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4일 화요일

리디머 처치 (Redeemer Church) 1 - 그날을 기억한다. / Romance, Op.23 - Amy Beach


뉴욕에서의 이틑날, 날은 흐렸습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뉴욕 외곽에 숙소를 잡았기에 시간을 넉넉히 출발했습니다. 복잡한 뉴욕의 길은 휴일을 맞이해 한가했습니다. 높이 솟아 올라간 빌딩들은 마치 서울의 한강변을 보는 듯 했지만, 건물들은 더 개성있고 아름다웠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풍경을 지나, 드디어 리디머 처치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에 온 경험이 있는 주재형 목사님이, 교회 위치가 달라진 것 같다고 합니다. 아마도 드디어 새로운 건물을 구입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교회 근처에 운 좋게 무료로 주차를 하고, 걸음을 옮겨 교회를 찾아 나섭니다. 드디어 찾은 그곳은, 외관이 전체적으로 흰색과 부드러운 밝은 갈색이고, 1층 외벽은 거의 유리로 이루어진 모던한 디자인의 5층 건물이었습니다. 교회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독특한 교회의 로고가 그려진 포스터 들이 외관 유리에 붙여져 있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좁은 로비를 가로질러, 주보를 받고, 드디어 예배실로 들어갑니다. 

메인 예배실은, 일종의 홀과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홀 앞쪽에는, 공연 혹은 예배를 위한 넓은 무대가 전면에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특별한 내부 장식은 없습니다. 오직 전면에 거대하게, 그러나 아주 은밀하게 음각으로 새겨진 십자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소박한 흰색으로 전체가 꾸며진 예배실은, 어떤 이의 마음이라도 깨끗하게 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예배 시작 15분 정도 전에 이미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자리에 앉아 주변을 설레는 마음으로 둘러 봅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흥분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배를 기다리며 기대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마치 새들의 지저귐과 같이 묘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예배를 섬기는 목사님 두분은 무대 오른쪽 상단에 심플한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엄숙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행복으로 얼굴이 가득했습니다. 서로 담소를 나누며 때론 즐거운 듯이 웃으며, 예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배가 시작하기 전 그 공간을 지배하던 것은, 사실상 '음악' 이었습니다. 그것이 모든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는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었고,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두분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들으시는 이 음악입니다.)

회중의 '준비 찬양' 같은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저 사람들의 기대와 흥분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만이 있을 뿐입니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그 음악이 종교적인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확인해보고 일반적인 클래식 곡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진실로 '매력적' 이었습니다. 연주하는 분들이 탁월한 분들임은, 부족한 제 눈에도 분명해 보였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표정은 황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피아노 연주는 자연스럽고 또 힘이 있었습니다. 언뜻 둘러봐도 특별히 건물 내부에 큰 스피커 등이 보이지 않았고, 악기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연주는 너무나 풍성합니다. 그 자리에 모인 누구라도 감동 줄 만큼의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곳이야 말로 편안하고 행복한 곳, 뭔가 특별한 곳에 와 있다는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음악의 힘'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탁월한' 음악의 힘이었습니다. 단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치 그 순간만을 위해 살아온 것 같은 그런 연주였습니다. 잘 준비된, 흠잡을 곳이 없는, 마음을 쏟아 놓은 그 음악이 퍼지는 순간은, 마치 하나님의 창조의 세계의 영광을 잠시 맛보는 듯 했습니다.

음악이 서서히 끝나자,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이 자연스럽게 무대 중앙 앞쪽으로 걸아나와 섭니다. 놀랍게도 그가 선 곳은 화려한 크리스탈 강대상이 아니라, 그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단촐한 검은색 악보대(혹은 보면대) 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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