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사람일까?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보통 저의 스케쥴은 이렇습니다. 새벽에 보통 새벽 기도를 위해서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면, 밤 열시 반 혹은 열한시 정도에 잠이 듭니다. 너무 피곤하면 퇴근하고 저도 모르게 바닥에서 잠깐 잠이 듭니다. 목회라는 직업은 몸과 머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깨어 있는 동안 가능하면 효율적으로 저의 삶을 조율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오늘 제 셀폰의 화면을 보니, 시간을 역으로 계산하기 위해서 시작했던 숫자가 의미있어 보였습니다. 끝자리가 모두 0으로 끝난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 그래서 지난 번에 쓴 글을 기억하며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먼저 놀란 것은, 제가 "8537"일로 부터 시간의 역산을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8537은 65세를 기준으로 잡은 그 당시의 저의 은퇴까지의 날짜입니다. 그런데 오늘로서 "8500"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새로운 결심을 하고 시간을 역으로 계산하면서 살아간 것이 37일이나 지났다는 것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갔는가?" 하루하루 생각하면서 살기는 했지만, 그래서 시간이 너무 빠르다라는 어떤 감각을 충분히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난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는 책 제목이 생각이 나네요. "누가 내 시간을 옮겼을까?"
요즘에 저의 생각이 혹은 머리와 감성이 약간 이상해진 듯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살면서 왠만한 경험은 해 보았지만 요즘은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마치 타임 머신에 타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SF 영화를 그렇게도 좋아하는데,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이질적인 어떤 두가지 흐름속에 동시에 저의 존재를 담그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저는, "평범한 시간"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에 몇번씩 구글 캘린더를 띄워서 교회 일정과 개인 일정들을 조율합니다. 오늘은 9월 23일입니다. 10월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시카고의 날은 상당히 싸늘해졌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캘린더를 보면서 두주 정도의 목회 스케쥴을 미리 잡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재의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저의 시간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평범한 시간의 흐름이 점점 그 비중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캘린더를 보지만, 캘린더에 얽매이지 않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마치 저를 둘로 갈라서 반쪽의 머리는 "다른 시간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간대"라는 것은, 역산으로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마치 "미래의 시간"을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제가 계획한 시간들이 거꾸로 흘러서 저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현재의 시간에 얽매여 평범한 시간을 보내기를 한없이 거부하면서, 저에게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을 느끼고 인식하며 거기에 더욱 맞추어서 제 자신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은 저에게 너무나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목회적으로도 매우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고, 또 개인적으로도 비전을 품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마음이 참 뿌듯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말씀의 힘입니다.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신 그대로, 저의 날 계수함을 배우고, 하나님으로부터 지혜의 마음과 그리고 태도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그대로입니다.
물론 제 마음에 큰 짐이 있기는 합니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남은 날을 계수하면서, 마치 하루를 오늘 제 삶의 마지막 처럼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마음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장례식장에 자주 가면서도 이렇게는 느끼지 못했는데, 실제로 죽음이 바로 앞에 놓여 있는 듯한 긴장감을 경험합니다. 좀 더 삶의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지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마치, 영원이라는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추로 저의 영혼을 누르는 것 같은 압박을 경험합니다. 장로교 목사로서, 하나님의 주권과 그분의 선하신 다스림이라는 주제를 수도 없이 묵상하고 설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저의 심령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서 제 자신의 영혼에 여유를 부어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듯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삶을 꾸준하게 살다보면, 그런 여유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배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저는, 하나님의 한 없는 은혜와 주권을 더 경험하고 누려야 하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은혜 가운데 더욱 들어가야겠습니다.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저의 사십대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황금과 같은 시간을, 저에게 남은 날을 계수하면서 가장 의미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남은 날이 얼마인지는 주님만 아십니다. 저는 약간의 이성적인 추론을 동원한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저의 삶을 길게 허락하신다면 아마도 제 성격상,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어도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주장할 것은 틀림 없습니다.
저의 하루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고 의미가 있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삶도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이 선물이, 가장 의미있는 열매들을 맺어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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