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을 위한 장비도 정말 고가입니다. 왠만한 모니터 스피커는 사용할만하다라고 하는 것들은 보통 한쪽에 200불이 넘습니다. 모니터링 헤드폰으로 이름을 걸고 있는 것들은 최소 150불 정도는 주어야 들을만 하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홈레코딩을 저렴하게 하려는 이들에게는 큰 장벽입니다.
저는 애시당초 큰 기대를 버렸습니다. :) 홈레코딩이기 때문에 기대감을 일단 많이 낮춘 것입니다. 스피커는 나중에 이야기 나누겠지만, 여러가지 현실을 고려할 때에 일단 헤드폰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럼 뭘 사야할까요? 제가 오랫동안 썼던 헤드폰은 Tascam에서 나온 TH-MX2 입니다. :) 지금 살펴보니 아마존에서 30불을 하지 않네요. 판매는 하지만 아쉽지만 단종이 된 것으로 나옵니다.
한 3년 정도 사용하면서 사실 굉장히 좋았습니다. 정말 이 헤드폰을 좋아해서 헤드 밴드가 너덜해질때까지 사용했습니다. 일단 디자인이 제 기준에서 멋집니다 :) 가장 대중적인 소니 7506보다 더 멋집니다. 올 블랙에 머리에 쓰면 딱 맞고 귀를 완전히 덮어주니 포근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깨달았습니다. MX2로 믹싱을 하고 나니, 베이스가 "너무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나는 분명히 내 귀에 딱 좋게 믹싱했다고 느꼈는데, 다른 곳에서 재생을 하니 베이스가 너무 강해서 들어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음악 감상으로는 정말 "너무" 좋았지만, 홈레코딩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헤드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가격대는 60불을 넘지 않는 것으로 목표를 했습니다. 가급적 모니터링이 가능한 평탄한 소리를 가지고 평이 좋은 것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정착한 것이 AKG K92 입니다. AKG는 음향 쪽으로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일단 전문 리뷰 사이트인 whathifi에서 평가는 이렇습니다.
https://www.whathifi.com/akg/k92/review
"AKG has struck gold – the K92s might just be the best value headphones we've heard in years"
"바로 이거야!"
이베이를 검색해서 오픈 박스 제품을 샀습니다. 아마 40불이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 일단 예산 안에서는 성공입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느낌은 아주 평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말그대로 "평범"합니다. 고음은 고음으로 선명합니다. 스테이지감도 아주 적당합니다. 다만 베이스는 훨씬 약하게 느껴집니다.
특이한 것은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는 클로즈형 헤드폰이지만, 실제로 머리에 쓰면 귀 뒷쪽이 약간 비면서 약간 오픈형 느낌이 납니다. 소리가 밖으로 새는 듯, 그리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듯 특이한 느낌입니다. :) 혹시 잘못샀나? 별로 좋은게 없는데?
착용감은 아주 편안합니다. 매우 가벼운 느낌입니다. 헤어밴드가 아주 얇고 심플해서 머리에 착용하기가 아주 편합니다. 가격대를 고려해서 그런지 케이블은 탈착형이 아니라 고정형입니다. 그냥 놓고 쓸 것이고 특별히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없어서 별로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소리는 어떨까요? 3개월 정도 써 보면서 느낀 것은, 처음에 느낌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소리를 "평범"하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평범함이야 말로 믹싱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모니터링 헤드폰의 목적은, 음악을 "흥이나고 멋지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들어도 좋도록 중립적인 입장에서 믹싱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K92는 딱 적당합니다. 초고음도 고음도 중음도 평탄하고 좋습니다. 과하게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선명하게 들려서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과장된 부분이 없습니다. 보컬도 딱 적당한 수준입니다. 보컬은 너무 뒤로 밀리지 않고 딱 머리 중앙에 위치합니다. 믹싱에서 컨트롤하기 좋은 수준으로 목소리가 선명하고 기분 좋게 들립니다. 보컬에 들어가는 리버브 양이 잘 느껴질 정도로 소리가 선명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 가격대에서 평범한 혹은 어느 정도 모나지 않게 만족스럽게 들려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들으면 들을수록 평탄하지만 편안하면서도 기분 좋은 사운드입니다.
약간 아쉬운 것이 베이스입니다. 킥이든 혹은 베이스 기타이든 분명히 들리기는 하는데 양감이 굉장히 적습니다. 과장되게 들리지 않습니다. 숨박히는 베이스를 때려주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K92로 믹싱을 하고 나니, 자동차나 셀폰이나 다른 곳에서 틀 때에 이질감이 확 줄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헤드폰으로 믹싱을 하니 어디에서나 비슷한 느낌 비슷한 감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마 중음 아래로 저음역대를 평탄하게 믹싱하기 시작해서 그런 듯 합니다. 이런 장점을 경험하고 나니, 실제로 헤드폰으로 믹싱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더 이상 다른 헤드폰을 사용할 마음이 없습니다. :) 홈레코딩의 목적이라면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물론 좋은 헤드폰은 너무너무 많습니다. 예산만 충분하다면 200불 정도 되는 선택지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혹시 저와 같이 적은 예산 안에서 괜찮은 모니터링 헤드폰을 찾으신다면 AKG K92를 한번 사용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P.S. 이상의 글이 K92를 일년 전에 구입하고 쓴 글입니다. :) 이제 저는 일년 정도 사용하고 젠하이저로 새롭게 헤드폰을 구입했습니다. 구입한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혼자서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하기에는 K92가 부족하다고 느껴서입니다.
물론 단순한 녹음 작업이나 간단한 믹싱 정도는 K92 정도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서 보컬 녹음 시에 모니터링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full로 믹싱 작업을 할 때입니다. 저역이 약하다 보니 헤드폰을 딱 믿고 믹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저음이 빠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감안하고 믹싱을 해야합니다.
생각보다 이것이 쉽지가 않더군요. 왜냐하면 트랙 3-4개 정도면 괜찮은데 드럼까지 합쳐서 10트랙이 넘어가면 상당히 밸런스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하다가 결국 깨닫게 된 것은, 중요한 4-10kz 정도에 소리가 상당히 재현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것을 거의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실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중고음 쪽에 힘을 주면 헤드폰으로 들을 때에는 굉장히 멋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다른 곳에서 다양하게 재생을 해보면 중고음쪽이 너무 과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쉽게도 이것을 확실하게 경험하기까지가 일년 정도가 걸렸네요. :) 결론적으로 K92 자체가 중고음 재생이 부족해서, 헤드폰으로 충분히 들릴때까지 올리면 거의 백퍼센트 소리가 지나치게 harsh 하게 바뀌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헤드폰이 좋습니다. 디자인이 이쁘고 착용감이 너무 좋고, 너무 심각한 작업이 아니라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뭔가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약간은 다른 방향으로 다른 헤드폰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젠하이저 HD 280 PRO 로 선택했습니다. :)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 균형 잡힌 사운드를 위하여 by 젠하이저 HD 280 Pro & Morphit & width-knob
https://jungjinbu.blogspot.com/2022/05/by-hd-280-pro-morphit-width-knob.html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전체 글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2/10/blog-post_31.html
*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고,
커피 한잔 기부를 통해 정진부 목사를 응원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buymeacoffee.com/jungjinbu5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