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2일 금요일

"리딩피플 북클럽"을 시작하며 / 하나님의 시간 - Luvim

 


살다보면 괜시리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지나온 과거가 마음을 움켜쥘 때입니다. 북클럽이 저에게 그렇습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지만 그저 크리스천 북클럽이 좋아서 유학을 시작했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이사를 다섯번 하면서 공부와 사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내가 참 힘든 시간들을 거쳤습니다. 저는 이사하는 곳이 어디이든지 도서관을 찾아다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댄버 신학교 도서관입니다. 아름다운 곳입니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데 조용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습하고 많이 외로웠습니다. 

반년 정도 전에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혹시 교회 밖에 있는 분들과 북클럽을 하면 어떨까? 갑자기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리딩 피플 북클럽", 리딩 크리스천 북클럽과 짝을 맞추어 이름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마음을 덮었습니다. 교회 사역과 양육 그리고 저술로 도저히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에 하나님께서 더 구체적인 마음을 주셨습니다. "이제 교회 밖에 있는 분들을 만날 때가 된 것 같다. 오랫동안 교회에서 북클럽을 했다면, 이제는 신앙이 없거나 멀어져버린 분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야겠다." 

리딩 피플 북클럽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너가 드디어 단단히 미쳤구나" 놀랍게도 저의 또 다른 내면에서 튀어나온 말입니다. 현재로서도 충분한데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물러설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목회자의 소명 때문에 그러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며,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하며, 주님의 사랑은 만남을 통해서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도하고 또 생각해봐도 하나님의 강력한 부르심을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작정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가진 분이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정교하지만 심플한 일반 북클럽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함께 나눌 책으로, 따뜻한 기독교적 색체를 가진 불편한 편의점으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포스터를 만들고 여기저기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 리딩 피플 북클럽 1기 멤버를 모집합니다 with 불편한 편의점
https://readingpeoplebookclub.blogspot.com/2023/12/1-with.html

처음부터 취지를 선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믿음이 없거나 교회를 떠나 계신 분들을 위해서 북클럽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민 교회 가운데,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도구로서 이 북클럽이 사용되기를 원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면 하는 것이고, 아니어도 괜찮아."

믿음이 없는 분과 믿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이 함께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대로 사람을 고를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저 기도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저와 크리스천 북클럽을 하시면서 좋은 영향을 받으신 집사님께서 친구를 연결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분이 또 다른 두분을 연결해 주셨습니다. 일부러 어떤 분이신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소개시켜주신 집사님께서 저의 취지를 이미 잘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모임에 중심이 되시는 분과 전화 통화를 나누면서 준비 모임을 가지자는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그리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제 관전은 준비입니다. 북클럽은 오리엔테이션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리딩 피플 블로그를 읽어오시라고 부탁드리고, 북클럽의 장점과 진행 방법 그리고 철학에 대하여서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북클럽을 샘플로 해보실 수 있도록 글을 찾았습니다. 리딩크리스천에서는 존파이퍼 목사님의 Daily Devotional로 오리엔테이션을 하지만, 전혀 다른 북클럽을 위한 다른 글이 필요했습니다. 아, 얼마나 기도가 절실하게 나오던지요. "주님, 주님이 도와주셔야만 합니다." 

"어른의 태도"라는 책이 좋아보였습니다. 일반 심리학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특별히 "끓어오르는 마음의 압력을 낮춰 주는 기록의 힘" 챕터가 좋았습니다. 보통은 북클럽 안에서 무엇인가 기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데, 심리학의 관점에서 잘 쓰여진 글이기에 북클럽을 위한 최적의 자료라고 판단했습니다. 저 역시 먼저 읽고 나눌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 어른의 태도 
https://ridibooks.com/books/734002277

* 끓어오르는 마음의 압력을 낮춰주는 기록의 힘
https://readingpeoplebookclub.blogspot.com/2023/12/blog-post_95.html

약속된 장소로 향하는데, 설렘과 긴장 그리고 기대감으로 마음이 벅찼습니다. 사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이 첫 모임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신 그 순간부터,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포스터와 블로그를 만들고 홍보하던 과정들이 생각났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을 만난다는 긴장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치 예수님의 파송을 받아 세상으로 나아가던 제자들의 마음을 경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따뜻한 커피숍에서 드디어 세분을 만났습니다. 세분의 얼굴에 긴장감이 보였습니다. 제가 보내드리는 자료 등이 너무 어려워보여서 안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만나서 결정하기로 결심했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한분에게는 저를 신뢰하지 않는 눈길을 보았습니다. 알고보니 이미 그분에게 이민 교회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있으셨습니다. 모른척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분은 믿음이 좋은 분이시고, 두분은 초보적인 신앙은 있지만 실제로 교회는 나가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처음에 소원한 것과 거의 비슷하게 하나님께서 인도하셨습니다.

어렵지 않으니 절대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켜드리면서 그분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북클럽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잘 이해하시고 또 좋아하셨습니다. 드디어 준비한 자료를 조심스럽게 꺼내서, 그 자리에서 읽어보시도록 시간을 드렸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저의 자료가 마치 세분을 위한 맞춤 자료와 같았다는 것입니다. 이미 각자의 경험 속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크게 공감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분은 연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우리한테 딱 맞는 책을 준비해 오신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주님, 어떻게 이렇게 준비하게 하셨나요?"

의도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신앙은 여정과 같이 때문입니다. 북클럽이 그 사람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것처럼, 기독교 신앙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소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세분이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 이야기를 자꾸 꺼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모임을 저희에게 주신 것 같아요."

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두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자신의 가정 생활, 남편과의 관계, 또 삶의 어려움과 이민 생활의 힘든 상황 등,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어색하지가 않았습니다. 어느덧 목사에 대한 불신의 눈길은 사라지고, 기쁨과 안정감, 그리고 행복의 눈빛이 그곳을 채웠습니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Luvim의 찬양을 들었습니다. "주의 시간에 이루소서,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내일이 두렵지만, 하나님의 시간 안에 내 걸음을 둡니다. 주님의 때에 이루소서" 

하나님의 일하심은 너무 커서 감히 한눈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의 지나간 시간들의 의미를 그날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통과 외로움과 막막함은 온전히 변하여, 확신과 기쁨, 그리고 감격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여정 가운데 온전히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저와 또 함께 하시는 분들을 선하게 인도하시고, 주님의 일을 마음껏 이루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시간 안에 있는 리딩피플 북클럽의 작은 시작을 통해서, 오직 주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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