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사랑하는 친구에게 - 독서에 대해서 / 바람기억-나얼




사랑하는 친구에게.

오늘도 네가
무사히 행복하게 하루를 보냈기를 진심으로 바래.
그리고 너의 어려운 부분을 위해서
같이 기도하고 있어. 힘내렴.

나는 이곳에서
추석 기념으로 아내와 만두국을 끓여먹었어.
감사하게도 한국 마트가 있어서 떡과 만두를 샀고,
아내와 함께 맛있게 먹었어.
이제 한국 떠난지 일년이 훌쩍 넘어가니,
나도 모르게 한국이 그리운 것 같아.
아직 공부를 끝내려면 시간이 좀더 걸리니
좀더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 :)

갑자기 마음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빛이 어두움으로 들어온다'

너도 알다시피, 그리고 네가 말한 것 처럼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많지 않지만 또 적지 않은 책을 읽었어.
그리고 독서야 말로 아주 중요한,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첩경이고
중요한 길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언제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앙, 믿음, 성경, 하나님, 예배, 무릎, 기도, 눈감음, 바램, 간절함'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해.
그것은 언제나 어두워져 있는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하나님의 능력이고, 한없이 무기력하고 연약한
우리들이, 새로운 생명을 찾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자기 전에
아내 손을 잡고 기도하는 것이
이제 조금은 습관이 되었어.
짧은 기도이지만, 하루를 하나님 앞에 감사하고,
행복한 잠자리를 간구하고,
태중에 아기가 건강하기를 소망하는 시간은,
세상에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신적인 시간' 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그 시간이, 이곳에서의 하루를 지나며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 같아.

글쎄, 나를 향한 너의 질문에 굉장한 진지함을 느껴.
"책을 잘 읽는 법, 요약하는 법, 통찰과 영감을 주는 것"
어떻게 해야 그것을 얻을 수 있는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내가 너에게 어떻게 대답해 줄 있을까?

만약에 네가 그저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다면
그저 나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겠지만,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 역시 많이 고민을 했어.
그래서 며칠 동안 곰곰히 생각해 봤네.

어쩌면 네가 나에게 던진 질문은,
성도로 또 목회자로, 그리고 아버지로서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질문인 것 같아.
너처럼 가장 아끼는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앞으로 섬길 성도님이, 그리고 나의 자녀가
바로 그것에 대해 물어본다면,
내가 무엇이라고 대답해 줄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근래들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이십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지나면서
많이 생각했던 바로 그 부분을 네가 물어본 것 같아.
그리고 이제는 조금은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랑하는 친구야,
통찰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도전' 과 '대화' 에서 온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가장 탁월한 저자'를 향한
'도전과 대화' 라고 생각해.

너도 아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많은 책들이 있지.
누가 그 책을 평가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라는 기준이? 혹은 고전이라는 기준이?
사실 잘 모르겠어. 그러나 나는 한가지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언제나
그 책이 나를 향해 '도전' 하고 있는가를 물어보고 싶어.

어쩌면,
어떻게 책을 정리하는가는 두번째 문제일지도 몰라.

오늘도 학교 과제로 책을 읽었어
"How to Read a Book / Mortimer J. Adler"
꽤 유명한 책인 듯 해. 좋은 이야기가 많이 적혀 있더구나.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분석적으로 읽는지,
어떻게 필기구를 사용할지, 어떻게 index를 사용할지,
어떻게 해야 시간을 절약할지,

그러나 그것은 정말
부수적인 문제일지도 몰라.
돌이켜 보면, 책을 잘 읽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을 몇권 봤고,
그리고 그 중에 내가 이미 적용하는 것들이 많이 있는 것도
발견했지만, 정작 그것이 내 핵심은 되지 못했으니까.

가장 실제적인 것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zotero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번 검색해서 찾아보렴.
네가 원하는 주제별로 모든 자료들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심지어 논문에서 각주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줘.
나도 1년 정도 전부터 목표를 가지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어.
그러나 너도 알겠지.
단순히 자료가 우리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 역시 네가 원하는 궁극적인 정답은
아닐테니까.

사랑하는 친구야,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은 하나도 정리하지 못한 것 같아.
그러나, 만약에
누군가 그 책을 들고와서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면,
밤을 세워서라도 말할 수 있어. 아니 말하고 싶어.
누군가 나에게 어떤 책이 나의 인생에 가장 감동 깊었냐고,
진심으로 물어본다면, 난 그 사람과 밤을 세워서라도 이야기할꺼야.
왜냐하면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생명' 과 같은 것이니까.

나에게는 따로 요약해 놓은 자료도 없어.
그리고 나에게는 정리해 놓은 노트도 없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마치 하나의 줄거리처럼,
하나의 큰 줄기처럼 내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을 느껴.

왜 그럴까?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그 모든 저자들을
정말 내 마음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그들을 존경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마치 늘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는 내가 읽은 내용들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미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생명과 같은 것이 되었어.

나는
마이클 호튼을, 필립 얀시를, 맥그라스를, 로이드존스를,
박영선을, 루터를, 루이스를, 정말 사랑해. 난 그들을 존경해.
그들은 내 전부야.

비록 그들이 신학적으로는 조금씩 다른 입장에 서 있고,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또 어떤 이들의 비난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을 정말 사랑해.
왜냐하면 그들은 인생에 있어서, 신앙에 있어서,
내가 경험한 모든 것에 있어서
나를 향해 '도전' 했기 때문이야.

나는 어떤 책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보다,
어떤 책을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너도 동감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소중해.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진지해.
아픔과 슬픔, 고통과 눈물, 기쁨과 환희, 감격과 흥분,
이 모든 것들이 얽혀 있는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소중해.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이렇게 저렇게 설명할 수 없지.
그것은 신앙도, 인생도, 모든 것이 마찬가지인 것 같아.

인생에 대해서
쉽게 쓰여진 많은 책들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나 나 자신에게 질문해봐,
인생이 그렇게 쉬운 것일까?
그저 기도 한번 한다고 모든 것이 뚝딱 해결되는 것일까?
그저 그렇게 몇가지 룰들을 지킨다고 성숙해지는 것일까?
잘 정리된 책 몇권을 읽으면,
나도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어쩌면, 인생은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야만
이해되는 아주 어려운 것인 것 같아.
그리고 그 시간들을 지나면서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가고
그분만이 우리의 전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겠지.
그리고 내가 읽은 모든 내용들의 그 끝에는,
결국 주님이 계시고,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이 설명된다는 것을 경험해.

그래서 나는 진지한 작가들을 좋아해.
그들은 모두가, 우리가 가진 편견과 습관,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질문' 하고 '도전' 하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내가 한 것은 그저,
그들의 '도전' 에 '동참' 한 것 밖에 없어.

나는 정말 그들과 '대화' 했다고 생각해.
그들은, 내가 책을 펴서 그 책의 첫줄을 읽는 그 순간부터
나에게 말을 걸어 왔어.
가장 어렵고 심오한,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그들의 고민을 나에게 말했어. 그리고 난 대답하고 질문하고,
단번에 답이 나오지 않는 그 질문에 대해서는
몇년이고 마음에 품고 있었어.
줄을 치고, 물음표를 그리고, 수도 없이 책의 귀퉁이를 접고,
몇시간이고 걸으면서, 마음에 새기고 고민했어.

어쩌면, 참된 독서는,
정신이 조금 이상해지는 것인지도 몰라.
이미 몇권의 책에서, 참된 독서라는 것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이미 확인했어.

인류사에 남을만한
가장 훌륭한 저자들과의 만남, 대화, 질문, 도전,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있어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혹시 네가 조금이라도 감동을 느낀다면,
바로 그것이 감동의 원천이고, 어느 곳에서도 홀로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나의 유일한 피난처야.

나도 네가 생각하는 것 처럼,
기독교라는 것은 결국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관계 안에서 성숙해간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것이 바로 교회의 비밀이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인의 성장이라는 것은,
내가 위에서 설명한 '그 어떤 것'을 통해서 일어난다고 생각해.
그것은 '학위' 와는 다른 또다른 어떤 것이고,
'공부'와는 다른 또 다른 어떤 것이고,
'교육' 이라는 단어와는 또 다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

네가 공감하는 것처럼, 우리는 많은 지식을 필요로해.
그것이 생활에 관련된 것이든, 혹은 신앙에 관련된 것이든,
그러나 결국 그러한 지식을 담아두는 그릇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들은 모두 흩어져 버릴꺼야.

어떤 이가,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는 자신만의 그릇 안에서 그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러므로 결국 너와 나에게 주어진 주제는,
우리가 우리의 인생과 모든 것을 담아낼 그 그릇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그릇은 결코 순간의 책 몇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고,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고 고민하고 도전하는
그 독서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사랑하는 친구야,
네가 원하는 대답을 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
분석적으로 쓰는 것보다, 오히려 은유적으로 쓰는 것이
너에게 더 유익할거라고 생각해.
나의 짧지만 장황한 글이 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래.

나는 말할 때 눈이 빛나는 사람을 좋아해.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말함에 있어서
확신과 자신과 감격을 표현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네가 바로 그런 사람 중에 한명이야.

우리가 다시 만나서 함께 이야기할 때에,
나의 눈이, 그리고 너의 눈이
더욱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래.
우리가 읽은 책들에 대해서 경험에 대해서,
그토록 위대한 그들과의 대화가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가에 대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할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래.
너를 위해 계속 기도할께.

너를 사랑하는 친구 진부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글

로고스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성경 공부하기 with 스터디 바이블 노트 Study Bible Notes (2023년 9월 업데이트)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 119:103) 누구나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는 말은 듣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꿀보다 달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

리딩 크리스천 독서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