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8일 목요일

처음으로 "가족 북클럽"을 하였습니다 with Laugh And Grow Bible For Kids

 



남편이자 아빠로서, 그리고 목회자로서 저에게는 간절한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가족이 함께 북클럽을 모임을 하는 것입니다. 항상 꿈을 꾸었습니다. 네 식구가 나란히 커피숍 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간식을 먹으면서 행복한 마음을 누리며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틀을 잡아서 크리스천 북클럽의 맥락에서 하는 것은 쉽지가 않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일곱살 막내가 영어로 된 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선물로 받은 laugh and grow bible for kids를 아이들이 꺼내서 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으로 북클럽을 해보면 어떨까?" 일단 책에 대한 확신은 있었습니다. 잠깐 책을 훑어보았을 때에 어린이 성경이지만 내용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정도 수준의 책이라면 일곱살 막내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타이밍이 중요하기에 더 이상 미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즉석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내일 우리 처음으로 가족 북클럽을 할꺼야, 그러니까 오늘 밤에 Adam & Eve 챕터를 읽고 자기가 느낀 점을 적어서 준비해야해, 그리고 챕터 뒤에 질문이 두개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도 아빠가 아마 물어볼꺼야. 그리고 내일 Panera가서 거기에서 책 읽는게 아니라, 책은 미리 읽고 준비해서 거기서 우리가 생각한거 나눌꺼야”

물론 쉽게 접근할 수도 있었습니다. "내일 우리 Panera 가서 책이나 같이 읽을까?" 라고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연구하고 실천했던 크리스천 북클럽의 틀을 무시하면서 가족 북클럽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설령 그것이 작고 미약한 것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말하고 표현하고 나누면서 성숙해 나가는 북클럽의 핵심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부탁하면서도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내야 오랫동안 저와 함께 북클럽을 했기 때문에 전혀 걱정이 없었지만 두 아들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던 것은, 갑자기 막내 아들이 빈 레터지를 가져오더니 번호를 쓰고 표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의 질문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 답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내용이냐고 일부러 더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모임에서 아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책을 한권 가지고 있지만, 책 한권만 가지고 모임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이북으로 볼 수 있도록, 킨들 버전으로 추가로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책과 동일한 구성이었고 심지어 글자만 따로 카피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동일한 책을 구글 북스도 샘플을 찾아 보았는데, 그림이 깨지는 부분이 있고 글자는 카피가 되지 않아서 주저 없이 킨들 버전으로 구입했습니다.

* Laugh and Grow Bible for Kids: The Gospel in 52 Five-Minute Bible Stories

다음날 다른 가족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Panera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각자 좋아하는 빵과 커피를 시켜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소에 제가 북클럽을 인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질문하면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아담과 이브 이 챕터에 대해서 읽으면서 어떻게 느꼈나요?”

정말 놀라웠던 것은, 아내와 두 아들이 각자 중요한 질문들 혹은 답을 준비해 왔다는 것입니다. 먼저 첫째 아들이 시작했습니다. “근데 아빠, 왜 하나님께서는 모든 죄를 한번에 다 없애시지 않았어?”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으면서 죄가 세상에 들어왔다는 내용 때문에 아마도 이런 질문을 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들 생각에는, 당연히 하나님이 못하실 일이 없는데 왜 한번에 죄를 없애시지 않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한 것입니다. 

북클럽의 핵심은, 인도자가 혹시 답을 알고 있어도 바로 대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질문을 가지고 아내와 막내 아들의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이제 아내도 막내 아들도 본격적으로 토론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형에게 직접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주었습니다. “형아, 형아가 아플 때 약을 먹잖아, 그런데 약 먹는다고 금방 낫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거 아닐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막내가 이렇게 많이 컸구나, 하나님의 일하심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참 좋은 대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몇번의 대화가 오가간 이후에 첫째 아들의 질문에 대해서 간략한 답을 주었습니다. 하나님이 의로우시기 때문에 인간의 죄를 무조건 눈감아 줄 수 없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만약에 동생이 너를 엄청 때려서 피가 나고 다쳤는데 그냥 없는 걸로 하자고 아빠가 이야기하자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금방 이해하더군요. 그리고 그 모든 잘못의 댓가를 예수님께서 치르셨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대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책의 내용에서 파생되는 온갖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막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죄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궁금해 했습니다. 죄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 우리의 마음에 있는 것이냐?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또한 아내는 하나님의 주권과 피조물의 자유 의지에 관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은 완전했는데 어떻게 사탄이 있었냐?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느냐? 등등의 굉장히 의미 있는 질문과 대화들이 오고갔습니다. 

이런 대화 중에 아내는, 자신의 성경 이해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죄의 용서와 죄의 댓가에 대한 용서의 개념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다고 스스로 말하더군요. 그리고 저는 오히려 죄의 댓가에 대한 속죄의 개념만을 목회 중에 강조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략 사십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마무리하는데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가장으로서 항상 꿈꾸던 것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귀한 책으로 생각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그러더군요, 무조건 한주일에 한번은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저 역시 동일한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목회자로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죄의 개념에 대해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효과의 이해 부분에서 저의 약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임 이후에 따로 조직신학 책과 기독교 강요를 보면서 추가로 공부하였습니다. 단순히 제가 강의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내용이 아니라, 제 자신과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하는 신학 공부였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목회자로서 성도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장성한 자녀의 신앙 문제가 큰 아픔이 되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들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부모와 자녀가 하나가 되어서 신앙으로 훈련하고 자라가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미래를 향한 준비입니다. 신앙적인 깊은 대화와 사고의 훈련을 통해서, 부모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의 경험을 통해서, 저의 두 아이들의 하나님 안에서 잘 자라기를 원하고 하나님께서 이 길을 선하게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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