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 수요일

나의 부모님은 항상 어디에든 계신다

 

저의 아버지는 선장으로 일하셨습니다. 일년에 거의 9개월은 해외에 계셨기 때문에 저는 거의 어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아버지께서 서울 본사에서 일하시게 되면서, 그제서야 온 가족이 모여 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이 가장 많은 시간이 있습니다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입니다. 저는 그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리고 이미 훌쩍 커버린 저로서는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넉넉하지가 않았습니다.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저의 세상 속에 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부모님이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습니다. 

결혼하고 조금 철이 들었습니다. 이제서야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는데, 결혼을 하고 유학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15년이 지납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저는 유학을 생각해 본적도 없었고 한인 교회 목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한편으로는 섭리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가까이 뵐 수 없다는 것이 마음 한편에 너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건강하신 편이지만 과연 얼굴을 마주하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아마 평생에 몇달이 전부일 것입니다. 

어제는 늦은 시간 양로원으로 심방을 갔습니다. 미국에서는 양로원을 널싱홈이라고 부릅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가 없이는 현실적으로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설도 천차만별입니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나는 곳도 가봤고, 또 호텔처럼 좋은 시설을 갖춘 곳도 방문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설과 상관없이 그곳은 외롭습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여러 상황 속에서 들어오시지만,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하십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그곳에 들어가는 것 조차 쉽지 않지만, 그러나 정작 그곳에 계신 분들은 정서적인 어려움으로 더 힘들어합니다. 

제가 널싱홈을 방문한 목적은 두분을 뵙기 위해서입니다. 그 중에 한분은 아주 예전에 볼티모어교회에 출석하셨던 집사님이십니다. 거기 계신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외롭게 앉아 계시는데 많이 마르셨고 식사도 제대로 하시지 않고 계셨습니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집사님의 외로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달래지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손을 꼭 잡고 기도해드렸습니다. 인생은 너무나 연약하기에 결국 하나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젊은 사람이든 노년의 시기를 보내시는 분들이든 모두가 동일합니다. 그래서 기도가 더 간절하고 진실해 집니다. 

어르신들을 뵈면 항상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심방하면 꼭 부모님을 뵙는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나의 부모님도 이렇게 연세가 드시겠구나, 그때에는 내가 이분을 방문하고 위로한 것처럼 누군가가 꼭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 이것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다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저의 심방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심방을 끝나고 나오는데 박종호 장로님의 '나그네의 집'이 생각이 났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찬양이고 또 따뜻한 찬양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잃어버린 자들을 위해서 우시고 찾으신 것처럼, 저의 작은 인생 역시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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