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에는, 누구를 만나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약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중년의 저는 이것에 너무나 공감합니다. 누구를 만나는가 그리고 누구의 조언을 듣는가는, 사실상 그 사람의 전부입니다.
11년만에 은사를 다시 만났습니다. 용인의 하늘문 교회를 섬기시는 배영진 목사님이십니다. 영국 유학 후에 청년부 담당으로 저를 돌봐주시고 저는 목사님께 북클럽을 배웠습니다.
배목사님은 유학시절에 프란시스 쉐퍼가 세운 라브리에서 직접 쉐퍼의 사위와 대화를 나누고 배웠습니다. 그곳은 방식은 일단 멘토를 붙여주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책을 추천해줍니다. 그리고 만나면서 그 책으로 함께 토론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맞춤형 북클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저의 북클럽 정신은 쉐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뵈었지만 참 좋았습니다. 항상 저에게 가르쳐주신 것처럼, 스스로 새롭게 도전하고 훨씬 더 발전하셨습니다. 목회 뿐 아니라 상담사로서 탁월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본인을 바라보는 객관성에 있어서도 훨씬 더 깊어지셨다고 느꼈습니다.
마치 어제 만난 친구처럼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집중해서 경청했습니다. 평생에 앞으로 몇번 누리지 못할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는 저에게 가장 중요한 조언 몇가지를 진심을 다해 전해 주셨습니다.
첫째는 ‘위선’의 문제입니다. 위선에 빠져 큰 위기에 처한 몇 분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한국 교회의 큰 슬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들으면서 섬뜩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만약 목회자가 이중성에 빠지면 스스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 개인의 ‘하나님과의 친밀함’ 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설 때 만이 변화의 실마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것보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나누는 시간이 앞서야 한다고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둘째는 하나님 앞에 ‘충성’하라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씀을 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 카톡 프로필이기도 합니다. 요한계시록 2장 10절 말씀입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영어로 풀어서 다시 한번 설명해 주셨습니다. "even to the point of death" 죽는 순간까지 그 지점까지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목회자에게 원하시는 것은 사역의 크기가 아니며, 신실하게 순종하고 주님을 따르는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신실함에 목적을 두고 목회해야 은퇴 이후에도 허탈함에 빠지지 않는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두가지 말씀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확고하게 저의 방향을 잡아 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항상 저의 설교의 첫번째 대상이 제 자신입니다. 그러니 부족함을 크게 느껴 개인 큐티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아주 좋은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감사했습니다. 가끔씩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런데 반드시 이렇게까지 해야함을 마음에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신실함 역시 제가 최근에 더 깊이 생각하는 부분이기에 감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점점 더 제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 붙이시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게 하시고, 이제 내가 죽는구나 라는 탄식을 하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황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저는 무조건 신실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수십번 다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야 말로, 제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세월은 흘러 이제 목사님의 은퇴도 7년 남짓 남았습니다. 헤어지는데 마음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찾아뵙고 하면 참 좋을텐데 하나님께서는 저를 너무 멀리 보내셨습니다.
헤어질 때 말씀드렸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제가 이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동안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제 진심으로 고백이었습니다. 마음이 새로워졌습니다. 제가 다시 목사님을 뵐 때에 더 자랑스러운 모습이 되고 싶습니다.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대로 신실하게 목회했고 또 그래서 귀한 열매들이 있었다고 나누고 싶습니다. 그날까지 다시 한번 달려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