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9일 화요일

어머니에게 목회를 배웠고, 앞으로도 그럴꺼에요



저의 어머니는 목사이십니다. 시골에서 작은 개척교회를 하고 계십니다. 그 전에는 오랫동안 규모 있는 교회에서 여전도사님으로 섬기셨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통해서 목회를 배웠습니다. 어머니의 목회는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우는 목회 그리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목회였습니다. 성도님들 중에 영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부지런히 살피고, 그 어떤 환경에 처한 분들도 그 사람의 처지로 그 사람을 편애하지 않고 돌보셨습니다. 

제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의 진실함이 기이하게 보였습니다. 크면서 더 그렇습니다. 이제 저도 중년을 넘어가보니 세상은 그 사람의 가진 그것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정합니다. 

세상의 기준을 거스르는 어머니의 목회를 보고 자라서 그것이 저의 목회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목회자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을 당연히 만날수도 있고 만나야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렇지 못한 분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는 것이 목회입니다. 

담임 목회를 생각해야하는 시점에 들어오니, 요즘처럼 진짜 목회가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한 적이 없습니다. 안수 받은지 십년이 훌쩍 넘으니, 정말 목사가 필요한 분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됩니다. 가난하고 궁핍한자, 하나님의 의를 사모하는 자, 목회자의 그 한번의 간절한 중보의 기도의 가치를 아는 분들이 목회의 대상입니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 교회 안에조차 목회자가 필요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앙의 이야기가 너무나 낯선 분들도 많습니다. 

목회자의 학력과 재산, 그리고 집안 배경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제가 가진 것이 없어서 마음이 힘든 적은 거의 없었는데 막상 그런 경우를 경험하니 마음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세상이 병들어서, 목회자의 가치조차 그의 조건으로 만들어진다니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주님을 간절히 바라고 주님의 손길을 기대하는 분들은 얼마든지 있고, 저는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그분들을 만나고 돕기 위해서 사역합니다. 제 발걸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하는지 주님이 보여주십니다.

삶이 어렵고 힘든 분들은 물 한잔을 놓고 만나도 그렇게 마음이 편합니다. 커피 한잔 빵 하나라도 저는 제가 사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되려 오랜 가족을 만난 것 같고 가장 친한 친구와 오랜 만에 만난 것처럼 그렇게 친근합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 하나님을 사모하지 않는 분과의 만남은, 산해진미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어느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네에 있는 감옥에 무조건 찾아가셔서 제소자들을 만나고 예배 드리고 싶다고 어머니께서 직접 사역의 길을 여셨습니다. 무기수중에 여자들이 많다고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연세가 많이 든 작은 체구의 여자 목사를 볼때에, 그곳의 예배 드리는 분들은 어떻게 어머니를 볼까 종종 생각합니다. 어쩌면 천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방문 때 마다 간식비를 염려하셨는데 기적적으로 매번 채우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저처럼 이미 주어진 양들을 돌보는데도 버거운 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에서 사역하시는 어머니를 항상 존경합니다.

한국에 들어가본지 거의 십년이 되어서 어머니께서 사시는 곳도, 어머니의 사역의 현장도 한번 방문하질 못했습니다. 그래도 모든 것이 눈에 선합니다. 항상 심방이 많아서 종종걸음으로 걸으시는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심방 사이에 잠깐 확인하니 어머니 카톡이 와 있어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제 마음이 이렇게 좋은데 하나님은 그 마음이 어떠실까요?

심방 약속된 성도님을 기다리면서 짬을 내어 글을 썼습니다. 주님의 마음을 가진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삶에 가장 큰 축복임을 깨닫고 감사할 뿐입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아들도 계속 어머니의 목회를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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