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CFNI 다이어리 32 - Wings Field's Burger


버거라고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밖에 몰랐던 나에게,
이곳은 신세계임이 틀림없다.

온갖 종류의 버거들이, 무한 경쟁속에서,
자신들의 자태를 자랑하며
오늘도 소비자들을 열렬히 부르고 있다.

그리고 결국 진희와 나는,
이곳 CFNI 근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Wings Field's Burger 를 먹고자 하는 결심을 했다.

이 버거집에 대해서 딱 두마디를 들었는데,
'가게가 엄청 좁다' 그리고 '엄청 맛있다'

기대반 의심반으로 네비를 찍고 갔다.

그런데,
우리의 여정의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네비가 우리를 으쓱한 동네 골목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진심 무서웠다.
사실 이곳 CFNI 근처는 우범지대이다.
밤에 집에 있으면 9-12시 사이에 끊임 없이 싸이렌이 울린다.
낮에 혹은 밤에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다가 여기는 총기가 휴대 가능한 나라 미국 아닌가?

그렇게 골목길을 달리다가,
조금 허름한 건물을 발견했다.
5평 정도 남짓한 건물에 쇠문 하나만 달려 있는 작은 건물이다.
역시나 유명한 집 답게 그 앞에는 차들이 빽빽히 주차되어 있다.

조금 주저하다가..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으악!
덩치 흑인 형님, 누님들 여섯 분 정도가 줄을 서서 꽉 차 있다.
그 뻘쭘함이란... (진실로 이곳에서 내 덩치는 아주 아담한 수준이다 ㅡ.ㅡ;;)

더군다나
그곳의 분위기는 정말 '영적'이었다.

가게 왼쪽 벽의 삼성 tv 에서는
마이클 잭슨 현역 시절의 강렬한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고
(진심으로 악한 영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그 차가운 탁월한 잔인한 음악성이란..)
오른쪽에서는 큰 철판에 소고기가 지글지글 끊임 없이 구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진희는 형님 누님들과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아.. 그 뜨거운 분위기...
잭슨의 노래와 고기 굽는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어 마치 흥이난 지옥과 같은 ㅡ.ㅡ;;

그러나
이것이 어려움의 끝이 아니었다.

보통은 진희가 다 주문하지만
엉겹결에 이때는 내가 주문하게 되었다.
슬프게도 주문받는 사람은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흑인!
(발음 때문이지, 결코 흑인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메뉴판을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two meat burger, 진희는 one meat cheese burger
그리고 우리 둘을 위해 프렌치프라이, 콜라

난 용기를 내어서
"두장 고기 버거와 한장 고기 치즈버거 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가씨가
"어쩌고 저쩌고 mus 어쩌고" 라고 한다.

으악!!! 도대체 무슨 말이야?
"sorry?"

또다시 아가씨가
"어쩌고 저쩌고 mus 어쩌고"

으휴..
"I'm sorry. I don't know what's that!"

갑자기 아가씨가 옆으로 가더니,
크고 긴 칼 같은것에다가
(길이가 최소 50cm는 되는, 보는 순간 흠칫 놀랐다)
머스터드 소스와 샤워소스(흰색같은 그것)를 묻혀서 보여준다.
아하.. 소스 뭐하냐 물은 거였군.
"둘다 머스터드로 주세요!"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번호표를 받아들고,
흑인 형님 누님들 속에서 겨우 숨을 쉬며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어쩔 수 없이 경배하고 있을 때,
우연히 가게 오른쪽 고기 굽는 곳을 주의 깊게 쳐다보게 되었다.

오홋!
놀라운 고기의 크기여!
진희 주먹만한 다진 고기를 눌러서 굽는 것이 아닌가?
그걸 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의 두장 고기 버거가 미스였다는 것을...

그렇게 10분이 지나 드디어 우리 것이 나왔다.
봉지를 받아들었는데, 진심으로 무거웠다. ㅡ.ㅡ;;

허겁지겁 차에 타서
(흑인 형님 누님들과 동네의 분위기로 부터 도망나오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식탁위에 버거를 폈을 때,
나는 드디어 미국의 버거의 실체를 보게 되었다.

아..
이것이 미국 버거의 최고봉인가?
빵 안에 고기를 넣었다는 표현이 어색한,
오히려 가히 스테이크에 빵을 가미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정말 거대한 버거,

나와 진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
다시 한번 '풍요(?)의 미국'을 확인했다.

그래서
배부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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