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귀한 믿음의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시간이 참 빠르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저 역시 벌써 4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저도 곧, 그분들의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나누게 될 것입니다. 목사님,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지요?
아무리 탁월한 사람도 쉼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기계처럼 해낼 수는 없습니다. 엄청난 다작으로 유명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책을 읽는데 그렇게 고백해 놓았더군요, 자신이 일중독이었고 사실은 쉼을 제대로 가질 수 없었다구요, 그래서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에 완벽을 살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 인생을 설명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저 학창 시절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알려주었습니다. 그때 하는 공부와 그때 하는 성숙이 인생의 전부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를 조금 더 들어보니, 그것은 거짓말 혹은 적어도 삶의 참된 의미를 모르는 분의 속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에는 자료가 참 많아서 좋다, 그래서 설교 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일견 맞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목회하시던 분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자료들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훨씬 좋은 세상에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료를 읽어내고 종합하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개척하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다른 이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처음에 설교 매니저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던 글을 찾아 보았습니다. 무려 거의 4년 전의 글이네요.
* 로고스 어디까지 써봤니? - 설교 매니저 (Sermon Manager)
그 이후에 한동안 설교 매니저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바쁜 목회 일정 때문입니다. 사실 설교를 제 시간에 쓸 수 있다는 것만해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설교를 다 쓰고 나면 이렇게 작은 정보를 집어 넣는 설교 매니저를 사용할 작은 기력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년 정도 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에 가진 생각은 "딱 하나만 넣어보자" 입니다. 사실 사람의 마음에 설교 하나에 대한 정보를 넣는 것 정도는 별로 대단하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막상 그 일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현재 여력도 부족하니 그냥 넘어갑니다. 그러나 제 자신을 부단히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서 정보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몇개월 정도 지나자 아주 조금 익숙해 졌습니다. 고통이 10에서 8 정도로 줄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10에서 4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도 마음 한편에서는 설교를 쓰고 매니저를 띄울까 말까라고 고민합니다. 그래도 최근에 작성하는 거의 모든 설교는 다시 설교 매니저 안에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성경 66권의 폴더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폴더 안에, 날짜, 성경 본문,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목까지 넣어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만 해 놓아도 큰 유익입니다. 적어도 과거에 그 본문을 설교를 했는지를 찾아볼 수가 있고 다시 내용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시, 설교 매니저를 사용하는 것만이 목회의 효율성을 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됩니다. 물론, 제 설교는 기본적으로 폴더에 계속 저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교 매니저 안에서는 시리즈, 제목, 본문, 간단한 코멘트 그리고 주제에 따라서 계속 정리하고 있습니다. 일단 한눈에 모든 설교를 다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양한 필터를 통해서 정렬하면서 사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입니다.
특별히 오랜 시간 설교 자료를 축적하면서 좋았던 것은, 설교를 테마별로 정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스스로 설교를 준비할 때에, 꼭 이 내용은 기억하고 싶다, 이것은 이 주제와 딱 맞는 것이다 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제별로 태그를 넣고 정렬을 해보니, 활용 가치가 굉장히 높아지고 뻗어간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기존에 하던 주일과 수요일 그리고 새벽 설교 이외에 또 다른 설교 요청이 있을 경우 이러한 주제별 분류를 따라서 필요한 설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어떤 주제별로 두가지 설교를 연결하여서 하나의 큰 설교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동안 꾸준히 정리만 하였는데 이렇게 주제별로 설교를 분류해 보니,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더 잘 보이는 듯 합니다.
하루 하루 사역을 감당하면서 겨우 버텼지만, 그 작은 한걸음들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기쁨이 있습니다. 정보를 모으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긴 안목으로 도전하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이러한 설교 매니저의 사용이 폭발적인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 정도는 더 사용해야 할 듯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짜피 시간이 걸릴 것을 알고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느려도 방향이 맞다면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런 부분에서 목회적인 필요를 느끼신다면, 포기하지 마시고 꼭 한번 설교 매니저를 사용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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