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삼성병원 암병동을 다녀왔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바삐,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아름답지만 그러나 차가운 병원의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어지럽게 뻗어있는 복도를 지나 조심스레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故 김경주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지만, 두 부부의 얼굴은 너무 밝았습니다. 집사님의 손을 꼭 잡고 간절히 기도 할 때, 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냥 마음이 아팠습니다.
집사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마음이 먹먹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구나 죄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사람이 있습니다. 남을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을 원망하고, 어려워도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의 짐을 묵묵히 감당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집사님이 바로 '그런 분' 이셨습니다.
왜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아픈 일이 일어나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언제나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논리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감정은 논리보다 앞서고, 슬픔은 신학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 자신이 그렇습니다. C.S.루이스가 이미 '고통의 문제'를 썼지만, 아내를 잃고서 새롭게 고통을 이해한 것 처럼, 우리는 큰 아픔과 슬픔 이후에야, 우리의 신앙을 발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그리고 우리의 믿음이, 참 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사람들입니다.
이곳에 멀리 떨어진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같이 슬퍼하는 것, 자신의 반쪽인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남편의 아픔 앞에서, 삶의 기둥이자 모든 것인 엄마를 잃어버린 자녀의 상실 앞에서, 자녀를 먼저 가슴에 묻어야 하는 어머니의 눈물 앞에서, 연약한 목회자인 제 자신도 함께 눈물 흘리고 아파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저의 마음 가운데, 그리고 고인을 사랑했던 모든 분들의 마음 가운데, 故 김경주 집사님이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분의 아름다운 신앙이, 고통 가운데서도 지켰던 그분의 믿음이,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미소가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깊은 슬픔 가운데 있는 고인의 가족들에게,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주님의 참된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모든 절망의 끝에 있는 '죽음' 과, 그리고 그 죽음조차 이기신 주님의 '승리'가, 낙심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원망하는 우리의 마음에 다시 찾아오기를, 때론 우리를 버리신 듯한 상황으로 인해 어둡고 차가워진 마음이, 그리스도 안에 확정된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으로 녹아지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날 다시, 집사님의 환하고 따뜻한 미소를, 그 어떤 고통과 슬픔도 없는 주의 나라에서 다시 뵙기를..
그래서 오늘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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