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 금요일

헤어짐이 참으로 아플 때 / JB - 봄날에 너를

 

우리의 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목회를 하다보면 마음이 상할 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물론 성도님들께 크게 내색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목회자는, 누군가에게 목회자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누군가의 아픔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가 힘든 것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역 자체가 버거워서 힘든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평소에 친근하게 가깝게 지내던 성도님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경우입니다. 

교구 사역자로 섬기던 성도님이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시고 소천하실 때,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합니다. 소천하신 분의 사진을 차마 교적부에서 지우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그렇게 놓아두면서 헤어짐을 슬퍼하고 또 아쉬워합니다. 

혹은, 충분히 인격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교회를 옮기겠다고 말할 때에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처럼, 변해버린 눈 빛으로 식어진 목소리로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말할 때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는, 이유라도 말해주면 차라리 좋겠는데, 그냥 말 없이 교회를 떠나버리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 마음이 많이 상합니다. 

어느날 그렇게 저의 아픈 마음을 쳐다보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위로를 주셨습니다. 마치 기적처럼,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 중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비록 지금은 헤어졌고, 지금은 관계가 어려워졌고, 지금은 그 사람으로 인해서 속이 상하지만,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따뜻한 봄날 같은 행복한 시간이 한번 쯤은 반드시 있었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갑자기 곡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멜로디를 그려 보았습니다. 그 사람과 행복했던 시간은, 추억 속에 영원히 존재합니다. 그 누구도 그 순간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그 추억을 들여다 보며, 가장 행복했던 봄날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영원 속으로 들어갈 날을 꿈꿉니다. 시간을 초월한 하나님의 나라에서, 마치 언제 우리가 헤어진 적이 있었냐는 듯이, 그 사람과의 아름다운 시간이 다시 이어질 것을 확신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우리의 봄날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글

로고스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성경 공부하기 with 스터디 바이블 노트 Study Bible Notes (2023년 9월 업데이트)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 119:103) 누구나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는 말은 듣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꿀보다 달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

리딩 크리스천 독서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