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1일 수요일

5년 간의 청년부를 마무리하며 / 김동률 - 청춘

 


누군나 삶의 한 자락에 가장 소중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지나간 5년의 청년부를 섬긴 시간이 그렇습니다. 꿈처럼 지나간 시간이라 너무 소중하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들입니다. 

지금 섬기는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할 때, 저의 공식적인 포지션은 청년부와 장년 그리고 찬양 인도였습니다. 아내가 참 좋아했습니다. "오빠는 청년들 좋아하니까 사역 잘 할 수 있을꺼야" 부족한 저를 격려해 주는 아내에게 항상 감사할 뿐입니다. 


신학교 전도사 시절에 1년 정도 청년부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 시간 이후에 청년부를 맡았습니다. 저도 마음이 많이 설래었습니다. 제가 청년 시절에 정말 좋은 목사님을 만났고,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날만 되면 그분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 처럼, 조금이라도 좋은 것이 있다면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청년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성경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바램들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스터디 바이블을 이용한 교제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 설교와 연관 지어서 정말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설교와 성경 공부 준비에만 매주 열시간 이상 시간을 사용했지만 힘든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청년들은 저의 가족이고 또 저의 사랑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수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 청년들이 열다섯명 정도였습니다. 사실 처음에 맡을 때 부터 저는 그 끝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 때 백명이 넘는 청년들이 있었지만, 이미 공동체는 쇠락하는 시점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것을 그저 망연자실 바라볼 수 만은 없었습니다. 공동체의 마지막이 보인다 하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것이 목회자의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에 항상 청년들이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실제로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장년 사역과 찬양 인도, 그리고 새벽 예배를 꼭 나와야 하는 저의 자리에서는 항상 육체적인 무리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퇴근하지 않고 교회 사무실에서 종종 밤 잠도 잤지만, 부족한 사역의 시간을 채워 넣기가 어려웠습니다. 


금요일 저녁의 찬양 인도, 토요일 사역과 설교 준비, 그리고 주일날 예배와 찬양 인도, 설교와 이후에 청년들과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몸이 다 망가져 버린 듯 느껴졌습니다. 월요일은 구토를 느껴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하루 종일 누워있기도 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먹었던 타이레놀 보다, 지난 몇년간 먹은 것이 더 많은 듯 합니다.  


가끔씩 제가 스토커가 아닌가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가급적 일주일에 한번 이상씩 항상 안부 연락을 했기 때문입니다. 목회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스토커라고 부른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사실 되려 부담을 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만 그러한 작은 관심과 연락들이, 그리고 안부를 묻는 과정들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견고함을 가져오기를 바랬습니다. 


한때는 거의 스무명 정도가 넘은 적도 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단순히 숫자가 늘어서 좋았다기 보다는, 그냥 그 순간 그들의 행복이 좋았습니다. 청년들이 행복할 때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저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찬양하고, 함께 예배 드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여전히 수가 적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적어도 이들과 함께라면, 저는 외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은, 여기가 한국이면 어떨까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한국은 서울이 중심이기 때문에, 왠만하면 교회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상황이 완전 다릅니다. 청년들은 일 자리를 찾아서, 그리고 결혼을 하면서 떠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극히 일부만이 그 자리를 지킬 뿐입니다. 


이미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교회에 방문한 청년들을 정착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과정이 참 여의치 않았지만 적어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습니다. 그러나 들어오고 정착하는 숫자보다, 빠져나가는 숫자가 너무 컸기 때문에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펜데믹이 닥쳤습니다. 이미 쇠락기에 들어간 청년부에 펜데믹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처음에는 줌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설교를 영상으로 만들고, 이후에는 영상 보다는 실시간으로 드리고 싶다는 요청에 혼자서 청년부실에서 카메라 앞에서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괜찮은 듯 했지만, 제 능력 밖의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청년들이 하나 둘 타주로 옮기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집에서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났습니다. 


상대방이 읽지 않는 카톡 메시지가 속절없이 늘어 났습니다. 그나마 믿었던 사람들은 다른 교회들을 찾아 떠났습니다. 예배가 너무 썰렁하고 공동체의 모습을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결국 청년부 예배가 장년 예배에 통합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청년들도 예배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장년 예배는 그들만의 예배가 아니라고 생각했을까요? 제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펜데믹 기간 중에 제가 한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청년들에게 계속 안부를 묻고, 밥을 사주면서 격려하고, 어떻게든 그 마음을 위로하고 돌이키려고 팬데믹 기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모든 동력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공동체라 부르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공식적으로, 청년부 사역에서 장년 사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다른 목사님께 사역을 인수인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나마 남아 있는 청년도 이사를 간다고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청년이 이렇게 저에게 카톡을 주었습니다. 


“목사님, 단톡방을 지금 봤네요.. 지금까지 진심으로 저희를 섬겨주시고 목사님의 모든 사역에 감사드립니다! 


목사님께서 저희의 믿음 성장을 위해 계획하고 하셨던 여러 일들을 비록 저희는 꾸준히 못따라갔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목사님의 열정과 진심을 보시고 기쁘게 생각할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사님의 여러 사역에 하나님께서 귀중히 쓰시길 그리고 또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지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고마워 내 인생의 최고의 황금기였고 너무 행복했지, 평생 잊지 못할꺼야. 나는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멤버들도 또 모두 열심히 했지 후회는 없어, 고마워 큰 위로가 된다. 너가 고생 많았지” 


펜데믹 기간 중에 꿈을 꾸었습니다. 함께 했던 청년들이 모두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꿈 속에서 저는 활짝 웃고 있었고 힘있게 찬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에 제 마음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가장 아픈 마음을 느껴본 순간인 듯 합니다. 너무나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비록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었지만,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늘 제 마음을 누르고 또 힘들게 했습니다. 저의 상황과 마음을 제 아내를 제외하고 누구도 이해할 수도, 또 이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참 외로웠습니다. 


지금도 가끔 돌아봅니다. “혹시 내가 조금 더 최선을 다 할 수는 없었을까?” 제 자신의 돌아오는 대답은 이것입니다. “진부야, 수고했어, 너 정말 최선을 다했어” 


아마도, 하나님께서도 그 부분은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상황과 시대와 모든 것은 바뀌지만, 그러나 크게 흔들리지 않고 저의 자리를 지키고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명예롭게 느껴집니다. 제가 지킬 수 있는, 저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저는 늘 지금의 저의 시간이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푼 마음으로 시작하고 이제 끝을 맺은 지난 5년간의 시간이야 말로 진정한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확신하는 가장 좋은 것을 소중하게 나누었던 시간, 그리고 저의 가장 큰 열정들을 아낌 없이 쏟아 부은 시간들입니다. 


제가 원하던 대로 결과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 역시 하나님의 주권 안에 속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어려운 사역에 매진하고 울고 기도하고 눈물 흘리면서, 어쩌면 가장 연약한 자들을 이해하는 참된 목회를 배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목회 속에서 저를 격려해주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청년들을 환대하고 대접한 아내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추억은 누구도 바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과거를 바꾸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청년들과의 따뜻했던 시간들은 변치 않고 아주 오래 남을 것입니다. 제가 속상하고 아팠던 시간보다, 그들이 저에게 주었던 기쁨과 행복이 크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오늘에 이르러서야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게 됩니다. 저에게 소중한 목회의 시간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나님께 진심으로 말씀드릴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찬양 받으실 분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하는 모든 조차, 하나님께서 선하게 이끌어가실 것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하나님께, 진정한 신앙의 고백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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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사랑하는 친구 진부야. 정말 수고했어.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고민을 하는 일인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지금이 가장 황금기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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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고마워 친구야, 수고했다는 한마디가 너무 고마워, 하나님께서 너의 삶 가운데 복에 복을 더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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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목사님의 사역을 축복합니다. 실패한 듯 보여도 목사님을 통해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실패하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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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기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 주님 안에서 평안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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