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토요일

당신의 청사진을 보여주세요 / Blood So Beautiful - Jonathan Lewis


두번째 학기가 끝나고, 드디어 여름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계절학기는, 기대했던 이상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배우고,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비록 힘들지만 인생에 있어 큰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혼자 이든이를 보느라 큰 고생을 했다는 점에서, 가급적 계절학기는 앞으로도 피하고 싶습니다.:)

칼빈 칼리지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는 킬리(Robert J. Keeley) 교수님은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분이었습니다. 교육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심리학 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 주권적인 신앙에 근거한 교육을 가르치려는 그의 노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덕주의적인 교육을 배제하고,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려는 스토리 텔링에 관한 가르침 역시,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자신의 논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반대하여도 넉넉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교류할 수 있는 그의 여유도 부러웠습니다. 한국보다 많은 부분에서 월등한 교육 자료, 건전한 신학을 바탕으로 잘 짜여진 커리큘럼 등도 놀라웠습니다. 

긴 방학 동안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면서, 몇권의 책들을 책장에서 꺼냈습니다. 아직 마음이 조금은 지쳤는지 글이 아른거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합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 근본적인 질문이고 고민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 내가 공부하는 이유, 내가 가야하는 최종 목적지, 그리고 목회자로서의 역할, 그 모든 것을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답은, 우리 가까이 있는 듯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이든 배우는 사람이든 최종적인 목적은 결국,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신앙인으로서 걸어나가는 것' 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각자의 삶의 자리가 다를 수 밖에 없는 다양성 속에서, 그리고 수 많은 주장과 생각이 교차되어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성경으로 근거한 가치관과 태도로 소신있게 인생을 걸어가는 것', 그것을 저는 최종 목적으로 삼습니다. 그것은 목회자 의존적이기보다는, 성경 의존적이고, 교회 집중적이기보다는 좀더 사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성숙하고 독립적이며 자립할 수 있는 신앙인을 향한 이상입니다. 그리고 저의 짧은 인생이, 성도님들의 이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미국 교육학계의 화두는 제가 이해할 때에는 'Intergenerational' 입니다. 사실 이 단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세대간 교류' 라고 번역하면 될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현재 연령별로 구분된 교회 혹은 가정의 시스템을, 다양한 세대들이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소통, 그리고 교회 안에서 장년과 청소년 그리고 어린이들 등의 다양한 세대간의 소통입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신앙을 나누고 성숙을 추구하는 것이 'Intergenerational'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하고 다양한 분야(ex) Intergenerational Worship)에 적용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입니다. 많은 연구들은 한결같은 결과를 보여주는데, 신앙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의 공통 분모는, 바로 이 다세대간 교류를 통해서 자란 사람들이란 것입니다.


행정학을 전공한 저의 관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좋은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교회는 각 부서별로 분리되어 있고, 특별히 그러한 분리는 연령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기에, 우리보다 인생을 먼저 살아간 신앙의 앞선 분들에게 나타나는,삶 속에서 실천된 신앙의 깊은 경험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마치 현재의 교회 교육의 상황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소그룹 모임을 가지지만, 그러나 역설적으로 거울을 통해 나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비록 다양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지만, 인생이 경험하는 것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나보다 연장자이신 어른들에게 신앙을 배우는 것은, 가장 갚진 일 중에 하나입니다. 이러한 소통을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주고 열어주는 것이 바로 'Intergenerational' 입니다. 이것이 1년동안 배운 핵심 중 하나이고, 앞으로 저의 목회의 하나의 큰 Y축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해할 때에 이러한 접근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러한 접근이, 이미 조직의 개인 개인들이 충분히 성숙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우리를 둘러싼 신앙의 연장자들 속에서, 우리가 존경할만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소그룹을 가지는데, 오히려 젊은이들의 마음이 연장자들을 보면서 더 민망해지는 상황이라면, 과연 이러한 시스템적인 접근이 득일까요? 아니면 치명적인 실이 될까요?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세대의 마음 가운데, 자신의 세대에 대한 독선과 오만만이 가득하다면, 다른 세대들이 그들을 위해 소통의 손길을 내민다고 하여도 그것이 효과를 가질 수 있을까요?

교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스템적인 접근은 너무나 소중하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만이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적인 접근을 통해서 우리가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은, 개인간의 소통이고, 그러한 개인간의 소통 속에서 선한 영향력은, 소통의 주체가 되는 '개인' 으로 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합쳐져서 조직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결론은, 결국 개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또 다른 X 축입니다. 어떠한 Intergenerational 적인 접근이라도, 개인적인 성숙을 전제로 하고 추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인식은, 그렇다면 '무엇이' 개인의 성숙을 만들어내는가 라는 더욱 중요한 질문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저의 주된 관심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아니라, '저렇게 훌륭한 신앙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근래들어 더욱 마음이 아파오는 것 중에 하나는, 많은 이들에게 결국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자본' 이라는 점입니다. 넉넉한 집안의 사람들은, 가장 앞선 교육을 찾아서 자신을 위해 투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보다 높은 학위를 향한 추구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 조차 힘들어집니다. 단순히 성도님들을 향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라는 조언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 짙게 드리운 불황의 그늘이 마음을 누릅니다.

만약에 제가 목회자가 아니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영학적으로 말한다면, 소수의 뛰어난 리더들을 세워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은 어쩌면 덜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전체를 생각하고, 힘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가장 연약한 한 명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의 성숙까지 생각해야 한다면,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20대 초반 은사 배영진 목사님을 만나고, 좋은 책들을 접하게 된 것, 그리고 소그룹 독서 토론을 경험한 것은 하나님의 큰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독서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해할 때에 과거의 독서에 대한 이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고급한 취미'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에게 있어 독서는 '개인이 성숙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도 빠른 길' 입니다. 그리고 독서야 말로, '가장 적은 자본으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입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이지성씨가 표현하는대로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 이라는 멋진 표현도 있지만, 좀더 소박한 표현으로는 '만남' 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인에게 있어 독서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나보다 앞선 생각과 고민들을 가진 신앙인들 혹은 일반인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하고 고민하면서 그들에게 배운 생각과 통찰들을 내 삶에 적용' 하는 것입니다.

유학을 떠나기전 존경하는 이유환 목사님께서 교회에서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때 무엇을 마지막으로 성도님들에게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준비한 것이 '독서 간증' 입니다. 제가 그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해보고, 왜 그것을 읽었는가 이야기하고 또 얻은 유익들을 나누고, 그리고 책들을 왜 그러한 순서로 읽었는가를 설명하는 것, 그것이 독서 간증의 주요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그것이 성도님들에게 작은 감동이라도 된다면, 그분들 역시 독서를 통한 신앙 성숙의 유익을 얻기를 바랬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좋은 책들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독서라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순서와 흐름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적인 배경이 전혀 없이 신앙 서적을 혹은 교리서를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성경과 신앙에 대한 배경과 고민없이 세계관에 관한 책을 읽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책들을 한꺼번에 보기는 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에 본격 접근하기 전에 도와주는) 성경 개관, (신앙의 근본이자 기준과 목적이 되는) 성경 통독, (성경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설교집과 교리 서적, (성경을 삶에 적용하는 측면에서) 신앙 서적, (성경과 삶을 연결해주는 통찰을 주는) 기독교 세계관 정도의 순서로 보았고 그러한 순서가 어느 정도 유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독서의 과정에 있어, 신앙인의 인생 가운데 그 책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자기 안에만 갇혀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교류하고, 자기보다 앞선 사람에게 지도를 받는 것은, 제가 이해할 때에 독서 과정 속에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래서 교회 전체적으로 분위기와 모임을 조성하고, 목회자가 적극적으로 독서 과정과 방향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독서 간증을 준비한 그때부터 조심스러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한 교회를 향한 소박한 꿈입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을 엄선해서 5년 정도의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교회에서 나누는 것입니다. 모든 성도님들이 소그룹으로 함께 모여 읽은 것을 나누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격려하는 그런 교회입니다. 자유로운 질문과 소통이 존재하는 교회입니다. 함께 신앙을 고민하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그 길을 걸어가는 교회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목회자와 성도님들이 함께 성숙해 가는 그런 교회입니다. 언제쯤 좀더 주관을 가지고 담임으로서 교회를 섬길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X축과 Y축이 충분히 준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남은 1년이,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서, 강의 했던 자료를 함께 나눕니다. 누군가에게는 대단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작은 노력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으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rezi라는 프리젠테이션 툴로 만든 것이라 조금 어지러우실 수도 있습니다. :)
아래 링크를 직접 클릭하시고, 화면이 로딩 된 이후에, 
발표 자료의 우측 하단에 화살표를 한번씩 누르시면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발표 자료가 진행되는 순서가, 
제가 책들을 보았던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공부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부쩍, 많은 부분에서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 유학의 기간은, 제 자신의 본모습을 제대로 발견하고 그래서 더욱 겸손해지는 기간인 듯 합니다. 결국 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셔야 함을 알게 됩니다. 저는 연약하고 죄된 인간일 뿐입니다. 뛰어나고 우월하고 앞선 목회자이기 보다, 성도님들 곁에 서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걷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선하게 저를 인도하시기를..



그래서 오늘도,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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