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 봤니? 60 - 과연 마법의 사운드를 들려주는구나! Elysia Phil’s Cascade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많이 느낍니다. :)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는 손 글씨를 정말 못씁니다. 제가 글씨를 쓰고서도, 오히려 제가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저는 시대를 잘 만나서 컴퓨터에서 자판으로 많은 글을 빠르게 작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홈레코딩을 접할 때에만 해도 좋은 플러그인들은 개인 사용자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워낙 고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홈레코딩이 보편화되면서 플러그인들이 많이 저렴해졌습니다. 대표주자인 웨이브스는 거의 $29.9 로 상시 할인을 하고 있습니다. 플러그인 얼라이언스도 종종 할인을 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홈레코딩을 하면서 플러그인들을 많이 구입하였습니다. 특히 데모로 전체 기능을 두주 동안 사용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플러그인을 많이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펜데믹 때문에 플러그인 얼라이언스가 모든 사용자에게 데모 라이센스를 리셋 해준 적이 있습니다.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팬데믹 이전에 한번 사용해본 플러그인이 바로 "Elysia Phil’s Cascade"입니다. 여러 제품들을 살펴보다가, "디자인이 너무 멋져서" 사용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 플러그인은 사운드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역시나 디자인이 좋아야 사용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플러그인은, 매우매우 독특한 탄생 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플러그인들은 과거에 유명세를 떨쳤던 유명한 하드웨어를 그대로 복각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Elysia Phil’s Cascade는 의도적으로 엘리샤라는 회사에서 하드웨어를 만든 경우입니다.
이미 존재하던 것을 복각한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에서 어떤 독특한 하드웨어를 계획하고 먼저 만들어서 그 이후에 그것을 다시 플러그인으로 만든 것입니다. 물론, 하드웨어는 딱 한대만 만든 것입니다. 벌써 뭔가 전설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대체 이런건 왜 했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왜 이런 시도를 했는가에 대해서 홍보 영상을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영상의 주인공인 DOMINIK KLASSEN는 Elysia의 창업자이면서 CEO까지 역임했던 사람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엘리샤 팀에서는 보이지 않네요.
Klassen이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with Phil’s Cascade, we wanted to create something really different"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generating the most interesting and organic sound flavors" 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뜬구름 잡는 이야기입니다. organic sound flavor라니? 하지만 음향 업계에서는 참 보편적인 표현들입니다. :) 사운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이고 심지어 냄새까지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엘리샤팀에서 이 하드웨어 그리고 플러그인까지 연계해서 만든 것은, "정말 유니크하고 뭔가 마법같은, 뭔가 은밀한 어떤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영상을 보니 짧게 과정을 보여줍니다. 일단 이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과거부터 존재하던 그러나 신품에 가까운 명성 있는 빈티지 부품들을 모으고, 엘리샤의 노하우를 담아서 굉장히 독특한 회로도를 만들고, 그리고 모든 부품을 조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하드웨어를 바로 플러그인 형태까지 만든 것입니다.
제가 이 설명에 혹한 것은, 제 스스로가 약간은 Geek한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쓰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남들이 안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큽니다. 괜시리 남들이 안 쓰는 것을 사용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적이 종종 있습니다.
과거에 모두가 아이리버 그리고 거원 mp3 플레이어를 사용할 때에도(물론, 아이리버 거원도 다 가지고 있었지만), 굳이 모노리스라는 더 작은 하지만 훨씬 Geek한 플레이어를 썼습니다. 그 당시 동급 최강의 디자인과 사운드였습니다. 사각형의 차가운 스테인리스 외형을 가진 정말 멋진 플레이어입니다. 그런 저에게 이런 화려하고 추상적이며 모호하지만 매력적인 Geek한 설명이 얼마나 마음에 와 닿았겠는지 능히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예전에 한번 Elysia Phil’s Cascade를 데모해 본적이 있습니다. 아마 거의 1년 정도 전이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너무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생긴 것이 지나치게 복잡해 보이고, 도저히 감을 잡기가 어렵고, 어디다 써야될지 모르겠었고, 그리고 boost를 1단계만 올렸는데도 너무 harsh한 사운드로 느껴졌습니다. 바로 지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왜냐하면 최근에 작업한 "능력 위에 능력으로" 작업 중에, 사운드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요즘에 많은 음반들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아주 독특한 사운드"가 있다 라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들은 존박님의 "밤새 서로 미루다"는 정말 멋지더군요. 보컬의 사운드의 느낌이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제 작업물을 보니, "너무 평범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편곡과 흐름이 그리고 저의 노래가 평범한 것은 둘째 치고, 사운드 자체가 너무 평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마음에 크게 다가오는 사운드라기보다는, 그냥 무난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그래서 심심한 그런 사운드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Elysia Phil’s Cascade"가 떠오르더군요.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운을 받고 데모 라이센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단 보컬 트랙에 걸었는데 너무 harsh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끈기를 가지고 돌려봤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노브를 돌리면서 해보니 생각보다는 뭔가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른쪽 상단에 "MIX" 놉이 보이더군요. 플러그인의 효과를 다 넣지 않고, 패러렐로 넣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입니다. 1년 전에는 워낙 제가 수준이 낮아서 이것조차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그때보다는 수준이 올라갔나 봅니다. :)
일단 boost 1단계를 걸고서 믹스놉을 10퍼센트 정도로 걸었는데, 딱! 느낌이 왔습니다. 뭐랄까? 약간은 유레카와 같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몇가지 세츄레이션 플러그인들이 이미 있지만, 그것들과는 뭔가 다른, 뭔가 정말 유니크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사운드가 새롭게 살아나면서, 과장되지만 과장되지 않고 좋게 들리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거구나!
바로 개별 트랙에 거의 다 사용했습니다. 보컬, 피아노, 베이스, 드럼 버스, 믹싱 버스, 스트링 버스 등에 사용했습니다. 물론 추후에는 실험적으로 더 과하게 써 보아야하겠지만 아주 과하게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많이 걸었지만, 전반적인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뭔가 더 살아나는 사운드로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아래 곡이, 처음으로 Elysia Phil’s Cascade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곡입니다.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의 과거의 프로젝트들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무난함 평범함을 이제는 조금 탈피한 듯 합니다. 소리의 선명도 등이 달라졌습니다. 뭔가 좀 더 상업 음반에 가까운 깊이가 더 추가된 느낌입니다. 트랙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에 전반적인 모든 사운드의 느낌이 굉장히 마음에 들게 나왔습니다.
이 정도로 좋게 느껴지니, 플러그인의 메뉴얼을 직접 보고 싶더군요. 저는 플러그인 얼라이언스의 모든 플러그인의 우측 하단에 있는 "?"가 뭔지를 몰랐습니다. 누르면 메뉴얼을 볼 수 있더군요. :) 생각처럼 메뉴얼은 정말 멋졌습니다. 실제 Elysia Phil’s Cascade 하드웨어 사진은 가슴을 뛰게 할 만큼 너무 멋지더군요.
삼십분 정도 메뉴얼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이건 정말 어렵긴 하구나 였습니다. :) 놉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리고 설명이 약간 뜬구름 잡는 느낌이고 제가 음향 전문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알게된 것은, 저는 왼쪽 상단의 boost를 먼저 돌렸는데, 세츄레이션 값을 더 넣기 위해서는 중간의 gain 다이얼을 먼저 돌려보는 것이 순서이더군요. 아쉽게도 출력 게인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확실히 공감한 것은, "Elysia Phil’s Cascade를 통해서 독특한 사운드를 얻기 위해서 다양하게 시도해볼 여지가 굉장히 많다" 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플러그인에서 제일 멋지게 보이는 부분은, 오른쪽 상단에 전원 버튼입니다. :) 꼭 핵폭탄 모양처럼 생긴 이 버튼이 바로 전원 버튼입니다. 이것보다 더 멋진 전원 버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사운드의 모든 질감이 바뀝니다. 디자인적으로 사운드적으로 정말 멋진 플러그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플러그인 얼라이언스의 제품 페이지에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Phil's Cascade is based on highly esoteric vintage components combined in a truly unique circuitry." 누군가 이렇게 질문해 놓을 것을 보았습니다. What is esoteric? esoteri은 한글 번역으로는 비밀의, 심원한, 난해한 이런 뜻입니다.
질문한 분은 "도대체 이게 뭔 뜬구름 잡는 소리냐?" 그런 약간은 비판하는 질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도 그 부분에서는 동감합니다. 너무 신비주의적으로 적어 놓은 설명들이 사람들에게 충분히 거부감을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운드 측면에서는, 저는 Elysia 회사를 존경합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똑같이 복각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어떤 것을, 아주 특별한 사운드를 만드는 하드웨어를 자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천재들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은 벤치 마킹을 하지만, 천재들은 미래를 만들고 시대를 열어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 이 플러그인으로 다양하게 시도해볼 생각합니다. 언젠가 저도 아주 독특한, 아주 매력적인 그런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CCM에도 적용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미래의 여정 속에서, Elysia Phil’s Cascade는 마법의 사운드 혹은 esoteric한 사운드로 함께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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