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있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크게 떨어트린 사건을 보며 생각이 많아 집니다. 사실 가장 먼저 불쌍히 여겨진 분들은, 표절 시비에 걸린 분의 학교 동문들입니다. 어떻게 그분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는지는 그 전모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분과 다르게 정직하게 힘을 다 하여서 자신의 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에게, 그분이 큰 누를 끼쳤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그분과 학교 동문임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리고 자신의 학위가 바로 그 학교에서 얻은 것임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학위 역시 거짓으로 얻은 것이라 의심 받을 것이 틀림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동안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그분에 대한 분노, 혐오, 실망, 좌절를 보고 동감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중요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본질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이 문제에 대해서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일까요? 저의 관심사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저의 결론은, 주님 앞에 '성역(聖域)' 을 만든 것, 바로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죄인입니다.(죄를 감싸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맥락에서 어떻게 목사가 저런 죄를 지을 수 있는가 라는 맥락에서만 비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목사에게 더욱 특별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목사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도 종종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죄인이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성역화' 시켜버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의 직함과 명성이, 성도의 수가, 교회의 규모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건축이, 누군가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잣대가 되고, 그것으로 인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거론 할 수 없는, 그가 죄를 짓든지 말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그러한 분위기가 바로 가장 큰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뉘어져 버린 사회 속에서, 이러한 사고가 굳어져 버린 듯 합니다. 하나님의 귀한 자녀, 그러나 언제나 회개해야 하는 새로운 피조물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공통적인 자기 인식이 아니라, 다른 이보다 우월한 지위, 재산, 외모를 가진, 월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자기 인식이 교회에 조차 팽배한 듯 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태도는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하나님 앞에 특별하게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밝히 드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나 자신만은 이미 누구도, 심지어 '하나님 자신'조차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인간이 아닌 '괴물' 입니다. 그리고 그 괴물은, 저를 포함한 그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요즘에 자꾸 주성치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집니다. 그의 3류 같은(어쩌면 정말 3류 일지도 모르는) 영화가 언제나 행복한 것은, 그는 인생의 아픔을 감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의 영화 속에서 성역을 가진 인간은 없습니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인생의 아픔과 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 속에서 감추지 않고, '웃음' 이라는 코드로 드러날 때에,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영화를 보는 이의 마음 속에도 기쁨이 찾아옵니다.
성경이 인간의 죄를 감추지 않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앞에 가장 위대한 인물 들 조차, 하나님 앞에 죄인임을 드러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님 앞에 자신을 감추지 않고, 설령 자신이 인간들 속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라 할 지라도, 하나님 앞에 영원히 그분을 경배해야할 피조물임을 인정하고, 회개하고 돌이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로 하나님의 역사, 성령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든지 자기 자신을 성역화 시킬 만한 뛰어난 인물들도,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래서 회개는 하나님의 은혜인 듯 합니다.
결국 오늘도, 저를 돌이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성역화 시키고, 다른 이는 몰라도 나는 마치 그런 사람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 하나님 앞에서 조차 당당하기를 서슴치 않는 저를 회개합니다. 그리고 그분 역시, 자신이 하나님의 다스림을 벗어난 성역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을 하루 빨리 벗어나, 하나님 앞에 엎드리기를 원합니다. 모든 죄인인 인간이 의지할 것은,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그분이 깊게 받아들이기를 원합니다. 그때서야 추락한 한국 교회의 위상이, 그리고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의 이름이, 회복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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