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들고 믹싱을 하다보면, 마치 신기루를 쫓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왜냐하면 사운드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사운드는 사실은,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보다 더 선명합니다. DAW에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 귀를 통하여 들어오는 그 생생한 이미지는 마치 눈으로 보는 것 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제가 몇 곡을 만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믹싱이라는 작업은 예술이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수 많은 악기들이 스테레오 안에서 하나의 합을 이루고, 이것이 다시 누군가에게 좋은 느낌을 준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흥미롭습니다. 어떤 플러그인이든 단 1-2db 정도만 움직여도 전체적인 흐름과 느낌이 바뀌게 됩니다. 너무나 예민하기 때문에 너무나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믹싱을 잘 하기 위해서는, 좋은 모니터 환경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 그래서 최근에는 단순히 스피커를 좋은 것을 사는 것 뿐 아니라, 좋은 공간을 위해서 룸 튜닝을 하는 것을 많이 추구하는 듯 합니다.
아쉽게도 저에게는 먼 나라 일입니다. :) 일단 작업하는 공간 자체를 그렇게 꾸밀 상황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서 원하는 만큼 장비를 구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포기해야하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
제가 글을 적지는 않았지만, 두달 정도 전에 모니터 스피커를 교체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아마존에서 제일 저렴한 북쉘프 스피커에 중국한 소형 앰프를 사용했습니다. 부족했지만 그냥 썼습니다. 그런데 이런, 앰프가 좌우 밸런스가 점점 심하게 틀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더군요. 결국 그 스피커와 앰프 조합은 포기했습니다. :)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 봤니?
- Amazon의 초저가 북쉘프 Moukey M20-1 & 미니 앰프 U200BT
https://jungjinbu.blogspot.com/2021/02/amazon-moukey-m20-1-u200bt.html
그래서 최근에 저렴한 모니터 스피커를 구입했습니다. Monoprice SV25 모델입니다. 우연히 한국에서 저가형 스피커로 인기 모델인 제이미 사운드 JP-5를 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거의 100퍼센트 Monoprice SV25 모델과 동일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리뷰가 워낙 좋아서 구입을 했습니다. 사실 실질적으로 200불 아래에 앰프가 따로 달린 모니터 스피커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네요. :)
* Stage Right by Monoprice SV25
https://www.monoprice.com/product?p_id=625880
실제로 구입하고 나서 사실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절대로 저음만 벙벙거리는 싸구려 스피커가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솔직한 제 느낌은 예전에 쓰던 ERIS E5 보다 더 니어필드에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RIS E5는 볼륨을 낮춰서 뭔가 부담스러운 사운드라는 느낌이었는데 Monoprice SV25는 적은 볼륨 혹은 큰 볼륨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ERIS E5 보다는 저음이 약간 부족한 듯 하지만, 사운드 자체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들려서 너무 좋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작업하는데 있어서 즐거움을 줍니다.
그런데 역시나, 스피커로 작업하는 것이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방에서 크게 틀면 분명히 소리가 반사가 될텐데 특별히 흡음 등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여건상 5인치를 살 수 밖에 없어서 저음으로 내려가면 컨트롤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일 문제는 저음이 잘 들리지 않으니 어디서 low cut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너무 어렵더군요. 그리고 스피커로 최종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볼륨으로 오랫 동안 들어야 하는데 평소에 조용히 있어야 하는 환경이라 스트레스가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Toneboosters의 오래된 플러그인이 완전히 무료로 공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컴프레서, 리버브, 이큐, 등등 믹싱에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플러그인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셔서 맨 아래에 Legacy (v3) plug-in installer (64 bits) 를 받으시면 됩니다.
제가 정말 좋았던 것은, 저는 꽤 오래전에 이미 Toneboosters의 플러그인을 우연히 사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전에도 이 플러그인들은 기능 제한 없이 사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셋팅 값을 바꾸면 저장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연히 리버브를 사용해 보았다가 품질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이 Legacy 플러그인 중에 Isone라는 헤드폰 전용 믹싱 플러그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번에 우연히 알게 되었네요. 스피커로 작업하는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흥미가 생겼습니다. 과연 이 플러그인으로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면 어떻게 될까? 스스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물론 저는 헤드폰으로 믹싱할 수 있는 몇가지 플러그인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간단히 느낌을 정리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플러그인이 있지만, 사실 요즘 제 마음에는 믹싱은 스피커로 무조건 마무리 해야 한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헤드폰으로 열심히 해도, 그리고 그 어떤 헤드폰 플러그인을 보조적으로 사용해도, 초반에는 모르지만 실질적인 믹싱 작업이 들어가면서 부터는 스피커로 반드시 해야만 그나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헤드폰은 아무래도 보조적인 역할만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세상은 넓고 반전은 존재하더군요. Isone가 저의 확고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주었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개략적인 믹싱을 하고서 Isone를 마스터 단에 놓고 보니 정말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놀랍더군요, 다른 플러그인에서 경험하던 어색함이나 자연스러움이 거의 없었습니다.
디자인은 아래처럼 생겼습니다. 사실 뭔가 아주 세련된 디자인은 아닙니다. :) 하지만 성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러가지 프리셋이 있는데, 저는 Far-field setup이 가장 좋게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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