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토요일

알티마의 추억 - 난 너와 함께 행복했다

 

아마 3년 정도 전입니다. 시카고의 차가운 겨울날 주일에 교회를 가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과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이웨이의 블렉 아이스에서 미끄러지면서 차가 부서졌습니다. 사실 구사일생으로 살았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잘 타던 2007년 캠리를 잃었습니다. 

사고가 나서 몸이 아픈 것은 둘째치고 당장 차가 걱정이었습니다. 매일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야하기 때문에 도저히 차 한대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가 펜데믹이었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절대로 차를 팔지 않던 시절입니다. 중고차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때입니다. 하필 그때 차를 찾아야했습니다. 

다행히 알티마를 구했습니다. 수소문에 수소문을 해서 개인 딜러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물론 알티마는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그렇게 선호되는 모델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구입한 차는 옵션 같은 것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알티마의 디자인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려 2017년 식입니다. 세상에 차에 블루투스라는 것이 달려 있더군요. 무려 10년을 넘어선 업그레이드였습니다. 

그런데 마일이 정말 높았습니다. 처음에 구입할 때에 14만 마일이었습니다. 팔 때가 되니 거의 18만 마일이 되었네요. 사실 다른 차를 사고 싶었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겉이 멀쩡하고 깨끗하니 사람들은 새차를 샀냐고 묻더군요. 이런 남의 속도 모르고, 그냥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아휴 집사님 중고차에요, 달리다가 언제 설지 몰라요. 

이후로 교회를 오고가는 길에, 그리고 심방하는 순간마다 이 차와 함께했습니다. 마일이 높아서 여기저기 수리가 많이 필요했고 또 심지어 미션까지 문제가 생겨서 오일도 두번이나 갈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특히 사운드가 좋았습니다. 베이스가 타격감이 좋고 아주 선명했습니다. 앞 유리를 타고 흐르는 음압과 사운드의 질이 참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카멕스에서 견적을 받아보니, 프레임 데미지가 있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에 시세보다 좀 더 저렴하게 사기는 했지만 사실상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개인 딜러가 저에게 그런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레임 데미지는 차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데도 감춘 것입니다. 돈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양심을 팔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잠깐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 차를 타면서 다른 사고가 없었고, 저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 주었다는 것입니다. 카멕스에서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차 앞에서 잠시 서 있는데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사고 때 하나님께서 목숨을 살려주신 것이 감사했고, 또 그동안 사고 없이 잘타고 다녔기 때문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영어 공부를 한 것이 그렇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운전하면서 Chatgpt로 거의 하루에 한시간 이상씩 영어를 훈련하면서 마치 미드 키트에 탄 기분도 느꼈습니다. 덕분에 영어도 많이 늘었고, 청빙 인터뷰도 잘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알티마에게 빚을 많이 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안녕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 해준 차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람도 차도, 자신의 역할을 다 할 때에 가장 아름답습니다. 다시 타지 못할 차이지만, 제 추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글

로고스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성경 공부하기 with 스터디 바이블 노트 Study Bible Notes (2023년 9월 업데이트)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 119:103) 누구나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는 말은 듣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꿀보다 달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

리딩 크리스천 독서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