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1일 토요일

참된 성숙의 길,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 서른 너머... 집으로 가는 길 - 윤종신


안타깝게도 생각은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숙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때론 '허공' 을 향해 손을 휘젓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아름다운 열매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인류 역사의 지성인들의 공통 분모가 '독서' 라는 것은, 언제나 틀림 없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제가 알리스터 맥그라스라는 신학자의 글을 어디선가 인용했을 때에, 누군가가 댓글로 '맥그라스를 조심하라' 라고 적어주었습니다. 아마도, 맥그라스가 전통적인 개혁주의적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역시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독서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 입니다. 독서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우리는 저자의 말을 주의 깊에 들어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나의 생각과 저자와의 생각을 견주어보아야 합니다. (사실상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면 나는 힘을 다해 그에게 반박하고 나의 의견을 '주장'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긴 고민 끝에 그의 말이 정말 옳다면, 그것에 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 도 필요합니다. 

장로교 합신교단에서 자라고 안수 받은 제가, 오순절 성경학교인 Christ for the nations institute 를 간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 결정을 위해,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 를 읽었습니다. 그가 보는 기독교의 긴 역사 가운데, 나의 미래를 향한 선택이 과연 옳은가 검증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그 책을 읽으면서 두주 동안 마음으로 전쟁을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저 평범한 저의 생각과, 천재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신학자인 그의 생각을 견주고 싸우는 것은 진심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 CFNI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말한 대로,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부흥한다는 오순절 교단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목회 인생에 있어서 큰 유익이 되리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리딩으로 리드하라 류의 책을 보는 많은 분들의 목적은 '자신의 출세' 일 것입니다. 혹은 '내가 어떻게 남보다 똑똑해 질 것인가' 일 것입니다. (물론 감사하게도 이지성씨는 그 책 가운데, 인문 독서의 목표와 그 열매는 그러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많이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일반독서와 인문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러한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순히 나 자신의 출세 혹은 천재적인 뇌를 만들어내고자 함도 아닙니다. 물론 성경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고, 혹은 성경보다 그것들이 우월해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제가 가진 기독교 세계관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가고, 그것이 참 진리라는 것을 견고히 인식하고, 저 자신과 다른 이들을 참되게 섬기기 위해서입니다. 참된 성숙은, 결국 자신의 것을 충분히 견고하게 만들고 동시에 남들과 자신을 견주어 봄으로써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본 이후에, 10년 정도를 이제 인문서적에 매진해야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마음 한편에는 서글프고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혹은 다른 누군가가, 좀더 내가 어렸을 때에 생각하는 법과 사고하는 법과 인문 고전들을 소개시켜주고 지도해주었다면, 나의 인생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입니다. 이제서야 철학 개론서들을 읽고 있으니 스스로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겨우 나의 이정도 수준으로 대학원을 나왔다고 그리고 목회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이 늘 있습니다. 그러나 후회만 하고 있기에는 인생은 너무 소중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아직 늦지 않습니다. 10년후에 그 때가, 제가 맞이할 수 있는 저의 진정한 전성기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 열매가 당장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선한 열매를 맺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과정들이, 그것을 향한 아주 작은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도, 언제나 그런 독서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을 적어봅니다. 방학동안 제가 읽은 책은 이제 다 적은 듯 합니다. 제가 잘하고 있으니 따라오시면 좋겠다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충분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성숙의 훈련입니다. 당신의 상황이 저보다 훨씬 좋을 수도 혹은 아주 많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라도 포기하지마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미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이루신 그리스도 안에 참 소망을 두는 것, 그것이 우리의 영원한 버팀목이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방학이 다 지나가버려 자유로운 독서의 시간이 없어지니 마음에 슬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작은 걸음들 안에 소망을 가져 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1. 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 김영희, 명진출판사 - 덴마크 대사 부인이 그곳에 거주하면서 교육 시스템과 그 나라에 대해서 관찰하고 적은 책입니다. 큰 기대 없이 보았지만 세계 행복지수 1위라는 덴마크의 교육이 굉장히 놀랍고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중학교 가기전, 대학교 가기전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가지는 1년 정도씩의 기간, 그리고 초등학교 기간을 담임 한명이 담당한다는 정책 등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결국 한 분야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가 제대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2. 화내는 당신에게, SBS 스페셜 제작팀, 위즈덤하우스 - 인간이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일반 학문적인 통찰을 정리한 책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주제인 만큼, 앞으로 곰곰히 생각하며 성경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을 발견했습니다. 

3. 도킨스의 망상: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알리스터 맥그라스, 살림 - 4년 전쯤에 우연히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그는 대중에게 진화론을 설파하는 알려진 학자인데, 책을 보고 너무 당황스럽고 화도 나고 분노를 삭히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신학과 과학에서 박사 학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맥그라스가 그 책,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진화론적 논리들에 대해서 반박하는 책을 썼습니다.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그리고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국내의 창조과학회가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창조론을 변호하는 입장에서 어떤 논점에서 변증을 해야 하는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4. 철학의 숲 길을 묻다, 박일호, 풀빛 - 이지철학을 억지로 :) 다 읽고 다음 책으로 읽은 책입니다. 이지 철학 저자가 중국 사람이고 번역이다보니 말이 모호하고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훨씬 선명하고 정리가 잘 되있고 글 자체도 정말 잘 쓴 책입니다. 이 책은 비록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지만, 간략한 철학의 흐름과 철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잘 되어 있습니다. 철학자들의 본문 자체보다는 주로 저자 자신의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5. 철학 역사를 만나다, 안광복, 웅진지식하우스 -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역사와 결합시켜서, 그 당시에 왜 그런 철학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역사에 늘 관심이 있지만 문외한인 제가 봐도 너무 재미가 있었습니다. 저번 글에서 적었던 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과 더불에, 한꺼번에 같은 주제들의 책을 보니, 서로 상호 보완하는 것을 느낍니다. 다만 역시나, 최근에 읽은 철학에 관한 4권책 다 기독교에 대해서는 다분히 편파적이며(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적었다는 것이 많이 보이는 점이 아쉽고 또 주의해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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