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만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함께 좋아해주면 좋지만, 그것 이전에 일단 내가 만드는 음악이 스스로에게 만족스럽다면, 바로 그때 계속 무엇인가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드는 곡들의 만족도는, 제 스스로에게는 75퍼센트 정도 되는 듯 합니다. 언뜻 들으면 상당히 혼자서는 만족스럽지만, 듣다보면 정말 별로인 부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제가 만들어서 믹싱 마스터링 한 것을 듣다가, 소위 명반들의 음악을 들으면 모든 것이 너무 현격하게 차이가 나서 상당히 마음이 낙심이 됩니다.
그래도 제가 음악을 참 좋아하는구나 생각을 하는 것은, 금방 회복하고나서는 도대체 이 곡의 이 부분은 어떻게 만드는거지? 라고 질문하면서 새롭게 다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다른 음반들을 들으면서, 저의 곡들에 제일 아쉬운 것은 "저음" 입니다. 대충 생각하자면 500hz 정도 이하의 전체적인 분위기, 곡의 느낌 이런 것들이 참 마음에 들지가 않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각 트랙의 이큐를 모두 저음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무작정 이큐를 올리면 전체 믹싱이 답답하고, 그렇다고 그냥 깔끔한 상태로 두자니 전체 음악의 흐름에서 다이나믹이 살아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보컬에 따로 이큐를 써 보기도 하고, 로우컷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곡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 봤니? - 절묘한 로우컷(Low Cut)의 수치를 찾아서
https://jungjinbu.blogspot.com/2021/08/low-cut.html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 따뜻한 보컬을 위한 끝없는 분투
https://jungjinbu.blogspot.com/2021/09/blog-post_8.html
며칠 전에 완성한 프로젝트 "능력위에 능력으로"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워낙 제가 좋아하는 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것은, 제가 의도하던 베이스의 느낌과 킥 그리고 탐 그리고 스트링 등의 함께 흘러가는 저음의 다이나믹이 정말 아쉬웠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뭔가 더 드라마틱하게 할 수 있을 듯 한데 도통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리퍼 프로젝트를 열어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풀텍 이큐"가 생각이 났습니다. :) 너무 오래 고민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하나님께서 뭔가 정말 영감을 주신 것일까요? 아주 예전에 보았던 "풀텍 이큐를 통해서 특이한 이큐 성향으로 인해서 저음을 살리는데 유리하다" 라는 내용이 갑자기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웹을 찾아보았습니다.
몇가지를 찾아보니 제 기억이 맞더군요. 물론 저는 실제 풀텍 이큐 하드웨어를 구경조차 못해봤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풀텍 이큐의 경우에는 이미 하드웨어로 명성이 자자한 이큐인데, 동일한 주파수를 부스트 하고 컷 할 수 있는 특이한 장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특한 이큐 커브가 나오는데, 이것을 잘 이용하면 저음에 힘을 넣는데 아주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이걸로 내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부족한 20퍼센트를 뭔가 더 채울 수 있지 않을까? :) 급하게 웹을 찾아봅니다. 일단 저렴하면서도 당장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세가지 정도가 나오더군요. 무료 버전은 Warmy EP1A Tube EQ, PTEq-X 그리고 유료 버전은 Lindell Audio PEX-500 정도였습니다.
* Warmy EP1A Tube EQ
https://www.kiiveaudio.com/warmy-ep1a-eq
* PTEq-X
https://www.igniteamps.com/#software
* Lindell Audio PEX-500
https://www.plugin-alliance.com/en/products/lindell_pex-500.html
린델 오디오가 평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세가지 전부다 좋은 평을 얻는 충실한 풀텍 복각 혹은 풀텍 스타일 이큐라는 평가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세가지 모두를 바로 프로젝트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린델 오디오는 임시 라이센스를 사용했네요. :)
일단 대충 하나를 띄워서 저음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베이스, 드럼 킥에는 부스트를 6에 컷을 5정도로 잡았습니다. 주파수는 100Hz 정도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런, 정말 좋더군요. 소문으로 들은 그대로더군요. 풀텍 이큐의 강점은, 저음을 단단하게 잡아주면서도 동시에 텁텁함을 없애주는 것이 강점이었습니다. 바로 이거야! 이걸 잘 사용하면, 제가 원하는 저음의 단단함을 전체 믹싱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해 보기 위해서 세가지를 사운드를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린델 오디오의 플러그인은 저음도 올라오지만 플러그인 자체의 사운드가 깔끔하고 좋은데 약간 샤방샤방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의 목적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PTEq-X의 경우에는 저음 쪽이 강화가 되는데 약간 효과가 약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느낌이 살아난다기 보다는 동일한 셋팅에서 중음역대 쪽을 좀 더 누르면서 저음이 부스트 되는 느낌이 들어서 제 목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전반적인 가청 주파수에서 사운드의 변화를 너무 자제한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Warmy EP1A Tube EQ 의 경우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뭔가 이큐가 확실히 작동을 한다는 느낌이 오면서도 상당히 전체적인 느낌이 안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동일한 셋팅에서 저음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미 kiive audio의 테잎 머신을 잘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 신뢰가 가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이큐가 무료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Warmy EP1A Tube EQ를 이곳 저곳에 걸었습니다. 이미 세츄레이션은 트랙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체 TUBE 기능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큐만 사용했습니다.
일단 베이스, 드럼 킥에는 강하게 사용했습니다. 스내어도 사실 저음이 약한 듯 해서 중간 정도 느낌으로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트링 버스, 코러스 버스, 기타 버스에는 스내어에도 약하지만 적당한 수준으로 사용했습니다. 피아노도 로우컷을 좀더 넣은 이후에 풀텍으로 살짝 저음을 살렸습니다. 스트링과 기타 버스에는 하이도 살짝 더 넣기는 했지만 아마 0.5db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마스터 트랙에도 사용했습니다. 얼마전부터 프리 마스터를 익스포트 한 것을, 마스터링 프로젝트에서 열어서 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 이것도 누누히 듣던 이야기인데 이제서야 실행하네요. 작업이 훨씬 편하고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마스터링 체인에서는 다른 것은 하나도 손대지 않고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Warmy EP1A Tube EQ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트랙과 버스들에 충분히 사용했기 때문에, 마스터링 쪽에서는 과하게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저음을 약간 올리고 싶어서 개별 트랙과 버스에서 손 대지 않았던 60Hz 정도에서 1db 정도씩만 부스트하고 컷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결과물을 한번 비교해서 들어보시죠. :) 위에 것은 풀텍 이큐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 그리고 아래 것이 충분히 풀텍을 사용한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