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 그대라는 말 - 정엽


중학교 때 한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순박하게 생기고, 집안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친구였습니다. 학기 초에는 굉장히 친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일로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사과를 했지만 저는 마음을 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학년이 끝나는 내내, 그 친구를 마음으로 무시했습니다. 그 어떤 화해의 신호에도 응답하지 않고, 마치 그 친구가 없는 것 처럼 철저하게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교묘하게, 그 친구가 외로움을 느끼도록 일부러 행동했습니다. 사실 그 모든 과정과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제가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지금까지, 아주 오랫동안 그 일은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부끄럽고 슬픈 감정, 그리고 왜 그렇게 그 친구에게 잔인하게 행동했을까 스스로 곱씹어보며 끊임 없이 반성합니다. 그 친구가 저 보다 가난하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친구 정도는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그 친구보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기독교를 알아가고, 복음을 알아갈 수록, 저의 지난 시간이 부끄럽고 슬프고 아픕니다. 그리고 더 사람을 조심스럽게 대하게 됩니다. 결국 복음의 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되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결국 우리의 신앙을 이야기해 주는, 가장 유일한 한가지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서 안다고 하는 것,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틀 안에서 해석하는 성경과 인생에 대한 이해는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외적인 그 어떤 것, 실용적인 그 어떤 것으로 사람을 대하는 세상의 풍조를 거슬러,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그 사실 하나로 존중하고 아끼는 것입니다. 더 이상 사람을 외모로, 학벌로, 재산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그 사실 하나로 인하여, 그 사람 앞에서 허리가 숙여지고 아끼고 보살피는 바로 그것이, 진정 거듭난 우리의 정체성이며 거듭남의 열매입니다.

이 세상에,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사람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사람입니다. 아무리 답답한 나 자신이라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결국, 그리스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사람을 아끼고 싶습니다. 내가 얻고자 하는 이익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뭔가 호감가는 어떤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복음의 역사를 제 삶 속에서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요즘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만큼 며칠 동안 허리가 좋지 않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약해지지 않도록, 깊은 마음 속에서 용기와 자신감이 솟아나도록, 제가 마땅히 해야할 바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인내할 수 있도록,

그래서 오늘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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