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곡씩 ccm 커버곡을 만들면서, "배울 것이 끝이 없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공기중으로 사라지는 그 소리에 나의 감정을 담고, 그 감정을 시간 속에 묶어서 다시 음원으로 만든다는 것은, 정말 신비로운 일입니다.
저의 보통 혼자 작업을 합니다. 일단 집에서 아내를 통해 피아노 미디 파일을 받고, 피아노 가상 악기를 입혀서 그것을 들으면서 노래를 녹음합니다. "노래를 녹음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표현이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부르느냐"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돌이켜보니 거의 10년 동안의 "가장 큰 시행 착오 혹은 어려움"은, 보컬 녹음을 할 때에 "헤드폰으로 어느 정도 크기로 들으면서 노래해야 하는가" 입니다.
물론 쉽게 생각하면, "적당한 크기로 들으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적당함이라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처음에 음원을 만들 때에는, 그리고 사실 가장 최근까지만해도 "최대한 크게 들으면서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서 벌스 부분에서 "속삭이듯이" 노래하기 위해서는, 제가 어떻게 노래하는지를 정확하게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래할 때에는 무조건 듣는 볼륨을 최대한 키웠습니다.
위에 헤드폰은, 제가 노래 녹음할 때에 사용하는 AKG K92 입니다. 믹싱으로는 부적합하지만, 보컬 녹음할 때에는 귀를 다 덮고 착용감이 편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떤 때에는 상당히 크게 음악을 듣는데, 적어도 보컬 녹음할 때에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크게 들으면서 녹음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볼륨을 "아주 크게" 들으면서 녹음하면서 느낀 부작용이 있습니다. 일단, "헤드폰에서 음이 새서" 마이크로 들어갑니다. 밀폐형 헤드폰이기는 하지만, 제가 워낙 소리를 크게 하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헤드폰에서 피아노 소리가 새어나가서 마이크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보컬과 피아노 소리가 새는 것이 섞여" 버립니다. 문제는, 보컬 트랙에 RX De-noise를 걸 때에, 정확하게 잡음을 잡아서 없애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Learn 버튼을 켜고 플로어 노이즈를 잡아도, 결과적으로 보컬을 깨끗하게 작업하기가 어렵습니다. 특정 음에서 계속해서 소리가 살짝 무너집니다.
모니터링을 너무 크게 했을 때에 또 다른 문제는, "노래하는 사람의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 부분은 저에게 있어서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
분명히 귀로 크게 듣고, 그래서 속삭이면서 부르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크게 들으면서 부르면, 목에 힘이 들어가서 결과적으로 바이브레이션이 너무 심하게 걸립니다. 바이브레이션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 로우컷도 강하게 하고 멀티 컴프레서인 C4로 눌러도 봤지만, 근본적으로 힘이 들어간 보컬 트랙은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어느 순간부터는, 노래를 부르면서 모니터링을 "말 그대로 적당한 수준"으로 놓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말 우연히 그렇게 시도해 보았는데, "완전 다른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물론 볼륨을 너무 적게 잡지는 않습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평소에 기분 좋게 음악을 듣는 정도로 약간 볼륨을 올린 그 수준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래 곡이, "딱 좋은 수준에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만든 곡입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모니터링 크기를 잡고 녹음을 해보니 확실히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헤드폰에서 피아노 소리가 전혀 새어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컬 트랙에 다른 소리가 섞이지 않기 때문에 깨끗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감정을 넣어서 부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입니다. 실제로 녹음된 것을 들어보면, 제가 노래할 때에 의도한 딱 그만큼의 감정과 호흡 그리고 느낌이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셋째로, 제가 목에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쓸데 없는 바이브레이션이 훨씬 적어집니다.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던 부분인데, 해결한 것 같아서 마음이 참 기쁘네요. :) 혹시라도 저와 같은 고민이 있으시다면, 보컬 녹음에서 모니터링 크기를 다시 한번 체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이 한번에 해결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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