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1일 수요일

"나의 소명" 이야기

 

모든 직업은, 하나님의 소명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주인이시며 모든 이들에게 소명을 주십니다. 그런 면에서 목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들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라는 직업은 매우 특별합니다. 주님께서는 목사를 세우시고 자신의 교회를 맡기십니다. 주님의 양들을 돌보고 이끌며 하나님의 공동체를 세워가시도록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제가 목사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저의 소명을 매우 소중하고 존귀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시집살이를 많이 하셨습니다. 특히 자녀가 없어서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눈물로 기도하실 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 아들을 낳으면 사무엘이라고 부르고 하나님께 제 아들을 드리겠습니다.”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셨고 제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저의 영어 이름은 Samuel의 약자인 Sam 입니다. 

제가 철이 들기전에는, 어머니께서 서원기도에 대해서 별로 이야기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 즘이 되어서 이야기를 꺼내시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아들이 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고 너를 주셨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실 당시에 이미 저는, 교회에서 거의 목회자처럼 섬기고 있었습니다. 주말을 온전히 교회에 드리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주일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섬기느라 종종 탈진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중하지만, 단순히 어머니의 기도만으로 제가 목회자의 길을 간다는 것은 성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목사가 되고자 하는 생각이 전혀 없었고, 또 저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진로를 고민할 때 즈음에, 러시아 단기선교를 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지만 부모님께서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선교사님께서,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헌신하게 되었던 계기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자신은 러시아에서 선교사로 섬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어느날 하나님께서 꿈을 꾸게 하셨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자신의 꿈에는 밧줄에 목이 매달려서 괴로워하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이 있었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소명으로 이해하고 선교 사역을 시작하셨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는 하나님께서 그 이야기를 통해서 저 역시 부르신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저 역시 영혼들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결정하기에는 너무 큰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진짜 진로를 결정해야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대학시절 마지막 수련회였습니다. 주저할 여유가 없이 이제는 정말 결정을 해야했습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하나님의 뜻을 확신할 수 있는 분명한 싸인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저에게 그것을 보여주세요”

원래는 한번도 그러지 않지만, 수련회장의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바로 앞에서 강사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마태복음 4장 23절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사역하신 것에 대해서 설명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복음을 전파하시고, 그리고 백성의 병과 약한 것을 고치셨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일종의 환상을 보았습니다. 강사 목사님의 입에서 보석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주먹만한 황금과 다이아몬드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보석들이 목사님의 입에서 저를 향해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저의 눈에만 보인 듯 합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싸인을 주신 것이구나." 

저는 신비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결코 그날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확실한 싸인이었고, 그리고 결국 그 일을 통해서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그렇게 환영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열심히 더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이 더 좋은 진로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부모님 모두가 하나님의 뜻을 함께 인정해주시고, 그리고 제가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도록 지금까지 도와주셨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기억이 납니다. 가끔씩 그때의 간절함과 하나님의 응답에 대한 기쁨을 되새겨 봅니다. 목회가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에, 어린 저의 떨리던 마음과 처음 결심했던 그 결심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저의 소명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앞에 두고 그러했던 것 처럼, 보이지 않는 현실의 막막함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시기를 기도하고 또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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