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8일 토요일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 (11) - 100일의 인내,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기쁨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을까요? 목회데이터 연구소의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인 남녀 기독교인 700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1년간 신앙서적 독서 경험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응답하신 분들 중에도 독서 권수는 2.6권 정도입니다. 

* 독서의 계절, 신앙인들의 성경읽기 실태는?

통계 전공이 아니라 700명 정도가 어느 정도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주 쉽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은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분들도 분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 읽는 내용이 삶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에, 제 취미는 독서와 음악이라고 말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어렸을 때 부터 다양한 책을 읽었고, 책을 함께 나누는 기쁨이 너무 좋아서 유학을 하고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북클럽을 해보려고 시도해보니, 흥미를 가지시는 분들은 종종있지만 꾸준히 하시는 분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잠깐의 기쁨을 맛보기는 하지만, 삶의 우선순위의 뒤로 밀리기 때문에 결국 의미있는 독서 혹은 북클럽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한 동안 현실의 어려움에 마음이 눌려 낙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에, 저의 가까운 주변에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꾸준하게 읽는 분이 있을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책 이야기를 해서 면박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 

세상의 흐름을 보면, 가치있는 것에 관심과 시간을 쏟기 보다는, 단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에만 관심과 시간을 쏟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재미가 있고 돈이 되고 즐거움을 주는 곳에 사람들이 몰립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 독서와 북클럽은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성도님들과 대화를 하고 신앙 교육을 해 보면, 우리의 신앙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문해력"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신앙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면, 성숙한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신앙의 논리와 내용이 우리의 삶에 바탕을 우리기 때문에, 그것들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구성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 신앙의 성숙이 정말 어렵습니다. 

펜데믹으로 인해서 많은 것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목회자인 제 자신도 낙심하고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신 것은, 이럴 때 일 수록 더 부지런하고 목표를 분명히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제 자신은 가치 있는 것을 향하여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하루에 한번 책 읽기 입니다.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서 아주 짧은 분량이라도 매일 매일 책을 읽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많은 분량을 읽어서 소화하기 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영적인 혹은 지적인 활력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장르는 다양합니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를 조금씩 읽고 있고, 자기 계발서와 인문학 책들을 동시에 읽고 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양서라고 판단이 되면 바로 읽어봅니다. 감사하게 리디 셀렉트 플랜안에 좋은 책들이 많이 있어서 책을 구입하는 비용을 상당히 절감하였습니다. 물론 마음에 들면 바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싱크 어게인"을 아침에 읽었습니다. 어떤 논지에 맞춰서 그 사안이 복잡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향한 설득의 계기가 된다는, 다소 복잡하지만 상당히 적용점이 높은 내용이었습니다. 인증샷을 만들어서 올리니 바로 오늘이 백번째 인증이라고 알려주세요. 


"100일차"라는 메시지를 보는데, 마치 신학교 학위를 받는 것 처럼 너무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꾸준함이야 말로 가장 귀중한 덕목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결심을 하고, 하루하루를 인내로 이기고, 그리고 작지만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을 오늘 맛 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는 동일하지만, 그 목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십 대 때에는 워낙 아는 것이 없어서, 기독교 혹은 일반 지식을 얻기 위해서 책을 보았습니다. 삼십 대 때에는 학위를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전공 서적들을 읽어야 했습니다. 이제 모든 학위를 마친 지금에 있어서는, 이제 사십이 넘어서는, 제 자신을 깨우기 위해서, 영적으로 일으키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 하루 하루가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습니다. 내용을 줄이고 또 늘리고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습니다. 오늘이 100일차이기는 하지만 매일 본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지난 한주는 너무 마음이 분주하고 할 일이 많아서 거의 5일을 연속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돌이키고, 독서의 목적을 기억하면서 새롭게 시작한 보람이 있습니다. 

아직 젊지만, 노년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노년이 아름다울까요? 평생 성경과 책을 가까이 하면서 제 마음을 새롭게 만들고, 새로운 지성을 만들어가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미래"는 두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가보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는,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롭게 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분의 주권 가운데 정하셨지만, 우리의 손을 잡으시고 우리의 아름다운 결심과 선택들을 통해서 그 미래를 그려 나가십니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까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예상하지만, 이미 신앙의 길에서 멀어지신 분들이 돌아오는데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미 더 이상 성도들이 모이지 않는 교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교회들은 진지하고 참된 신앙을 가진 분들이 새롭게 만들어갈 것입니다. 

저 역시 뒤쳐지고 싶지 않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힘들다 하더라도, 그러나 좋은 방향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평생 경주하며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아시고 하나님께서 오늘 저에게 위로를 해 주시는 것 같네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책을 가까이하며, 그 행복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 전체 글 모음 / 당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길"
https://jungjinbu.blogspot.com/2023/03/blog-post_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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