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해 보기 전에는 그 결과를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도전하기를 종종 주저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볼티모어 교회를 섬기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예배의 독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민 교회는 미국 교회에 비해서 예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예배 드리러 오셔야 합니다 라는 의무감만으로는 성도님들이 오시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오히려 각 예배의 특징이 분명하고 각각 다른 은혜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교회를 부흥하게 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 중에서 수요 예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교리 설교입니다. 물론 부임하고 나서 미룰 수도 있었습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 처럼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냥 미루면 언제 시작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바로 교리 설교를 시작하였습니다.
뉴시티교리문답은 복음 연합에서 준비한 좋은 문답서입니다. 물론 아주 냉정하게 말하자면 웨스트민스터 교리 문답이나 하이델베르그 교리 문답보다 부족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내용을 구분해 놓은 점에서는 약간 무질서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관점에서 조금 더 읽기 쉽게 정리했다는 점, 보수적인 신학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해설을 연결한 점에서는 참 탁월한 자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교리 설교를 목표로 삼으면서 제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은, 지루한 교리 설교입니다. 당연히 교리라는 것은 논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것만 강조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지루해집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루하지 않도록, 더 마음에 와 닿고 적용적인 설교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준비했습니다.
겉으로 볼 때에 저의 교리 설교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쉬운 교리 설교가 더 어려운 듯 합니다. 쉬운 말이지만 그 안에 진리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깊이 있는 내용들을 잘 읽어내고 제가 충분히 소화해서, 볼티모어 교회 성도님들에게 꼭 합당한 내용으로 빚어가는 것입니다. 담임 목회를 해보니, 교리 자체를 무조건 전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섬기는 성도님들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충분히 변환시키는 것입니다.
막상 교리 설교를 해보니, 어떤 흐름으로 설교를 끌고 가야하는지가 막연했습니다. 그리고 로고스를 통해서 교리 설교를 준비하니 어떤 식으로 레이아웃을 만들지, 혹은 어떤 식으로 어떤 자료를 볼지에 대해서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리한 것을 함께 공유합니다. 만약에 뉴시티교리문답으로 설교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작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설교의 내용
먼저 설교 전체 구성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일반적인 혹은 지루한 교리 설교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체 설교의 흐름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시도해보면서 고민했습니다.
현재 어느 정도 정착한 설교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교리 내용과 관련된 사회적인 상황 혹은 성도님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으로 설교를 엽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영화 포스터가 연속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내용이 오늘 교리와 연결이 되어 있다고 말하며 교리를 실제로 같이 읽어 봅니다.
그리고 이 교리는 성경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드리면서, 성경 구절을 함께 읽습니다. 그리고 성도님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남을 수 있도록 괄호를 넣고 간단히 암송합니다. 이후에 성경 본문에 대한 주해를 하고, 그리고 그 주해와 교리를 다시 연결합니다.
그래서 저의 설교는 아주 엄밀하게 말하자면 강해 설교에 더 가까운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이 좋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교리를 읽고 거기에 대한 답을 설명하는 것 정도로는 마음에 감동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씀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고, 이것의 핵심이 바로 이 교리이다 라는 방식으로 내용을 연결하면 훨씬 힘있게 설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 안에서 우리의 지성, 감성, 그리고 삶의 실제 영역에서 적용할 부분을 찾아서 가능하면 분명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설교의 내용으로 구성합니다. 사실 모든 교리에서 적용점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해설서는 해설에 보통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속적인 내용으로 교리가 나오기 때문에 적용이 겹칠 가능성도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용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자체가 제 스스로의 영적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성도님들의 영적인 집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교회적인 준비
위에 이미지는, 볼티모어 교회 주보의 뒷면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주일 주보에는, 다음 주 수요일에 다룰 교리 문답과그 교리의 해설 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가 뽑아서 넣습니다. 일단 교리 자체가 익숙해 지실 수 있도록 계속 홍보하는 의미가 있고, 그리고 성도님들께서 설교를 듣기 전에 미리 한번 생각해 보시면서 수요일을 준비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 로고스 레이아웃
그렇다면 이제 제가 교리 설교를 준비할 때에 사용하는 로고스 레이아웃을 설명드립니다. 아주 간단한 레이아웃입니다. 레이아웃을 크게 양쪽으로 나누어서 왼쪽에는 개역개정 성경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라이프 성경 사전을 넣었습니다.
이제 오른쪽에는 교리문답 인도자 가이드를 띄워 놓았습니다. 그 옆에는 교리 문답 해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설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리와 함께 하는 가정 예배,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기독교 강요, 마지막으로 기독교 강요 완전 분석을 배치했습니다. 이제 각 자료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 뉴시티 교리문답 커리큘럼 인도자 가이드 (3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자료입니다. 이것은 원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료가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가르칠 때에 더 효율적으로 교리를 가르치도록 만들어진 가이드입니다. 가장 좋은 점은, 내용이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최대한 설명하려고 했기 때문에, 설교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데 있어서 큰 유익을 줍니다.
* 뉴시티 교리문답 및 해설 (2권)
뉴시티 교리문답에 대해서 기본적인 해설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과거의 신학자들 그리고 현재의 신학자들의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제 혼자 능력으로 교리와 이런 해설을 연결해서 찾으라고 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 연합에서 너무나 탁월하게 내용을 구성했고 읽으면서 탁월한 신학자들 그리고 목회자들을 글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장점입니다.
물론 책으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실은 모든 자료는 웹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들어가시면 교리 문답과 해설을 영상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맨 아래 링크는 영어 버전과 해설입니다.
* 뉴시티 교리문답
* 사나 죽으나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무엇입니까?
* Question 1 What is our only hope in life and death?
*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설교
다음으로 제가 참고하는 것은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설교입니다. 사실 뉴시티 교리 문답 자체가 하이델베르크 교리 문답을 기반으로 하였기 때문에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미 잘 만들어진 교리 설교 자체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떤 부분은 살짝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이신 윤석준 목사님께서 보수 신학을 기반으로 참 잘 설교하셨다고 항상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동일한 내용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보수적인 목회자의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유익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살펴보니 로고스에서 자료를 찾을 수가 없네요. 아마 일전에 부흥과개혁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기존에 있던 책들이 데이터 베이스에서 제외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이 나오자 마자 구입하였는데 아마 아쉬워하는 분들이 꽤 되실 것 같네요. 그래서 사실 로고스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무조건 빨리 구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출판사와의 계약이 파기될 경우 더 이상 로고스 안에서 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단은, 기독교 강요를 꾸준히 읽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칼빈의 마음과 그분의 성경에 대한 이해와 신학을 곰곰히 묵상하며 읽어나가는 것은, 영혼에 큰 기쁨이 됩니다.
* 칼빈과 함께한 20일, 드디어 그의 마음에 조금 다가가다
그런데 처음 시작하는 기독교 강요는, 깜짝 놀랄만큼 정말 요약을 잘했습니다. 기독교 강요의 내용과 그 무게를 잘 살리면서도, 누구라도 읽기 쉽게 정리했다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독교 강요를 다 읽기 전에 개괄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살피기가 좋아서 종종 같이 읽어보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칼빈이 인용하는 고대 신학자들의 인용 내용이 살짝 어그러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거스틴에 대한 인용 자체를 적어 놓지 않고, 저자가 이해한 인용의 요약을 적어 놓는 식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만 정말 깊이 있는 칼빈의 의도를 알고 싶다면, 기독교 강요 자체를 같이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교리와 함께 하는 365 가정예배
이 책은, 교리를 바탕으로 가정 예배를 드리도록 만들어진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쉬운 언어로 쓰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교리도 여러 군데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으로 그 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통찰력을 저에게 주기 때문에 그래서 열심히 읽어보는 편입니다. 저자이신 임경근 목사님께서 이렇게 귀한 책을 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칼빈의 기독교강요 완전 분석
이 책은 마치 마인드맵처럼 기독교 강요의 내용 자체를 분석한 책입니다. 기독교 강요 한글 번역본은 로고스에 들어 있지 않지만, 이 책이야 말로 로고스 자료 안에서는 기독교 강요에 대해서 가장 충실하게 내용을 담아낸 책입니다. 전체 큰 그림을 빠르게 찾으면서 중요한 부분들을 계속 읽어보면서 설교를 준비합니다.
* 라이프 성경사전
제가 마지막으로 자주 보는 것은, 성경사전입니다. 교리는 논리적인 설명이 필수적인데, 그럴 때에 종종 단어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모호한 정의를 통해서 논리를 펼치면 반드시 모호한 결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라이프 성경사전은 성경의 단어들을 정의하고, 그 단어들을 바탕으로 교리를 설명할 수 있게 해주는 정말 중요한 책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사전의 중요성을 무시하지만, 사실 학문적인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전을 참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비록 라이프 성경사전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사용할만하며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그 편의성이야 말로 최고입니다.
* 아름다움을 향하여 나아가다
지금까지 대략 열세번 정도 교리 설교를 하였습니다. 뉴시티교리문답이 일년 과정임을 생각한다면 무려 1/5을 넘어간 것입니다. 바쁜 목회적인 일정에서 미리 설교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들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느끼는 것은, 교리 설교가 너무나 필요하고 또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점입니다.
성경을 바탕으로 한 신학적인 내용들을 배우고, 하나님을 그 안에서 깊이 배워가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교리가 우리의 마음 그리고 삶과 떨어져 있지 않고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교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아름다우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비록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여정을 통하여 저를 빚어 나가시고, 또 사랑하는 볼티모어 교회 가운데 더욱 큰 은혜를 부어주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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