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1일 목요일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다

 


스물 네살 때 아내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 저의 나이는 스물 넷입니다. 아직도 그때의 시간과 추억이 생생합니다. 마치 영원 속에 머무르는 듯 합니다.

스무살 때 처음 북클럽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경험이 저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외길도 이런 외길이 없습니다. 그저 내가 좋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도 이것이 좋다는 확신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출판을 한다는 막연한 꿈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석사와 박사 과정 속에서 모은 자료와 고민과 노력을 하나로 압축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많은 부분이 구체화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이렇게 열심히 읽어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쓴 글이라도 이렇게 부지런히 고쳐본 적도 없습니다. 온전히 거의 2년을 매달렸습니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그렇게 긴 비행인데 원고를 수정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집중하면 이렇게 까지 할 수 있구나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놀랐습니다.

깊은 밤 어머니 옆에서 마지막으로 글을 수정하는데 참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성경을 묵상하고 계셨습니다. 그 한구절 한구절을 간절하게 붙잡고 소리내서 되네이십니다. 마치 어머니의 영혼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스킬과 자료로 무장한 저의 묵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저로서는 최선을 다한 원고를 담아 이메일을 보내는데 마음이 벅찼습니다. 수백시간의 힘을 쏟아서 매진하고 결국 어떤 일을 성취했다는 것은 참으로 감격적입니다. 제가 감히 이룰 수 없는 것이었고 오직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생각이 저의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어머니, 출판사에 드디어 원고 넘겼어요' 깊은 새벽 어머니께 말씀드리는데 그렇게 마음이 행복합니다. 아들을 위해서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시던 어머니와 기쁜 소식을 처음 나누어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 원고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하나님만 아십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제 마음이 너무 평안했습니다. 오직 믿음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십년이 그랬습니다. 단 한번도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은 위태로운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한걸음씩 부지런히 포기하지 않고 걸어왔습니다. 하나님은 이끄셨고 저는 용기로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의 전체 모습은 알 수 없지만, 그분의 신실하심은 과거를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처럼 연약하고 흠 투성이인 인생을 사용하시고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남은 저의 인생도 오직 주님께 온전히 맡기고 그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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