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3일 일요일

"미국에서 신분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에 든 생각들

 

미국에 온지 11년이 넘었습니다. 저의 가장 중요한 삼십대의 전부를 이곳에서 보내었고, 또 사랑하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마음을 누르던 것이 신분 문제입니다. 

막연하게 미국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막상 지내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신분입니다. 처음에 학생 신분을 유지하다가, 나중에 어디에선가 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종교 비자 혹은 취업 비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자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교회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교회가 능력이 있어도 지원해주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외국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안정적인 신분입니다. 

교회에서 혹은 직장에서 신분을 제공해 줄 의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관은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본인이 필요한 서류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았어야 합니다. 

특별히 학생의 경우에는 I20가 완벽해야 하고 흠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에, 학교를 옮겼을 경우에, 옮기는 날짜와 시작하는 날짜 사이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미국에서의 단 하루라도, 불법적인 체류가 있었다면 그것만큼 곤란한 경우가 없습니다. 

모든 신분 문제마다 서류가 중요합니다. 필요할 것 같아서 앞을 내다보면서 10년이 다 된 서류를 아직도 가지고 있던 저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인도하셨음을 감사했습니다. 내가 아직까지 이걸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약간은 허탈한 웃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불안하고 힘들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미국에 와서 이사를 참 많이 다녔습니다. 학교도 세군데를 옮기면서 졸업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는 거기에 해당하는 서류가 따라옵니다. 저처럼 허점이 많은 사람이, 모든 부분에서 허투르게 하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에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인간적인 실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한걸음 한걸음 인도하셨습니다.

신분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에 든 생각은,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다" 라는 생각입니다. 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시지 않는다면, 단 한순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입니다. 하물며, 앞으로의 제 삶의 큰 방향을 정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상 좋은 소식이 있었는데, 주변에 말할 곳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 저의 안부를 진심으로 묻고 기도해주던 몇분들과 소식을 나누었습니다. 또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던 한 권사님께 말씀드리면서 참 마음이 좋았습니다. 부족한 목회자의 미래를 항상 걱정해 주시고, 뵐 때 마다 격려해주시던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많이 기뻤는데, 또 한편으로는 많이 울컥했습니다.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이 자리에 다 적을 수 없는 어려움들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고 믿음으로 정신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애를 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는 격한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이틀 정도는, 지나간 아픈 시간이 마음에 다시 차 올라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내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불확실한 상황, 불확실한 신분, 모든 것이 한번도 확정적이지 않은채 10년 넘은 시간을 함께 걸어온 아내에게 참 감사했습니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내의 마음을 크게 위로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미국에서의 긴 시간 동안, 세상을 배웠습니다.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반면에 사람 때문에 속상한 일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 마음에는, 좀 더 따뜻한 사람, 좀 더 성경적인 사람, 좀 더 인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합니다. 단순히 목회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성도로서 한 인간으로서, 좀 더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제 또 한걸음을 나아갑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싱글벙글 웃으며 미국행 비행기를 탔던 어린 저는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인도하실 미래를 기대하며, 꾸준하게 조심스럽게 전진하는 제가 이제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저의 가정을 앞으로도 신실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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