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7년만에 부모님을 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래도 정정하신데 어머니께서 많이 늙으셨습니다. 굽은 허리에 펑퍼짐한 바지를 입으시니, 어렸을 적 기억하던 외할머니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흰 머리가 너무 많이 늘어서 자꾸 눈물이 나는데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속상하면, 어머니도 속상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개척하신 교회에 처음으로 가보았습니다. 의자들이 제법 많이 놓여있습니다. 함께 섬기시던 분들이 도시로 떠나고 소천하였지만 어머니의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해주신 오이 볶음이 그렇게 싫었는데, 알고보니 세상에서 제일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콩자반도 육계장도, 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세상 누가 뭐래도, 어머니에겐 제가 최고입니다. 십년 넘게 유학하고 미국에서 지내는 아들을 위해 그렇게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마치고 다시 돌아와 어머니와 마주 앉은 이 시간 앞에서 과거를 돌이켜 보니, 잠시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신앙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수고 결단, 그리고 영적 전쟁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무속 신앙에 사로잡힌 가문에 시집을 와서 그렇게도 고생하셨습니다. 지금 제가 누리는 모든 것은, 어머니의 기도와 헌신 덕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들어드리고 또 위로해 드리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인생이 너무 고단하고 힘들어서 여전한 아픔이 마음에 있지만, 그래도 제가 들어드리면 조금은 편안해 하십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지만 어머니 곁에 잠시라도 있을 수 있어서 그것이 행복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이 잠시의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를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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