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9일 일요일

성숙 / 비 오는 거리 - 이승훈


처음 아내를 만나고 데이트 할 때는, 늘 아내가 저보다 체력이 좋았습니다. 몇시간을 함께 걷고서도 아내는 의기양양했고, 저는 그만 지쳐 버리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방긋 웃는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생생합니다. 그때에는, 앞으로도 그렇게 쭉, 아내가 건강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오늘 주일 아침 일어났는데 아내 얼굴이 좋지 않았습니다. 간밤에 꿈을 꾸며 울길래 달래주었는데, 몸이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며칠 째
 배탈이 나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침에 기운이 많이 없었는지 일어나자 마자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제가 먹을 것은 많은데, 아내가 먹을 것은 마땅치 않았습니다. 교회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 도저히 아내는 나갈 수 없는 상황이고, 아내 혼자 먹을 것을 준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와서 처음으로 교회를 못가고 아내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급하게 마트에 가서 호박과 우유를 사서, 아내의 지시에 따라서 호박죽을 만들었습니다. 아내가 조금 먹었지만 여전히 배탈은 낫지 않았습니다. 배고프고 또 배아픈 상태로 아내의 하루가 겨우 지나갑니다.

그렇게 건강하고 활발하던 아내가, 거의 집에서만 지내고 무엇을 먹는 것도 쉽지 않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것이 그만큼 힘들고, 큰 인내와 수고와 눈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아내를 보면서 배우게 됩니다.

함께 예배 드리면서, 아내를 격려하기 위해 힘찬 찬양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했습니다. 하늘의 능력을 위해서, 쉽지 않은 인생 가운데 주님만 의지하도록 돌아가며 기도했습니다.

인간은 결코, 평범한 혹은 편안한 삶 속에서 그 본모습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가장 혹독한 상황에서, 견디기 어려운 감정 속에서, 얽히고 섥힌 그 고통 속에서, 감추어져있던 신앙과 인격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모습인지, 그 진실한 내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면서, 미안하게도 아내에게 몇번 짜증을 냈습니다. 그래도 가급적 아내가 힘들지 않도록 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때론 아주 많이, 마음이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희망을 주는 주님을 닮은 친절한 사람이, 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것 보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가 상상하는 바로 그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받는 사랑' 에서 '주는 사랑' 으로 변화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는 것, 그것이 주님 안에서 참된 성숙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는 저의 지금의 시간이, 바로 그 때 인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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