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아직 늦지 않은 우리 / Maybe tonight -Earl Klugh




합신에 재학 중일 때, 박영선 목사님의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갖 입학한 의욕이 넘치는 젊은 전도사님 한분이 손을 번쩍 들고 목사님께 질문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신학을 잘 하기 위해서 무슨 책을 봐야 합니까? 책을 추천해주세요." 그때 목사님이 해 주신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이미 늦었어!" 전혀 엉뚱하고 당황스러운 대답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한동안 그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박영선 목사님이 조금 잔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서, 젊은 사람의 의욕을 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조금은 목사님의 의중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학술적인 글을 쓰기 위한 방법들을 배우고, 주제를 잡고 자료를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정말 많은 책을 빌렸습니다. 며칠 동안 묵독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역시나 지금까지 하던 대로 소리를 내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제가 제 영어 실력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시 초등학교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마음이 좀 낙망도 되지만, 어떤 의미에서 마음이 아주 젊어진 것 같습니다. 또박또박 소리 내어서 읽는 책은, 점점 나의 것이 되어 갑니다. 도서관에서는 도저히 민폐가 될 것 같아, 자료를 찾을 책을 다 빌려서 집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떠듬떠듬, 그러나 큰 소리로 힘을 내어서, 읽으며 저자들의 논리와 마음을 따라가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저의 인생을 돌아볼 때에, 많은 부분에서 많이 늦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영어가 그렇고 책이 그렇고 논리가 그렇고 인생에 대한 배움이 그렇고 또 인격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러한 사실이 마음을 지나치게 억누르거나, 지배하지는 못하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시작한 발걸음은, 비록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한 발걸음이 진중하고 신중하기를 원하고, 비록 완전한 그것에 다다를 수 없다 하더라도, 위대한 목표를 향해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힘차게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큰 희망은, 분명히 이런 저의 배움과 시간들이, 또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들과 저와의 만남은, 그렇게 '늦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열매' 가 태어나면 가르쳐 줄 것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곳에서의 배움과 시간들을, 그리고 인생의 아름다움과 학문과 신학과 인생의 길을 가르쳐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연약한 분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유익을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함께 신앙의 길을 이야기하고 바른 길을 가실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예전 언젠가, 늘 희망을 외치던 분의 스스로 생명을 끊었던 사건을 두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절대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힘든 부분을 억지로 못 본체하고 덮어버림으로써, 그래서 과장된 희망을 쫓음으로써 오히려 더욱 절망에 빠지는 지도 모릅니다.

아내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을 정확히 바라보는 눈' 을 가지자고, 그러나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 은 놓지 말자고. 이곳에서 공부하는 그리고 살아가는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도, 아주 작은 희망들과 소중한 유익들과 기쁨을 놓치지 않는 저와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믿음의 성도님들 역시, 그런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비록 어떤 의미에서 '이미 늦은' 우리라도, 오늘의 한걸음을 통해서 얼마든지 '이제 시작'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 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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