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6일 수요일

'생명'을 건 말씀을 만나다 - 틴데일 성경 500주년 전시회

* 소래선교회 (게이트신학원) 이사회

볼티모어 교회에서 이사 교회로 섬기는 소래선교회 이사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아틀란타 새교회에서 귀한 목사님들을 처음 뵙고 교제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사용하시는 게이트신학원의 1년 사역을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면서, 하나님의 선하신 일들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간 동안 특별히 좋았던 것은, 에모리 대학에 속한 캔들러 신학교를 방문한 것입니다. 장로교 출신 목회자인 저로서는 거의 이런 기회를 가질 수가 없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리교 신학교에 처음으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틴데일 성경 500주년 전시회

신학교를 한번 둘러보는 정도를 예상하고 갔는데, 마침 좋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That the scripture should come to light': William Tyndale and 500 Years of the English New Testament, 윌리엄 틴데일의 영어 성경 번역 5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였습니다.  



학교의 시설과 분위기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현대식 건물 안에는 섬세한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있었고, 그 공간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공부한다면 더 진지하게 신학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속으로 감탄하며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시 공간도 참 좋았습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수준 높은 전시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성경 번역본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되고 낡은, 그러나 여전히 압도적 힘을 가진 과거의 성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찼습니다. 

루터의 번역 성경과 틴데일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이 간 것은, 루터의 번역 성경입니다. 중세의 가장 어두운 시대 속에서 목숨을 건 루터의 성경 번역이 없었다면, 종교 개혁은 완성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교단을 떠나 이 시대의 모든 개신교 성도는 루터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루터의 성경 번역은, 틴데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벌게이트 성경과 틴데일

벌게이트 성경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라틴어로 쓰여진 성경이고,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방 교회의 유일한 표준 성경이었습니다. 귀한 번역 성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성경 원문에서 멀어진 부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오류가 교회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틴데일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벌게이트 중심의 전통을 넘어서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에서 직접 영어 성경을 번역하며, 하나님의 말씀 자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게 됩니다. 


* 번역의 쟁점: 회개하라 vs 고해성사하라

특별히 쟁점이 되는 것은 '회개하라'의 번역입니다. 라틴어 번역은 'paenitentiam agite'라고 번역함으로써, 보속을 행하는 것, 즉 고해성사라는 참회 의식을 하라는 뜻에 가깝게 번역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내면의 진정한 돌이킴이 아니라, 교회가 정한 예식이나 행위를 수행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성도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 당시에 널리 사용되던 라틴어 신학 사전 자체가, 이러한 벌게이트 번역의 의도를 그대로 담고 있었음을 전시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μετανοεῖτε (회개하라)

그러므로 이 전시회가 보여주는 것은, 성경의 번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인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 것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성경 번역은 성경의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보존해야 하며, 하나님의 뜻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틴데일은, 헬라어 μετανοεῖτε (metanoeite)를 'repent'로 번역합니다. 외적 의식이 아니라 '마음의 돌이킴'이라는 뜻을 성경 원문 그대로 드러내고 강조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 틴데일의 번역은, 마태복음 3장 2절을 'Repent, the kyndome of heuen is at honde'라고 번역합니다. 



* 틴데일의 순교

틴데일이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보전하여 번역한 그 댓가는,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1536년 10월 이단 혐의로 인해 순교합니다. 그는 기둥에 묶여 교살 당하고 불로 태워집니다. 그리고 그는 삶의 마지막에 '주여, 영국 왕의 눈을 뜨게 하소서' 라고 외쳤습니다. 그의 순교의 장면은, 전시장 한편에 펼쳐진 존 폭스의 저서 속 삽화 가운데 생생하게 증언되고 있었습니다. 


* 순교 이후 틴데일의 선한 영향력

한 사람의 인생의 가치는, 어쩌면 그 사람의 죽음 이후에 분명히 드러납니다. 틴데일의 수고와 헌신, 그리고 그의 생명을 건 번역과 순교는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서, 영어 성경을 금지했던 영국의 헨리 8세가 모든 교회에 영어 성경의 비치를 명령합니다. 또한 이후 틴데일 성경은 가장 중요한 영어 번역본 중 하나인 킹 제임스 성경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틴데일의 삶을 주님의 나라를 위해서 가장 아름답게 사용하셨고, 지금도 그의 업적은 주님의 교회에 큰 양분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 말씀을 생명처럼 여기라

전시회장을 나오는데, 잠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 했습니다.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성경이, 그리고 디지털로 편리하게 보는 그 말씀이, 누군가의 삶과 생명에 빚지고 있음에 너무나 깊이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나는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그들이 소중히 여긴 것 만큼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그 말씀 한글자 한글자를 진리로 그리고 생명으로 마음에 받고 있는가? 

목회자는 본질적으로 설교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목회자 이전에 성도로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 홀로 정직하게 서는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회는 제 인생에 가장 깊은 영향을 남겼습니다. 

인생에 여러 목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저 말씀 앞에 엎드리고, 그것을 마음에 담고, 깊이 받아들이고 힘껏 묵상하고 나의 것으로 만들고 붙들고 주님과 동행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인생 행복의 전부가 될 것입니다. 섭리 속에서 저를 인도하시고 귀한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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