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연애할 때에는 영화를 종종 보았습니다. 물론 어리석게도 제 취향이 많이 반영이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액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내에게 터미네이터를 보자고 이야기했던 것은 참 무례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저와 함께 영화를 봐 주고, 혼자 감동 받고 흥분한 저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사랑이 더 빛이 납니다. 지금까지 저희의 관계가 유지된 것은, 아내의 따뜻한 마음 덕분입니다.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아내와 같이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둘 다 생활이 너무 바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영화관에 갈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영화관에 갈 만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이 좋다면 함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 독립기념일 연휴 입니다. 갑자기 영화를 보기로 결정을 하고서 출발을 했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두근거리던지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놀이 동산에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밥을 꽤 든든하게 먹고 갔지만 역시나 팝콘과 콜라는 빠트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먹고도 또 팝콘을 먹는 저를 보고 아내가 웃습니다. 온 가족이 좋아했지만, 제 자신이 가장 흥분 상태였습니다. 너무 즐거워서 복도를 서성거리는 저의 모습이 스스로 우습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태어나서 영화관에 처음 온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영화는 아내가 골랐습니다. 'Inside Out 2' 입니다. 청소년기에 들어간 한 소녀 안에 있는 여러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소녀가 더 성숙한 존재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참 좋았던 것은, 영화를 통해서 저의 내면의 감정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의 삶이 어떤 것을 이루어내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제가 느끼는 감정, 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 많이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혹시 영화를 안 보신 분이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Anxiety가 담당합니다. 지금까지 주인공을 지탱했던 세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상황 속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Anxiety가 동분서주합니다.
하지만 결국 Anxiety는 실패합니다. 주인공인 십대 소녀 라일리의 인생을 더 이상 자신이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모든 감정의 소중함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는 여러 감정들이 주인공의 자아를 끌어 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인간은 성숙할 수록 단 한가지의 감정만으로는 우리를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의 묘사입니다. 우리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영화는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염려와 걱정이 많은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별 염려가 없는 것 같지만 여전히 제 마음 안에는 염려가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불완전한 감정 조차도 하나님께 맡겨 드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내와 단 둘이서 영화를 보던 결혼 전 그 때와, 온 가족이 함께 나란히 앉아서 보는 시간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하나님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남편으로 아빠로 그리고 목회자로서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삶, 저의 감정, 그리고 저의 모든 것을 안아주시고 또한 인도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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