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라는 시간이 꿈처럼 흘러갔습니다. 11년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미국의 집으로 돌아오니 언뜻 보면 마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겨둔 한달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 소신을 가지고 가늠해 봅니다.
한국의 밤거리가 참 좋았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안심하고 밤에 걸어본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안전한 곳도 조심스럽고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내 나라에서 걷는 한걸음 한걸음은 그렇게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가로등이 참 좋았습니다. 길을 밝혀주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밤에 자칫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두려움이 몰려올 때에, 보이는 길을 따라서 걸어가면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두움이 아닙니다. 그 어두움 가운데에서 나의 길을 분명히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길을 따라서 자신감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황금과 같은 한달을 돌아보며 두가지를 마음에 새겼습니다. 첫째는, '공동체' 입니다.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진실하고 깊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너무나 흥미롭게도, 그들의 마음 안에 있는 공통된 갈망은 공동체 였습니다. 공동체를 만드는 것,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공동체를 공고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깊은 신앙을 가진 분들의 한결같은 바램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분들의 진실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는 목회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목회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주님의 공동체를 세우고 견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항상 아쉬운 부분들은, 어떤 활동 혹은 교육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이런 것들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 착각에 빠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진정한 공동체성을 만들고 있는가가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만드는 실제적인 전략들, 예를 들어서 세대간에 기도 파트너를 만든다든지 혹은 청소년들에게 특별 활동을 하게 한다든지 모든 것들은 결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누군가 보기에 이러한 전략들은 지나치게 소소하고 열매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공동체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성경적이며 주님이 기뻐하시는 가장 탁월한 전략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다시 한번 북클럽을 생각했습니다. 가장 깊은 대화를 누릴 수 있는, 서로를 알아가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권면할 수 있는 북클럽이야 말로 진정한 공동체성을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 속에서 북클럽을 추구해 왔다면, 또 다른 관점으로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북클럽은 주님의 공동체를 만들고 견고하게 변화시키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꾸준하게 목회의 중심에 북클럽의 DNA를 두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둘째는, '성장' 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정체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정말 많이 성장한 것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성장은 성화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삶에 대한 열정, 신앙의 깊이, 그리고 세상을 보는 안목에서 탁월하게 변화된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성장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새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과연 얼만큼 성장하였는가?' 서른 셋에 한국에 방문했던 저와, 이제 마흔 넷이 되어 한국에 방문한 저는 과연 얼만큼 성화되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또 한편으로는 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항상 북클럽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북클럽이라고 하면 한가롭게 책이나 읽는 모임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클럽은, 가장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책을 깊이 읽고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그런면에서 제 자신을 다시 한번 정의하였습니다. 단순히 북클럽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북클럽에 항상 몸을 담고 인도하고 계속 성장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평생의 결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에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온전히 달라진 일상입니다. 지나간 시간들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걸어가는 길도 어쩌면 여전히 어두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미래라는 것은 큰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제 길을 비춰 주십니다. 저는 그 길을 보고 있습니다. 길이 분명하기에 저는 담담히 그러나 담대하게 걸어가겠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안식월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제 자신의 앞 날을 오직 주님의 뜻 안에서 만들어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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