는 강의안이 있습니다. 구글에서 제목으로 검색하시면 강의안과 아마도 무료 수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저의 목회와 설교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팀캘러는
박영선과 비교될만한 탁월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 하나를 방학동안에 본 것만으로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만큼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강의안
중에 언급된 책 6권 정도(최근에 쓴 우상에 대한 관점과
해석을 배우기 위해서)를 앞으로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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