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목요일

고 이병욱 장로님을 기억하며

 


목회는 '관계'입니다. 목사와 성도와의 관계라는 딱딱한 표현 보다는, 그저 나의 가족의 폭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성도님들은 저의 아버지이시고 저의 삼촌과 형님들이시며, 또 저의 어머니와 누이들이십니다. 

고 이병욱 장로님은 참 귀한 분입니다. 항상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또 성도님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인사하시던 따뜻한 분이십니다. 얼마나 노방 전도를 열심히 하셨는지 온 성도들의 존경을 받고 또 사시던 아파트에서도 모르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장로님이 소천하시기 한주 전에 장로님 댁에 방문해서 심방을 했습니다. 그때에도 하나님께 감사할 것이 밖에 없다라는 말씀을 나누셨고 참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소천하시기 하루 전에는 주일에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어느 분 옆에서 식사를 하면 좋을까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장로님 옆 자리가 비어 있어 앉았습니다. 장로님의 젊은 시절에는 먹을 것이 귀했지만, 그래서 본인은 무엇이든지 맛있었고 하나님께 감사했다고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몇개월 전에는 장로님과 함께 기도회를 참석했습니다. 교회 연합 기도회인데 다른 성도님들은 스케쥴이 여의치 않으셔서 아무도 못 오셨지만, 장로님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오고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장로님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 사별한 부인의 이야기, 그리고 고난 중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소천하시는 날은 평소처럼 운동하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모든 성도님들이 참 마음 아파했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토요일이 장례를 치뤘지만 그래도 주일에 왠지 장로님이 교회로 나오실 것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교회 전도지가 준비되면 꼭 노방 전도 같이 나가자고 장로님과 약속했는데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저에게 장로님과의 좋은 추억을 쌓도록 해주셨습니다. 저의 셀폰에서 함께 기도회 가던 길에 찍은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께서 보내주신 장로님께서 소천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도 함께 저장해 놓습니다. 아름다운 길과 트리가 십자가 처럼 보입니다. 오직 예수님만 전하기를 위해 애를 쓰신 장로님의 귀한 인생에 어울리는 사진입니다. 

추모 예배의 설교 제목은 '모범적인 믿음을 본 받으라' 였습니다. 고심하며 지었는데, 고인의 지나온 삶을 생각하면 참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교 원고를 준비하면서 또 실제로 설교하면서 장로님의 믿음, 감사, 헌신, 복음에 대한 열정, 그 모든 것을 제 마음에 담았습니다. 

마지막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언젠가 주님 나라에서 다시 뵐 때에, 사실 그때 필요는 없겠지만 준비한 전도지를 자랑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못 다 들은 장로님의 이야기들을 이어 들으며 영원히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글

로고스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성경 공부하기 with 스터디 바이블 노트 Study Bible Notes (2023년 9월 업데이트)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 119:103) 누구나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는 말은 듣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꿀보다 달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

리딩 크리스천 독서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