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아마 고등학교 때, 사랑하는 하종이가 자신의 집에서 프로그램을 하나 보여주었습니다. 컴퓨터 화면에는 피아노 건반이 왼쪽에 그려져 있었고, 다양한 길이의 막대기가 그 건반의 위치에 따라서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습니다. 하종이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그것은 아주 조악하지만 나름의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아마 그때가, 제가 처음으로 컴퓨터 음악을 접한 날입니다. 그 이후로 시간이 흘렀고 이제 음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현실의 세계에서 가상의 세례로 옮겨졌습니다. 놀라운 기술의 거듭된 발전으로, 비록 수준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제 누구나 집에서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종이는 훌륭한 뮤지션이 되었지만, 저는 보다 평범한 길을 걸었습니다. 사실 목회자에게는 음악보다는 공부가, 책이, 그리고 사색이 더 필요했습니다. 많은 시간을 찬양 인도를 하기는 했지만, 그러나 저에게 음악은,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러나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먼 그런 것이었습니다.
인생에 누구나 잊지 못할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추억들이 있습니다. CFNI를 졸업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시간들이 가슴에 생생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유학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였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조나단과 함께했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가 완벽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는 참으로 부족한 디렉터이지만, 그러나 저에게 있어서는 목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중 한명입니다.
조나단이 가르쳤던 Song Writing 시간은 저에게 참 생소했습니다. 막상 곡을 지으려고 건반 앞에 앉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참 괴로웠습니다. 제가 음악성이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곡을 쓰기 위해서 고민하고, 가사를 쓰고 가다듬는 행복에 빠진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큰 감격 중 하나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 시편 8편을 바탕으로 쓰여진 곡이 적다고 생각되어서 이 곡을 아내와 함께 쓰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곡의 핵심적인 부분에 영감을 주었고, 나머지 부분을 제가 채웠습니다. 가사는, 자연을 통해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창조의 아름다움과 영광, 그리고 그것을 다스리도록 우리에게 허락하신 그분께 대한 감사와 감격을 짧고 간결하게 적어 보았습니다.
물론 CFNI 이전에 컴퓨터 음악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학 기간 중 랜디 아담스에게, 프로툴 클래스를 통해 컴퓨터 음악의 기초를 배운 것에 감사합니다. 기초 강좌였기 때문에 비록 깊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명성 있는 엔지니어에게 수업을 배웠다는 것에 큰 기쁨이 있습니다. 그를 통해서 음악 편집 프로그램과 음향에 대한 기본 이해를 처음으로 제대로 익혔습니다.
비록 시간이 흘렀지만, CFNI 에서의 감사한 시간들을 돌아보며, 아내와 함께 만든 소중한 곡을 제 컴퓨터로 레코딩과 믹싱까지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듣고 나눌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어설픈 아마추어일 뿐이지만, 더군다나 못하는 노래에, 변변한 제대로 된 콘덴서 마이크 하나 없이 녹음했고 그래서 어떤 부분은 참 유치하지만, 저와 아내의 꿈을 향해 내 딛는 아주 작은, 그러나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 생각합니다.
CFNI 재학 시, 학기 중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기본 코드를 가르쳐주시고,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신 뮤지션 유진 형님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게 음향의 기초에 대해서 성실하게 지도해주신, 보고 싶은 승록 전도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목회자가 쓸데없는 것 한다고 타박하지 않고, 늘 인내해주고 지원해주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언젠가 주님께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아내와 함께 찬양 인도하는 귀한 은혜가 저에게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에, 아름다운 자연과 세상의 만물을 볼 때에, 그것을 만드시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삶을 통해, 그분의 뜻이 충만하게 이뤄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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