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사랑", 북클럽을 찾아서
저는 소위 말해서, "집돌이" 입니다. 집에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라면을 끓여서 먹으면서 가만히 앉아서 터미네이터2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제 마음 깊숙이 들어 있는, 저라는 존재의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끔씩, "내가 어쩌다 여기에 와 있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의 인생은 알 수가 없고, 하나님의 일하심은 "우리의 생각"을 항상 뛰어 넘습니다.
저는 "북클럽"을 사랑합니다. 저의 삶의 전부입니다. 인간의 성숙의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글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제가 인도할 수 있는 북클럽을 오픈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잠시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한 방식은, 저의 삶의 방식이 아닙니다. 유학을 시작하고 제가 경험한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가만히 있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 내가 사는 동네"에도 북클럽이 있지 않을까? 먼저 주변의 교회들을 다 찾아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주변 교회 중에서 북클럽에 포커스를 맞춰서 양육하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최소한 차로 한시간 정도 거리에는 없더군요, 그저 소그룹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모임들만 있었습니다.
갈급한 저를 불쌍히 여긴 아내가, 라이브러리를 찾아보라고 해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마침 동네 도서관에 adult bookclub 모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거기다가 줌으로 하는 모임이 아니라 in person 모임입니다. 갑자기 마음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아, 여기라도 가야하나?" (원래 제가 참석한 모임은 라이브러리 달력에서 지워져서, 다음 모임 스크린 샷을 넣었습니다)
* 꼭 가야할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일단 "누가 이런 자리에 올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전혀 낯선 사람들, 교회와 전혀 상관 없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믿지 않는 분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엄청난 특권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부담은, "영어"입니다. 아, 영어.. 저는 한국어가 좋습니다. 내 나라 내 언어입니다. 물론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하지만, 영어는 역시나 부담입니다. 거기다가 북클럽이라는 셋팅은, "가장 고급스럽게 혹은 정신 없게" 영어를 써야 합니다. 어떤 모임의 흐름 속에서, 다른 사람의 언어를 맥락을 살려서 듣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내가 과연 거기서 적응할 수 있을까?"
* 그래도 나는 "도전"한다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나는 그래도 도전한다" 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이 그렇습니다. 누가 간 길이 아니라 항상 저의 길을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본성은, "너 이미 충분히 바쁘잖아, 괜히 사서 고생하지마, 거기 가면 넌 너무 힘들고 불편할꺼야" 라고 줄기차게 말합니다. 그런데 저의 이성과 저의 꿈은 저를 흔들며 이렇게 말합니다. "진부야, 넌 거기 반드시 가야해, 거기에 너의 길이 있어, 너는 너가 해야할 일을 마땅히 해야해, 절대로 포기하지마" 저의 꿈의 이야기를 듣고 따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로젤 도서관은, 저의 집에서 겨우 5분 정도에 있는 도서관입니다. 그런데 차를 몰고 가는 그 길이 참 멀게 느껴집니다. 이미 몇번 가본 곳인데도, 주차장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데스크에서 컨퍼런스 룸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도서관 안에 방을 찾아갔습니다.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참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 좀 민망하긴 했어도
들어갔더니 오십대 정도 되는 여자분들이 앉아 계십니다. 나이가 있는 분들이 계셔서 저도 약간 당황했습니다. 그분들 중에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약간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물어봅니다. "혹시 북클럽 하러 왔니?" Yes, 엉거주춤 중간에 자리에 대충 앉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서 사람들이 다 들어옵니다. 약 여덞명 정도가 북클럽을 위해서 모였습니다.
처음에 놀란 것은, "전부 다 여성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인도하는 라이브러리언 한명이 남자, 그리고 제가 남자입니다. 나이대를 보니 제가 제일 어려 보입니다. 그리고 동양인은 저 밖에 없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은 오십대부터 칠십대 할머니까지 계십니다. 역시 모임 시작 전에 이야기는, "동네 가게 베이컨 가격이 엄청 싸다"라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긴장 됩니다. 왜냐하면, 베이컨 가격은 제 분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진짜 Book Lover 들을 만나다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위에 책에 대한 내용만 있고, 어떻게 읽어오라 등등의 가이드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알고보니 한달에 한권을 읽고 모인 그날에 그 한권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북클럽은 거의 다섯달 전부터 시작이 되었더군요.
모임 진행 형식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담당 사서는, 책에 대해서 약 열다섯개의 질문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질문 하나를 던질때 마다, 참여하는 분들이 각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습니다.
저는 겨우 챕터 두개 정도를 읽어 갔기 때문에 특별히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위의 책은 일종의 미스터리 장르인데, 저한테 물어보더군요, "Sam, 너는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니?" "어,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오늘 처음이라 책을 다 읽어야하는지는 몰랐어요." 모두가 웃으면서 저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록 책을 다 읽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가 너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모인 분들이 진짜 북러버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분위기"를 말입니다. 쓸데 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책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그 분위기입니다.
책 속에 흠뻑 들어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리고 서로 주고 받으면서 "내용을 확인" 받기도 혹은 "교정"하기도 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거의 한시간 이십 분 동안 그 자리에 있으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미국에 온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저의 영어는 얼만큼 늘었을까요? 사실 영어 실력 자체를 논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영어는 너무 어렵습니다. 뭐 제대로 문법적으로 말하는 것도 언제나 힘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이번 모임에 가서 느낀 것은, 제가 영어가 꽤 늘었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최근에 집중적으로 말해보카를 하면서, 확실히 "리스닝 파트"가 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외국인과의 대화로 들어가면, 정말 "물흐르듯이" 영어가 흘러가면서 들립니다. 적어도 제 관점에서는 스피킹보다 "리스닝"이 훨씬 중요합니다. 제대로 들을 수 없다면, 어설픈 반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찰나의 순간 속에서, 뉘앙스들과 발음과 단어와 문장들이 들립니다. 어떤 의미에서 내가 해석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이미 지나가는 문장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해보카를 통해서 꾸준하게 리스닝을 연습하고, 또 안들리는 단어와 문장 구조들을 계속 연습한 것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그 모임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 아쉬움, 그리고 벅찬 감격
저는 이미 북클럽으로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제가 공부한 관점"으로 이 북클럽을 평가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문헌에서 이미 본 것처럼, 미국에서 북클럽은 여성 중심이라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는 다르게 연세가 있으셔도 얼마든지 북크럽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크리스천 북클럽이 아니라서, "책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간접적으로는, 배경 인물들에 대해서 분석하고 나누면서 배움이 있지만, "정말 내 삶에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도하는 사서도 그저 질문을 잘 준비해서 제공할 뿐,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나 혹은 "적극적인 적용의 가이드" 등은 주지 않았습니다. 약간 "방관자의 입장"에서, 모임을 소극적으로 인도할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저 개인의 "작은 도전의 한 걸음"을 내딛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아마 예전의 저 같았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완전히 새로운 곳에, 전혀 다른 인종들 사이에서, 북클럽 모임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제 스스로가 리더가 되어서, 전혀 다른 인종들과 한 마음으로 크리스천 북클럽을 인도할 날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동양인 남자 혼자서, 그것도 제일 어린 사람이 와서 앉아 있으니 조금은 안쓰러워보였는지 헤어지면서 한 아주머니가 말합니다. "Sam, 우리를 두려워하지마, 다음에도 꼭 올거지", Yes,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저에게는 두렵거나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북클럽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북클럽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미 사서가 다음 책을 준비해서 가져왔습니다.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대출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아이들 책을 빌린 적은 많은데, 제가 제 손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것은 처음인 듯 합니다.
분위기를 보니, "최근에 쓰여진 책 중에 베스트셀러"를 읽는 듯 합니다. 책이 굉장히 두껍습니다. 이걸 과연 다음달까지 읽을 수 있을까? 종이책 보다는 아무래도 이북으로 사는 것이 훨씬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장을 집중적으로 읽고, 단어를 찾고 단어장에 저장하고 공부하면서 책에 대한 이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북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 구글 북스 & 네이버 사전
저의 삶의 중요한 화두는, "효율" 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효율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급적,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서 삶을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별 차이가 안나 보이지만, 1년 5년, 그리고 10년 정도 지나면 돌이킬 수 없을만큼의 격차를 가져옵니다.
한동안 영어 단어장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북클럽 책을 읽고 영어 공부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적절한 단어장"을 찾아 보았습니다. 목표는, "웹, 셀폰, 아이패드의 연동", 그리고 "편리한 단어장 기능" 등이 목표입니다.
처음에는 "Quizlet"을 조금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한계가 있더군요, 그것은 단어장 자체에 "발음기호"가 지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영어 공부를 할 때부터 절감한 것이 "발음의 중요성"입니다. 내가 어떤 단어를 공부할 때에 정확한 발음을 익혀 놓지 않으면, 절대로 "제대로 알아듣거나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네이버 사전"에 정착했습니다. 웹에서 사용하면서 "풍부한 뜻"과 "정확한 발음기호"를 볼 수 있습니다. 웹에서 저장하면, "셀폰과 아이패드"에도 "동일한 내용"이 뜹니다. 구글 북스는 "구글 번역"을 지원하기 때문에, 만약에 읽고 또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구글 번역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위의 화면은, 제 아이패드에 창 두개를 띄워 놓고, 영어를 소리내어 읽으면서 네이버 사전으로 모르는 단어를 찾는 화면입니다. 찾은 단어는 "바로" 단어장에 저장해 놓을 수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외우면서 공부하기 좋습니다.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이제 부지런히 공부하면 됩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아이패드에서 구글 번역을 사용할 경우 "창이 너무 작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창 이동"도 되지 않습니다. 아이패드 기본형에서 사용하는 것이, 저의 안드로이드 폰에서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구글 입장에서는 애플이 경쟁사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모든 편의성을 넣지는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 "내 도전"은 멈추지 않아
"다음 모임"이, 약 삼주 정도 남았습니다. 제 목표는, 책을 "완전히 소화"해서 들어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모임에 들어가보니, 사서가 던지는 질문이 복합적이고 심지어 두개를 한꺼번에 물어보기 때문에 바로 따라가기가 벅찼습니다. 그래서 모임 마지막에 이미 이야기해 놓았습니다. "혹시 이 질문들 미리 받아볼 수 있을까?" Yes, 큰 어려움이 하나 해결이 되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이 모임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첫 모임을 끝나고 나오니, 밤이 깊었습니다. 그날 따라, 어두운 밤 거리에 가로 등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갑자기 군시절이 생각이 나더군요. 여전히 제대가 전혀 보이지 않은 힘든 시간에, 소대로 돌아가는 밤 트럭에 앉아서 바라보던 가로등이 참 예뻤습니다. 마치 그것처럼, 삶이 어렵고 답답할 수록, 아름다운 것은 더욱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제 인생의 가장 어려운 첫 발을 내 딛을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앞 길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저, 주님께서 부어 주신 마음에 따라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오늘도 다할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앞길을 선하게 인도해 주시기를,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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