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새벽예배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납니다. 눈을 뜨고는 5분에서 10분 정도는 이불 안에서 꼼지락 거리며 머물러 있습니다. 조금 더 편하게 누워 있자, 항상 제 마음에 드는 생각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결단을 하고 그제서야 이불을 박차고 일어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살짝 일어납니다. 그런데 어느 덧 밤이 됩니다. 어떻게 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갔지?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 보니 저도 나이가 드나 봅니다. 어린 시절 아내를 만나고 처음 연애를 시작한 기준으로 보면 20년이 거의 다되었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세상에서 저를 가잘 잘 아는 사람입니다. 사실 아내의 외모는 별로 변하지 않은 듯 합니다. 매일마다 아내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나갔지?
사실 헤브론 교회 와서 처음으로 성경 개관을 하였습니다. 전임 목사는 다른 일들이 많아서 직접 선교회 성경공부까지는 맡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셨을 때에 마음이 설래었습니다. 왜냐하면, 성도님들과 함께 소통하고 그분들과 함께 성경을 알아가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모든 저의 능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성도님들께 필요한 자료들을 추천해드리고, 실제로 성경 흐름을 짚어가면서 주요 말씀들의 신학적 의미에 대해서 함께 나누었습니다. 탁월한 스터디 바이블들을 자유롭게 인요하면서 그리고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까지 함께 인용하면서, "진실하게 회개하며 하나님께 돌아오라" 라는 메시지를 최선을 다해 나누었습니다.
저의 마음 안에는 확고한 철학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식이 저의 머리 안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성도님들 자신이 좋은 자료를 접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북클럽의 목적이고, 저의 강의의 목적입니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누군가를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목회자의 사명입니다.
강의에 큰 영향을 준 "어 성경이 읽어지네"는 저를 어두움에서 구원해준 책입니다. 도대체 성경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설교 시간에 졸기만 하던 저에게, 성경 전체의 흐름과 그 핵심을 깨우쳐준 책입니다. 그리고 목사 안수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어 성경이 읽어지네를 기반으로 제 나름대로 내용을 수정해서 구약과 신약 전체를 강의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려 15년 만에 다시 개관 강의를 하였습니다.
제가 신학교를 들어가고 졸업하고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모든 과정은, 제 스스로의 무식함을 벗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여전히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저는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솔로몬 이후에 나라가 갈라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철없이 교회를 다니던 제가, 이제는 성도님들에게 저의 어리석은 시절을 웃음으로 나누며 그분들의 어려움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요즘에 기독교 강요를 읽으면서, 칼빈의 마음이 제 마음에 깊이 들어옴을 느낍니다. 내 안에 강한 의지조차 만들어내시는 그 하나님이 너무나 경이롭습니다. 그분의 일하심과 주권은, 지금까지의 저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 것임을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이 강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만을 원합니다"
저의 능력을 넘어서는 강의였습니다. 성령님의 충만함을 경험했습니다. 성도님들이 좋아하셔서 저의 마음도 참 좋았습니다. 과분한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칭찬을 받아서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의 말씀이 저를 통해서 흘러가고, 성도님들의 영혼에 그것이 반응하고 그분들이 천국을 맛보았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제 마음에 행복했습니다. 지나간 20년의 신학적 고민과 훈련의 시간들은 외롭고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것이 열매로 나타나서 성도님들의 얼굴에 빛으로 드러날 때에 저의 모든 아픔들은 녹아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한시간 반을 강의를 했더니 목이 다 쉬었습니다. 몸의 모든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느낍니다. 사실 저는 늘 마음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지나간 시간이 이렇게 빨랐는데 아마 저의 힘이 다 해서 더 이상 가르치고 강의하고 책을 나눌 수 없는 그 날이 속히 올 것입니다.
때론 마음이 분주하지만 그러나 오히려 더 마음은 평안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 길을 더욱 정진하여 걸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흔들림 없이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과 꿈을 따라 계속 걸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이끄시기에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시고, 저의 삶의 마지막 날까지 후회 없이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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