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4일 토요일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 (02) - 복음이 울다 (데이비드 플랫) / 목회의 참된 비전을 발견하다

 



제 나이대에 비슷한 분들이 모두 경험하는 것이겠지만, 제 마음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존재합니다. 더 이상 어린 아이나 청년이 아니며, 저의 삶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무게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

저는 지금까지 무난하고 평탄한 삶을 살았습니다. 물론 저 역시 전혀 고생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우여곡절까지 겪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른적이 없고, 가정을 이루었고, 좋은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은혜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누구도 저에게 언제부터 담임 목회를 해야한다라고 말한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저에게 마음을 주신 것은, 그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마치 미래를 미리 경험하는 사람처럼, 이미 제 핸드폰 안에 담임 목회를 시작하는 그 남은 날짜를 카운드다운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마음에 강하게 드는 생각은 목회적인 방향을 정립하고, 그것을 제 자신에게 훈련시키며, 그것에 따라서 실천하는 것이 너무나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열심히 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더 부지런히 움직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삶을 돌이켜 보면, 모든 부분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고, 준비한 부분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사용하셨습니다.

담임 목회로 나가기 전에, 몇권의 책을 반드시 마스터해야겠다 라고 결심하였습니다. 10여년 전에 미국 유학을 결정하기 이전에 정독하고 유학을 결심하였던 맥그라스의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 가장 신학적으로 목회를 잘 정립한 팀 캘러의 "센터처치" 그리고 좌파 경제학자로 부를 수 있는 장하성의 "한국 자본주의" 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독서가 지적인 유희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에게는 어떤 절박함 속에서 나오는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책을 읽어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또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요즘에 더 독서를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디 셀렉트 플렌을 실천하고 나서 다양한 책들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중간에 슬럼프도 있었지만 다행히 포기하지 않고 한달에 몇권 이상은 읽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디 셀렉트 안에서 볼 수 있는 책이 데이비드 플랫 목사님의 "복음이 울다"가 포함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이전 작품인 "래디컬"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이미 읽고 있는 책들도 버겁고, 또 제 마음 한켠에 기독교 고전을 더 중시하는 이유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라, 어렵고 두꺼운 책만 책이라고 여기는 안 좋은 습성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가 "리딩으로 리드하라" 입니다. 이지성씨의 "상위 0.1 퍼센트의 뇌에 접속하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습니다. :) 한마디로 오래된 책 중에 시대의 비평을 이겨낸 인정 받은 좋은 책만 읽으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클럽을 실제로 성도님들과 하면서 배운 것은, 얇고 쉬운 책도 얼마든지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독교 고전이 아니더라도, 동시대에 나온 책 중에도 읽을만한 좋은 책은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담임 목회를 준비하면서, 목회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고 탐구하고 집중하면서 "복음이 울다"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진정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참된 복음의 길을 저에게 밝히 보여주셨습니다. 

이 책은 아주 단순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플랫 목사님이 우연히 히말라야 산맥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단지 8일간의 이 여행으로 통해 삶의 큰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느꼈던 경험했던 그리고 말씀 안에서 고민하며 변화하고자 몸부림쳤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목사님은 히말라야 산맥 지역에서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삶이 너무나 가난해서 모든 것이 망가져 버린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납니다. 

그는 그 안에서 복음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진정한 복음의 의미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복음이 누군가의 삶 가운데 실현되고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생의 과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데이비드 목사님이 이 여행동안 얻은 가장 큰 유익은, 영적으로 그리고 육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실제로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실제의 삶 속에서 들어가서 그들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가 단순히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문제로 경험 되었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목사님은 자기 자신의 설교 속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그런 유익을 얻었습니다. 안락한 사무실 방 안에서 에어컨 아래에서 앉아 있으면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성도님들의 어려운 삶 속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고 같이 기도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목회라는 것을 수도 없이 깨닫습니다. 

그런면에서, 제가 고민하고 적었던 수 많은 설교에 대한 고민과 방향들이, 자칫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는데, 성도에 대한 사랑이 없는데, 무슨 말씀 주해가 의미가 있고 또 그것을 통해 만들어낸 설교가 감동이 되겠습니까? 진실로 사랑이 없다면, nothing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글과 설교의 완성은, 성도님들과의 사랑의 관계와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어머니에게 언제나 감사합니다. 평생을 여자 전도사님으로 성도들을 돌보고, 지금은 목사로 성도들을 돌보십니다. 얼마전에 그러시더군요, 가족들조차 포기해 버린 알콜 중독자에게 매일 찾아가, 밥을 먹도록 도와주고 격려하고 몇개월을 그렇게 했더니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고, 대화하는데 제 마음이 먹먹해서 눈물이 나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의 어머니를 닮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언제나 강조합니다. 

이제 저에게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주중에 심방을 계속 잡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더 찾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진정한 목회이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의 어려움 속에 목회자가 실제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책이 참 좋았던 것은, 데이비드 목사님이 자신의 성경적인 삶과 목회의 비전을 결심하게 된 과정을 자연스럽게 적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는 "더 높은 사랑"으로의 부르심을 깨닫습니다. 말 뿐인 사랑, 대면대면하고 미지근한 사랑, 기브 앤 테이크로 가장한 사랑, 그런 사랑이 아니라 정말 하나님이 일으키시는 사랑에 대해서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조건 없는 사랑이고, 진정한 희생적인 사랑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온 가족이 바로 그런 사랑을 위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결심하게 됩니다. 

저 역시 요즘에 이런 부르심을 마음에 깊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신비적인 하나님의 음성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제 마음 속에 부으시는 영적인 부담감으로 나타납니다. 저의 모든 목회적 섬김 가운데, 그저 피상적인 관계와 친절을 넘어서서, 참된 복음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라는 부르심입니다. 지금까지도 말씀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말씀을 대하고 절실하게 붙들고 믿음으로 살아가라는 부르심입니다. 


데이비드 목사님은 이 책에서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현실 속에서 하나님께 고민하며 기도합니다. 자신의 삶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께 메달립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결심들을 가지고 자신의 사역의 방향을 바꾸고 실천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 짧은 여행을 통해서 결론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실천을 이루었는지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논문을 쓰면서 저는 지적인 담론에 그치는 세계관 운동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K.A. 스미스가 탁월하게 풀어낸 것 처럼, 인간은 "아는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 움직이는 존재이며, 그 사랑은 "실천과 반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러므로 결국 인간은 "끝없는 신앙에 대한 실천과 도전"이 그 사람을 빚어냅니다. 이것이 변화에 대한 전부입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라고 백번 듣는 것" 보다, "고통 받는 사람을 자발적으로 찾아가서 함께 식사하며 위로하는 한번의 경험"이 훨씬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변화한 이후에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변화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복음 안에 들어간 사람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 실천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주님이 보시는 그 긍휼의 눈으로 아픈 이들을 경험하고, 그들을 참된 사랑으로 돕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 공동체 안에서 변화하는 한 사람의 영적인 여정을 보여줍니다. 충분히 이론적이면서도 또 너무나 충실하게 실천적입니다. 이론과 실천을 평이한 언어로 감동적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저는 이것보다 더 좋은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생각한 것은, 담임 목회를 하게 되면 반드시 이 책을 모든 성도님들과 함께 읽고 나누어야겠다 라는 생각입니다. 책이 너무 쉬워서,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결심한 것은, 적어도 제가 섬기는 교회는 복음으로 마음이 뜨거워진 사람들,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아픔을 마음에 품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로 성장해 나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이 아닌 것을 붙들고 삶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붙들고 삶을 의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남은 삶과 목회 역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 처럼 복음을 통해 가장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앞 날을, 복음이 이끄시는 방향으로 확고하게 인도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 전체 글 모음 / 당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길"
https://jungjinbu.blogspot.com/2023/03/blog-post_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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