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CFNI 다이어리 33 - Audio Production


초등학교 때, 선장으로 일하시던 아버지께서,
일본에서 KENWOOD 오디오 세트를 사 오셨다.
빛나는 검은 빛의 육중한 몸매, 그러나 각 모서리를 아름답게 라운드로 처리한,
심플한 로고에 아름다운 빛이 들어오는, 정말 단 한번의 눈빛만으로 나를 매혹시킨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는, EQ라고 적혀 있는 파트가 따로 있었다.
이퀄라이져, 아름다운 음악이 시작되면 현란하게 LCD창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 소리를 조각할 수 있는 신의 도구였다.

그때부터 내 인생이 바뀌었다.

오디오 앞에 그렇게 앉아서 조작하던 시간도,
온갖 MP3 player를 구입해서 들었던 것도,
이어폰 헤드폰을 가리지 않고 사고 팔았던 것도,
그렇게 스피커에 집착했던 것도,
결국 그 끝에는 소리에 대한 집착, 사랑, 그리고 열망이 있었다.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물론 설교와 찬양과 기도와 영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 사운드가 가장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육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문제 없다.
그러나 단 10명의 사람 앞에서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전기적인 시스템을 이용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소리가 조각 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목소리도,
인간의 마음을 울릴 설교도,
가장 뛰어난 악기 실력도,
소리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한학기의 audio production의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행복 그 자체였다.
전문적인 교육이 없었던 나에게
음향에 대해서, 소리의 특징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은
존의 호주 영어라는 정말 어려운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주께서 더 큰 축복을 허락하셨는데,
음향 전문가이신 승록 전도사님을 통해
한글로도! 추가 수업을 배우게 하신 것이다.
겸손하지만 실력이 있는 사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승록 전도사님이 그런 분이다.
이런 축복이 또 있을까?

거기다가 오늘 마지막 시간으로,
실제로 미국 필드(field)에서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가 특강을 해주었다.

난 그의 눈에서 불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음악을 향한 열정,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다짐,
자신의 손 끝을 통해 나오는 소리의 조합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 마음,
자신의 수고를 통해서 교회를 섬기겠다는 그 타는 마음,
찬양팀을 어떻게든 섬기고 말겠다는 그 열심.

그를 통해,
진정으로 소명을 받은 엔지니어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
가슴에 깊이 남을 만큼 배웠다.

오랫동안 고민은,
다양한 악기와 많은 목소리들이 내 앞에 주어졌을 때에,
어떤 선에서 찬양팀의 볼륨을 조정해야 하는가?
혹은 어떻게 밸런스를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면에서 오늘 특강은 아주 훌륭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볼륨과 주파수간의 관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주파수를 아주 거칠에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인간의 목소리가 그 중간 영역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간 주파수 영역 안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들어가 있다.
만약에 우리가 특정한 악기 혹은 목소리를 더 부각시킴으로 잘 들리게 하고 싶다면,
같은 주파수 영역에 있는 악기 혹은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오늘 강의하신 그 분은 중간의 동그라미 친 영역을 nest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서 리드 보컬이 부각되어야 한다면, 다른 어커스틱 기타나 일렉기타나 백그라운드 보컬을 줄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기타 솔로가 부각되어야 한다면, 다른 메인 보컬이나 기타나 백그라운드 보컬을 줄이라는 거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나는 수 없이 많이 보았다.
절제되지 못한 볼륨과 방향을 잡지 못하는 믹싱으로 망쳐지는 수많은 집회를.
모든 악기와 목소리를 다 키운 어이 없는 믹싱으로,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시간을,
최소한의 음향에 대한 이해와 엔지니어의 열심만 있다면
더 은혜롭게 될 수 있었던 아쉬운 경우를.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익히고 적용하고 싶다.

소리를 만드신 하나님을 경외한다.
천국은 틀림없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너머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인류사에 남을 위대한 클래식들이,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현대적인 찬양들이
함께 공존하며 울릴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도 함께 손을 들고 힘껏 목소리를 더할 것이다.

마치 C.S.루이스가,
이 땅의 아름다운 것들을 통해, 더욱 아름다운 것을 상상하며 천국을 그리는 것 처럼,
나는 오늘도 아름다운 음악과 소리와 예술을 통해서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를 이해하고 바라본다.

그래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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