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is inevitable, Maverick. Your kind is heading to extinction." -Admiral Cain
"Maybe so, sir, but not today." -Maverick
저에게 지금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는, 고3때에 보았던 주성치의 서유기입니다. "한 남자의 이루어졌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황입니다. 아직도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네요. :) 언뜻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B급 감성의 코미디 영화이지만,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스토리와 연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유기 이후에, 저에게 다시는 인생 영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탑건 메버릭을 보기 전에는 그랬습니다. 영화관에서 감동을 받아서 결국 영화를 구입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운동을 하면서 몇번을 더 보았습니다. 아마 미국으로 지역이 셋팅 되어서인지 자막은 영어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대사의 깊은 맛을 더 음미하고 있습니다.
탑건의 메버릭은, 여전히 "캡틴"입니다. 그는 파일럿이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행기보다 파일럿이 여전히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파일럿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설 자리를 잃어갑니다. 그는 최고의 파일럿이지만, 세상은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입니다.
케인 제독은, 그가 탑건 교관으로 차출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줍니다. 케인은 무인 전투기에 전쟁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메버릭을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떠나는 메버릭의 머리 뒤로 이렇게 말을 던집니다.
The end is inevitable, Maverick. Your kind is heading to extinction.
아주 단순한 대사이지만, 그 의도는 확실합니다. 메버릭과 같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제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종말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전투기보다 조종사들이 중요하다고 믿어도, 결국 그들과 그들이 붙들던 이상은 사라질것입니다. 메버릭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다시 돌이키며, 제독을 향해 메버릭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Maybe so, sir, but not today.
아주 짧은 대사이지만, 제 영혼 어딘가에 이것이 깊이 남았습니다. 영혼의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습니다. 메버릭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과 같은 조종사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not today".
메버릭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바로 그 오늘" 입니다. 메버릭 역시 자신의 운명과 앞길을 알고 있지만, "바로 그날 하루만큼은" 여전히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겠다는 것입니다.
비록 암울한 혹은 정해진 미래가 다가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하루는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환경과 미래에 대하여,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놀라우리만큼 숭고한 태도와 진정한 위대함을 경험했습니다.
요즘처럼, 제 자신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간다고 느낀적이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 더 그렇겠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처럼 하루를 보내고 잠이 들 때 즈음에, "나의 오늘"을 돌이켜봅니다. 오늘 하루는 의미있는 삶을 살았는가? 부끄럽기가 한이 없습니다. 아무리 제 자신에게 너그러운 기준을 제시한다하더라도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스스로를 평가할 때에, 어느 정도 이상주의자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새롭게 제 자신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이상주의자 그리고 원칙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봐도 지나칩니다. 깨달은 것은 어떻게든 실천하고 싶고, 알게 된 것은 어떻게든 실현시키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라는 사람입니다. 단 한걸음도 물러서고 싶지 않습니다. 완벽을 향해 도전하고 싶고,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그것을 이루고 싶습니다.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지극히 성경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거짓없이 순수하게 마음 깊이 들어오고 저의 삶의 목표가 되고 나서야, 미처 예상하지 못한 큰 어려움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대한 소중함이 너무 커서, 저도 모르게 제 마음이 눌리고 있습니다. 쉽게 다른 이들에게는 드러내기 어려운 무거움입니다. 마치, 죽음을 바로 목전에 두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부러 이것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저의 무거움이 타인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밤이 되는 것이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삶의 마지막에 하루를 더 다가섰는데,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자리 어딘가 서 있다는 것이 제 자신을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사라질 저의 운명에 대항하여 담대히 거슬러 전진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도 메버릭처럼, 이런 절박함 때문에 더욱 더, 저의 이상과 존재 가치를 "오늘 이 하루동안" 여전히 지켜내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보는가는, 저에게 별로 큰 관심사는 아닙니다. 지난 시간과 현재를 돌이켜보면, 저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사람이기에 다른 이의 평가를 기대할 수 밖에 없지만, 최대한 신경쓰지 않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입니다.
타인의 평가는 중요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는 것은 결국 내가 누구인가를 새롭게 조명하게 합니다. 그러나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설적으로 타인의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미 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붙드는 것은 "본질"입니다. 하나님 앞에 성실한 삶을 살았는가, 주님 보시기에 그리고 제 자신이 보기에 의미있는 삶을 살았는가, 그리고 가장 높은 이상을 추구하기 위하여 오늘 하루를 바로 그 길을 담대하게 걸어갔는가, 이것이 바로 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본질입니다.
내일은 저에게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을 돌이켜보며, "다시 새롭게 오늘이 될 저의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저의 오늘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의 내일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오늘이 의미가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내일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의 이상에는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의 육체와 정신도 연약해 진다는 것을. 언젠가 저의 모든 꿈과 모든 결심과 모든 도전과 모든 열정과 모든 노력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가진 운명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주어진 이 하루 만큼은, "not today", 바로 오늘은 아직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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