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 토요일

흑곰에서 백곰으로, 10년 만에 구입한 후드티

 

오랫동안 입고 있던 GAP 후드티가 조금 낡아 보였습니다. 짙은 남색이어서 때도 별로 안타고 좋았지만, 이제 남색에 물이 빠져서 색이 바랜 붉은 색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나 옷을 좀 사도 될것 같은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나 이런 후드티 또 하나 사줄수 있어? 10불이면 더 좋고"

물론 농담이었습니다. 아내가 또 그런 이야기하냐고 웃습니다.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싼데 10불짜리 후드티가 어디 있냐고합니다. 그러더니 마침 세일 기간이라고 합니다. 무슨 색을 원하냐고 물어봐서 혹시 밝은 색이 있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합니다. 

받아서 입어보니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오빠 그거 입으니까 이제 흑곰이 아니라 백곰 같은데?" 서로 킥킥대고 웃었습니다. 

이상하게 옷이 잘 맞고 가볍습니다. "여보, 혹시 이거 나 얼마만에 후드티 산거야?" "응, 아마 10년 정도 된거 같은데?" "근데 왜 이렇게 옷이 가벼워?" "아 그거? 예전에 세일할 때 XL 잘못 시킨거 사이즈 없어서 그대로 입고 있다가 이제 오빠 몸에 맞는 사이즈 입어서 그런거야" 또 아내가 킥킥대고 웃습니다. 

잠시 멍했습니다. 아 그랬구나,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몸에 맞지도 않던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렇게 줄기차게 열심히 입고 다녔다는 것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사실 많이 불편했을텐데, 지나온 10년동안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더 소중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전자 기계에 빠져서,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가지려고 발버둥 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삶의 어떤 지혜를 깨달아서인지 없어도 괜찮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갑니다. 더 저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이 더 가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흑곰을 벗어나 백곰이 되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그렇게 옷에 신경을 안쓰지만 저도 사람이라 새옷을 입으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합니다. 10년이 한순간처럼 지나갔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입고 다녀도 별 문제 없었다는 것이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저의 10년도 순식간에 지나가겠지만, 그저 조금이라도 더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은근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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