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나면, 두 아들의 하루를 아내가 이야기 해 줍니다. 듣고 있으면 재미있습니다. 저의 어렸을 적 추억도 기억이 나고, 마냥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 그저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막내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학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막내가 놀이터에서 기다린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왜 기다리지? 막내의 친구는 같은 반이고, 인도에서 온 작은 여자 어린이입니다. 아내가 정말 작고 귀엽다고 말하면서 웃더군요. 제가 농담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여보,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됬는데?" :)
학교에 아이들을 픽업하러 아내와 같이 나갔습니다. 역시나 막내는, 오늘도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또 놀이터에서 기다리더군요. 친구가 나온다는 쪽에서 잠시도 눈을 때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립니다. 한 곳만 바라보는 막내를 보면서, 괜시리 제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십오분쯤 지났을까요? 막내가 한 여자 아이를 보고서 너무 반가워하면서 달려가더군요,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달렸습니다. 그리고 꼭 끌어 안았습니다.
약간 당황하기는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친밀한 관계인 것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우리 막내는 학교 가는 것이 참 행복하겠구나.. 기다리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매일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이미 막내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본 사람은, 하나님을 깊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그 사람을 위해서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하나님을 향하여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본질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 남자로서 펼쳐질 제 아들들의 삶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지만 웬지 기대가 됩니다. 저의 아들들 역시, 진심으로 기다리는 누군가를 만날 것이고, 또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깊고 순수한 사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아플 수도 있는 그 긴 시간들이,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인격을 형성하고,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아빠로서 바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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